대학도 못 갈 뻔한 22라운드 유망주, 노히터로 일내다
입력 : 2020.09.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대학 야구부도 간신히 들어갔던 알렉 밀스(28, 시카고 컵스)가 우여곡절 끝에 메이저리그에서 노히트를 달성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썼다.

14일(한국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 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밀스는 9이닝 무실점, 0피안타 3볼넷 5탈삼진으로 노히트를 달성했다. 투구 수는 총 114개. 2020 시즌 두 번째 노히트이자 구단 역사상 16번째 노히트였다. 2016년 제이크 아리에타 이후 컵스 소속 투수의 노히터는 없었다.

컵스의 야수들은 타석에서는 12점을 지원하고, 몇 차례 호수비로 안타를 막아내며 밀스의 노히트 달성에 크게 공헌했다. 밀스와 컵스 타선의 활약으로 컵스는 밀워키에 12-0 승리를 거뒀다.

밀스는 2회 말, 벤 가멜에게 볼넷을 내주며 첫 출루를 허용했다. 4회 말에는 케스턴 히우라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다니엘 보겔벡에게 병살 타구를 끌어내면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히트 행진이 끝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밀워키는 4회 말까지 정타(95마일 이상의 타구) 7개를 만들어냈고, 결국 경기 종반에는 많은 안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5회부터 경기 끝날 때까지 정타는 4개밖에 나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밀워키의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밀스의 90마일의 싱커 - 69마일의 느린 커브 조합은 주효했고, 8회부터는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9회 초, 제이스 피터슨의 타구가 밀스의 발밑을 지나 유격수 하비에르 바에즈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고, 바에즈가 부드럽게 1루수 앤서니 리조의 글러브로 성공하면서 노히트는 완성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밀스는 "노히트를 달성한 순간의 비디오를 보고 싶다. 그 순간이 너무 초현실적이어서 솔직히 그때 내가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 순간을 회상했다. 메이저리그 팬들이 지켜본 그 순간의 밀스는 1루수 리조를 향해 팔을 높이 들고, 혀를 내밀고 활짝 웃고 있었다.

밀스의 노히트를 축하하러 달려온 컵스 동료들

밀스가 깜짝 노히트를 달성하면서 그의 과거 이력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야구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과거 밀스는 테네시 대학에서 리쿠르팅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밀스는 대학 코치에게 자신의 공이 팀에 도움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고, 트라이아웃을 거쳐 대학 야구부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드래프트 22라운드에 지명을 받고 오늘은 노히터를 달성했다"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밀스의 과거 이력을 간단히 소개했다.

밀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2012년 22라운드에 지명돼 2016년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2017년 2월 웨이버 공시됐으며, 현재의 팀인 컵스가 트레이드로 밀스를 데려갔다. 2018년부터 간간이 선발 기회를 받았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올해도 불펜 투수로 활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막 직전 호세 퀸타나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었고, 노히터까지 이뤄냈다. 밀스는 오늘 경기까지 9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하면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이러한 밀스의 활약에 소속팀 감독은 물론 노히트를 당한 상대 팀 감독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데이비드 로스 컵스 감독은 "밀스에 대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어떤 상황에 투입했든 밀스는 우리가 그에게 바라는 기대치만큼 활약해줬다"고 칭찬했다. 상대 팀이었던 밀워키의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은 "밀스의 느린 커브가 정말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커브로 좋은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충분한 움직임을 가진 패스트볼을 잘 조합해 던졌다. 밀스는 오늘 훌륭한 경기를 했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밀스는 "내 사례가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할 때 쓸 수 있는 예시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 뭐든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나눠 말하지 말고, 그저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해냈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소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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