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대패한 다음 날 상대할 투수가 클레이튼 커쇼(32, LA 다저스)라는 점은 어느 팀, 어느 조건에서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있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15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 다저스가 애틀랜타에 15-3으로 승리했다. 전날 2차전에서 경기 후반 집중력을 보여주며 1점 차 승부를 펼쳤던 다저스는 오늘 1회에만 11점을 뽑아내는 등 좋았던 흐름을 이어갔다.
이제 겨우 1승을 거뒀을 뿐이지만, 타선의 화력과 풍부한 선발 자원을 가진 덕분에 '다저스의 가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애틀랜타가 믿을 만한 선발 자원이 둘 뿐인 반면, 다저스는 커쇼, 워커 뷸러, 토니 곤솔린, 더스틴 메이가 대기 중이다.
한편, 애틀랜타는 마이크 소로카, 콜 하멜스가 일찌감치 이탈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선발 로테이션이 가장 큰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믿을 만한 선발 자원이 맥스 프리드와 이안 앤더슨뿐이지만, 지난 두 번의 시리즈에서는 카일 라이트를 포함해 세 명의 투수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빈약한 선발 로테이션의 공백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트가 크게 무너지고, 예년처럼 시리즈 도중 휴식일이 주어지지 않으면서 애틀랜타는 4, 5차전에 누구를 내세울지 고민에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브라이언 스니커 애틀랜타 감독은 커쇼를 상대할 4차전 선발로 데뷔 3년 차의 브라이스 윌슨(22)을 예고했다.
지난 2018년 데뷔한 윌슨은 3년간 15경기(선발 7경기)에 출전해 3승 1패, 42.2이닝 25볼넷 37탈삼진, 평균자책점 5.91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6경기에 나서 15.2이닝 9볼넷 15탈삼진, 평균자책점 4.02로 좋지 않았고, 일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그런 윌슨을 믿기보단 '불펜 데이'의 첫 번째 투수로만 여겼다.
하지만 스니커 감독은 3차전 직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윌슨을 가능한 한 오래 끌고 갈 것이다. 내가 윌슨에게 기대하는 것은 5이닝"이라고 일부의 예상을 부인하면서 "난 윌슨을 첫 번째 투수가 아닌 선발 투수로 여기고 있다. 어떻게 될지 지켜봐 달라"며 믿음을 보였다.
기대를 건 것은 윌슨의 정규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의 모습이었다. 윌슨은 9월 23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애틀랜타의 지구 우승을 확정 지었다. 9월 27일 경기에서는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3이닝만 던지고 1실점 했다.
스니커 감독은 "윌슨이 마지막 2경기에서 보여준 투구 내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이유를 대면서 "그가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느낌이었다. 윌슨이 자신의 패스트볼을 공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 마음에 든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사자인 윌슨도 "최근 투구 레퍼토리에 변화를 주고,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스니커 감독의 발언에 수긍했다. 이어 "기존의 포심 패스트볼 위주의 볼 배합에 투심 패스트볼과 싱커를 다시 섞고, 슬라이더를 늘렸다. 이 볼 배합에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스스로 가장 크게 변화했다고 느낀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윌슨은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내 공을 믿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는 법을 배우고,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앞서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윌슨은 싱커성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강점으로 세 번째 구종인 체인지업을 발전시킨다면 메이저리그의 무난한 선발 투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체인지업을 발전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본인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적은 표본이지만, 올해 윌슨의 싱커는 피안타율 0.176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윌슨과 애틀랜타에 여전히 커쇼와 다저스의 벽은 높다. 코디 벨린저(타율 0.160)를 제외한 다저스 타선은 올해 싱커에 강한 모습을 보였고, 커쇼는 애틀랜타 타자들에게 대체로 강했다. 커쇼를 상대로 통산 OPS 0.800 이상을 기록 중인 애틀랜타 타자는 찰리 컬버슨, 닉 마카키스, 프레디 프리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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