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슬라이더' 이중고 겪은 STL 김광현, 몰리나 없이도 꿋꿋이 버텼다
입력 : 2021.04.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시즌 3번째 등판에 나선 김광현(34)이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30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0회 연장 승부에서 1사 1, 3루가 만들어졌고, 투수 데이비드 헤일의 폭투가 나와 결승 득점이 만들어졌다.

이날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5이닝 1실점, 7피안타 0볼넷 4탈삼진을 기록했고, 총 투구 수는 84개로 슬라이더 37개, 포심 패스트볼 34개, 커브볼 7개, 체인지업 6개로 주 무기인 슬라이더를 좀 더 활용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안타를 허용하는 등 경기력이 좋진 못했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지난 25일 신시내티 레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신시내티전에서 김광현은 최고 구속 91.5마일( 평균 구속 89.3(로 빠르게 카운트를 잡았고, 주 무기 슬라이더로 9번의 헛스윙(헛스윙률 56%)을 유도해냈다.

이때는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예년만큼 나와 적극적으로 승부를 가져갈 수 있었고, 슬라이더는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상대 타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패스트볼 구속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슬라이더는 예리하게 들어가지 못하면서 난타를 당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0.4마일, 평균 구속은 89마일은 전보다 더 떨어졌고, 그 때문에 필라델피아 타자의 헛스윙이 1번(헛스윙률 8%)에 그쳤다.

안타를 내준 만큼 범타도 끌어낸 것이 다행이었다. 패스트볼이 여의치 않자 김광현 - 앤드류 니즈너 배터리는 변화구 구사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슬라이더의 구사율을 높였지만 제구가 다소 흔들렸고, 6번의 헛스윙(29%)을 유도하는 데 그치면서 변별력을 주지 못했다.

가장 긍정적인 것은 5회였다. 선두 타자로 나선 매커친을 상대로 같은 코스에 3개의 공을 연달아 찔러 넣는 자신감을 보였고, 결국 6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매커친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알렉 봄을 상대로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다양한 코스를 공략해 범타를 끌어냈다.

장타력과 선구안이 뛰어난 리스 호스킨스에게는 이날 나쁘지 않았던 커브와 체인지업을 골고루 섞으면서 유인했고, 호스킨스는 결국 낮게 떨어지는 김광현의 커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올 시즌 필라델피아와의 두 번의 맞대결은 김광현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줬다. 첫 맞대결에서도 김광현의 구속 90마일 이하의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 수준의 타자들에게 콘택트하기 쉬운 공이었다. 여기에 주 무기인 슬라이더의 제구까지 흔들린다면 본인이 추구하는 빠른 승부를 가져가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에서도 김광현은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범타를 유도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볼 배합을 다양하게 가져가며 버텨냈고, 좋은 흐름을 이어가다 보면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제구가 잡혀 경기 중에라도 본연의 위력을 되찾았다.

또한, 이날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 없이도 효율적인 투구를 하면서 팀 승리에 일조했다. 차츰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을 알아가는 김광현, 그의 남은 등판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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