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초점] KBO에서 자신감 얻은 러프, 플래툰 넘어 주전으로 올라설까
입력 : 2021.05.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지난해 플래툰으로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한 다린 러프(34,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년 차인 올해, 주전 자리를 꿰찰지 관심이 쏠린다.

6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콜로라도 로키스에 5-6으로 패배한 경기에서 대타로 투입된 러프가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선발 로건 웹과 구원 투수 맷 위슬러가 4회에만 6점을 내줬고, 뒤늦게 7회 2점, 9회 1점을 추격했지만 승패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 중 7회 2점을 추격한 것이 러프였다. 러프는 4회 말 좌익수로 교체 투입됐고, 5회 첫 타석에서는 콜로라도의 선발 존 그레이에게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 말 2사 3루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러프는 상대 우완 투수 타일러 킨리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밀어쳐 쿠어스필드의 우측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101.2마일(약 162.8km/h), 발사각도 34도, 비거리 398피트(약 121m)의 큼지막한 타구였다.

9회 말 세 번째 타석에서는 땅볼 타구로 물러났지만,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우완 투수들을 연달아 상대하면서도 교체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좌타자 알렉스 디커슨과 함께 플래툰으로 나서고 있는 러프는 좌완에게 30타석 6안타(2홈런) 7타점, 5볼넷 4삼진, 타율 0.250 출루율 0.367 장타율 0.542 OPS 0.908을 기록 중이다.

보통 한 타석만에 교체되곤 했지만, 이날 교체된 것은 러프가 아닌 디커슨이었다. 이처럼 러프는 올해 우완을 상대로도 좌완 상대에 못지않은 23타석을 얻어내며, 3안타(2홈런) 5타점, 타율 0.158 출루율 0.304 장타율 0.474 OPS 0.778을 기록 중이다.

필라델피아 시절 러프는 우완을 상대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KBO 리그로 오기 전 러프를 떠올린다면 감회가 남다르다. 2012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러프는 데뷔 때부터 좌완에 유독 강했다.

필라델피아에서의 5년간 러프는 좌완을 상대로 413타석에 들어서서 23홈런 61타점, 44볼넷 95삼진, 타율 0.289 출루율 0.371 장타율 0.544 OPS 0.915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리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우완을 상대로는 570타석에 들어서서 20홈런 63타점, 45볼넷 171삼진, 타율 0.209 출루율 0.284 장타율 0.372 OPS 0.656으로 크게 부진했다.

이러한 한계는 러프를 좌완 상대 플래툰 및 대타로만 활용하게 만들었고, 러프는 결국 2017년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로 발을 돌리게 된다.

우완을 상대로 약하다는 뿌리 깊은 선입관은 KBO 리그 평정 후, 러프가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뒤에도 적용됐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초청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에 합류한 러프는 디커슨과 좌익수 포지션을 공유하며 플래툰으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도 좌완 상대 65타석, 우투수 상대 35타석으로 플래툰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KBO 리그에서 돌아온 러프는 이전과 달랐다. 여전히 장타 면에서 힘을 충분히 싣지 못했으나, 개선된 선구안(6볼넷 9삼진)으로 우완 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삼성 시절 러프는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는 뛰어난 외국인 타자였다

KBO 리그에 첫발을 디뎠을 당시, 러프는 좌완을 상대로 왜 강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마이너리그에서는 우완을 상대로도 강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좌완을 상대로 주로 출전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며 우완을 상대로도 자신감을 내보였었다.

그리고 첫해 실제로 우완을 상대로 24홈런 89타점, 타율 0.343 OPS 1.039로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말을 입증했다. 이후 KBO 리그의 스트라이크존 적응까지 마치면서 첫해 좌완 상대로 다소 부진했던 것(7홈런 35타점, 타율 0.256 OPS 0.815)마저 극복해냈고, 3년간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하나로 군림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했던 러프는 KBO 리그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아 재도전했고, 복귀 첫해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과 잔류에 성공했다.

한편, 올해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초반 예상 밖의 선전을 하고 있지만, 주전 야수, 특히 외야수 공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축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가 이탈한 공백을 뉴욕 양키스에서 마이크 토크먼을 트레이드로 데려왔지만, 토크먼 역시 좌타자인 것이 아쉽다.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장타력 있는 우타자는 야수 13명 중 러프를 비롯해 버스터 포지, 에반 롱고리아, 윌머 플로레스 단 4명에 불과하고, 포지마저도 이날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당분간 결장이 예상된다. 러프로서는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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