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일본인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29)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부터 가을야구를 경험하게 됐다.
후지나미의 소속팀 볼티모어는 18일(한국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맞대결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5-4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93승 56패(승률 0.624)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선두를 유지한 볼티모어는 이날 승리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볼티모어에 패한 탬파베이(92승 59패 승률 0.609) 역시 같은날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모두 패하면서 가을야구 티켓을 확보했다. 볼티모어와 탬파베이는 AL 동부지구 우승을 두고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볼티모어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으로 '신인 투수' 후지나미도 주목을 받게 됐다. 올 시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1년 325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후지나미는 데뷔 초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하위 팀 오클랜드에서 34경기(7경기 선발) 5승 8패 3홀드 평균자책점 8.57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트레이드로 인생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메이저리그 최약체 팀에서 AL 최강을 다투는 팀으로 이적한 후지나미는 약점이었던 불안한 제구 문제가 개선되면서 강속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최고 구속이 무려 시속 102.6마일(약 165.1km)에 달하는 광속구를 앞세운 후지나미는 이적 후 25경기에서 2승 1홀드 2세이프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하며 볼티모어의 불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환골탈태했다.
후지나미가 데뷔 첫해부터 가을야구를 맛보게 되면서 '라이벌'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와 엇갈린 운명도 재조명받게 됐다. 후지나미와 오타니는 고교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각광받으며 오랜 시간 라이벌로 거론됐다. 프로 데뷔 후 후지나미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혹사와 부진, 구설수 등을 겪으며 내리막을 걸었다.
반면 오타니는 투타 겸업으로 일본프로야구를 정복한 뒤 2018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그해 바로 AL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비현실적인 '이도류'로 신드롬을 일으킨 오타니는 2021년 AL MVP까지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AL MVP 투표 2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2023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과 MVP을 차지했고, 올 시즌 역시 AL MVP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오타니도 메이저리그에서 이루지 못한 꿈이 있으니 바로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6년 동안 단 한 번도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현역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마이크 트라웃과 콤비를 이뤘지만 에인절스는 올 시즌을 포함해 최근 6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은 커녕 5할 승률조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겨울 모두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후지나미는 오타니를 비롯한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후지나미는 그들을 제치고 올 시즌 가장 먼저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다. 반면 가장 주목받았지만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하게 된 오타니는 눈부신 개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가을야구가 좌절돼 후지나미와 희비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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