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정후는 28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MLB 시범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지난 25일 시카고 컵스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 일정에 돌입했지만 이정후의 데뷔전은 미뤄졌다. 이유는 가벼운 옆구리 통증 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로서는 1억 1,300만 달러(약 1,505억 원)을 투자한 이정후를 무리해서 실전에 내보낼 필요가 없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이정후는 28일 시애틀전에 앞서 하루 전 공개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가 0-2로 뒤진 1회 말 선두 타자로 드디어 이정후가 등장했다. 맞대결을 펼칠 상대는 빅리그 3년 차 투수 조지 커비(26)였다. 커비는 2019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로 2022년 빅리그에 데뷔, 2년 차였던 지난해에는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AL) 올스타에도 선정된 투수였다.
이정후는 초구를 신중하게 지켜본 뒤 2구째 방망이를 돌려 파울 타구를 만들었다. 볼카운트는 순식간에 0-2로 타자가 불리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정후는 침착했다. 몸쪽을 파고드는 변화구를 받아쳐 1-2간을 가르는 안타를 뽑아냈다. 1루수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잡을 수 없는 타구였다.
첫 타석부터 기분 좋은 안타를 기록한 이정후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득점까지 만들었다. 다음 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유격수 방면 땅볼을 때려 병살타 위기에 몰렸지만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이정후는 이미 2루에 거의 다 도착한 상황이었다. 결국 포구를 서두르던 시애틀 유격수 라이언 블리스는 실책을 범했고 두 명의 주자는 모두 생존했다. 이정후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실수를 유발한 셈이다.
이어지는 무사 1, 2루 찬스에서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중전 안타가 나오자 이정후는 지체 없이 3루를 지나 홈으로 내달렸다. 이정후의 주루 플레이에 시애틀 중견수 사마드 테일러는 홈 승부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여유있게 홈을 밟은 이정후는 시범경기 첫 타석부터 안타와 득점을 기록했다.
양 팀이 5-5로 맞선 2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은 이정후는 1루수 땅볼로 아쉽게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가 역전을 허용해 5-8로 뒤진 4회 말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시애틀 투수 카를로스 바르가스에게 빅리그 첫 삼진을 당했다.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세 타석을 소화한 이정후는 5회 초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은 난타전 끝에 10-10 무승부를 기록했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는 1회 말 5득점의 시발점이 된 리드오프 안타를 날리며 자신의 테이블 세팅 능력을 선보였다"며 이정후의 데뷔전을 평가했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커비는 매우 뛰어난 투수다. 2스트라이크에 몰렸을 때 '컨택만 하자'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첫 안타 장면을 돌아봤다.
샌프란시스코의 밥 멜빈 감독은 "오래 기다렸다. (데뷔전이) 조금 늦어졌지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득점까지 한 것은 매우 훌륭했다"며 이정후의 데뷔전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