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처음으로 왼손 투수를 상대했지만 우천 취소로 기록을 남기진 못했다.
이정후는 8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서 열린 2024 MLB 시범경기 LA 다저스와 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출전했다.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와 한일 타자 맞대결도 기대됐지만, 오타니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휴식을 취해 아쉽게도 두 선수의 만남은 다음 경기로 미뤄졌다.
이정후는 1회 초 수비에서 먼저 존재감을 과시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저스 2번 타자 미겔 로하스가 친 타구가 좌중간을 향해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이미 비가 어느 정도 내려 그라운드가 젖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수비 위치까지 우익수 방면으로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이정후가 따라가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이정후는 전력 질주로 타구를 쫓아갔고, 펜스를 향해 굴러가던 공을 잡은 뒤 빠르게 중계 플레이로 연결했다. 최선을 다한 이정후의 플레이가 사실상 3루타를 막은 셈이었다.
1회 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시범경기 6경기 만에 처음으로 왼손 투수를 상대했다. 다저스 선발로 나선 투수는 MLB에서도 손꼽히는 구위를 자랑하는 제임스 팩스턴(36)이었다. MLB 통산 64승 38패 평균자책점 3.69의 성적을 기록한 팩스턴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1년 1,200만 달러(약 158억 원)의 계약을 맺고 다저스에 합류했다.
많은 부상 이력과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5.2마일(약 153km)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공을 던지는 팩스턴을 상대로 이정후는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침착하게 볼을 지켜본 이정후는 헛스윙 없이 파울 타구를 만들어내며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이정후는 6구째 빠른 공에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타구는 크게 바운드 된 뒤 파울 라인 안쪽에서 1루수 미트에 빨려들어갔다. 아쉽게 땅볼로 물러났지만 6개의 공을 던지게 했고 헛스윙 없이 강속구에 대응했다는 점은 수확이었다.
이정후와 팩스턴의 두 번째 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3회 초 샌프란시스코 선발 카일 해리슨이 비 때문에 더 이상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2사 1, 2루 상황에서 경기는 중단됐고 그라운드에는 방수포가 설치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우천 취소가 결정됐고 이정후의 범타 기록은 사라졌다.
지난 겨울 올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7억 원)의 맺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이정후는 현재까지 시범경기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462(13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2볼넷 1도루 OPS 1.302로 순항하고 있다.
특유의 컨택 능력과 선구안은 물론이고, 6안타 중 2개(1홈런, 2루타 1개)를 MLB에서도 경쟁력있는 타구 속도로 장타를 기록하며 장타력에 대한 물음표도 지워가고 있다. 아직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천재 타자' 이정후는 그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자신에게 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나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