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시카고 컵스의 일본인 투수 이마나가 쇼타(31)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이마나가는 2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개막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컵스가 5-0 완승을 거두면서 이마나가는 데뷔전부터 선발승을 챙겼다.

1회 초 콜로라도 1번 타자 찰리 블랙몬을 3구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이마나가는 2번 타자 브랜든 로저스를 상대로 5구째 스플리터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 MLB 데뷔 첫 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어 3번 타자 놀란 존스를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해 삼자범퇴로 가볍게 이닝을 정리했다.

이마나가는 2회 초 선두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상대로 3루수 방면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크리스토퍼 모렐이 실책을 저질러 처음으로 1루에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마나가는 흔들리지 않고 라이언 맥맨과 엘리아스 디아즈슬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뒤 에제키엘 토바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2루를 내주지 않고 2회를 마쳤다.

이후 이마나가는 파죽지세로 이닝을 정리해 나갔다. 3회(뜬공-삼진-뜬공)와 4회(뜬공-삼진-삼진), 그리고 5회(삼진-뜬공-삼진)까지 매 이닝 탈삼진을 쌓아가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정리했다.


6회 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마나가는 뜬공 2개로 순식간에 2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노히트 행진은 블랙몬에 의해 중단됐다. 볼카운트 0-1에서 이마나가가 던진 2구째 스위퍼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잘 떨어졌지만 블랙몬이 낮은 공을 잘 걷어 올려 중전안타로 연결했다.

첫 안타를 허용한 이마나가는 다음 타자 로저스에게도 안타를 맞고 처음으로 1, 2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이마나가는 존스를 상대로 피치클락 위반으로 1볼을 안고 시작했지만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해 2개의 파울을 만든 뒤 한가운데 패스트볼로 파울팁 삼진을 잡아냈다. 완벽한 데뷔전을 치른 이마나가는 홈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마나가는 데뷔전에서 6이닝 동안 92구(스트라이크 65구)를 던지며 단 2개의 안타만을 내주고 9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패스트볼 56구, 스플리터 24구, 스위퍼 10구, 커브 2구를 던졌고, 최고 구속은 시속 94.3마일(약 151.8km)을 기록했다.


환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이마나가는 첫 경기부터 여러가지 기록들을 소환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컵스 투수가 MLB 데뷔전에서 5⅔이닝 노히트를 기록한 것은 과거 KBO리그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아마우리 텔레마코(1996년 5월 17일) 이후 이마나가가 처음이다.

이마나가가 데뷔전에서 유도한 헛스윙 20개는 투구 트래킹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최다 기록은 지난 3월 3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제러드 존스가 기록한 22개다.

또, MLB 데뷔전에서 볼넷이나 실점을 내주지 않고 9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것은 1901년 이후 컵스 투수 최초의 기록이며, MLB 전체로 봐도 역대 2번째다. 첫 번째 기록은 닉 킹험이 지난 2018년 4월 30일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7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8시즌(2016~2023)을 뛰며 통산 165경기 64승 50패 4홀드 평균자책점 3.18, 1002⅔이닝 1,021 탈삼진의 성적을 기록한 이마나가는 2023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해 1월 컵스와 4년 5,300만 달러(약 715억 원)의 계약을 맺은 이마나가는 시범경기 4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68(12⅔이닝 9실점 8자책점)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3월 27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3이닝 8피안타 1볼넷 6탈삼진 4실점(3자책점)으로 고전해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이마나가는 시범경기서 9이닝당 탈삼진 17.76개(12⅔이닝 25탈삼진)를 기록하며 일본 시절 보여줬던 뛰어난 탈삼진 능력이 MLB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홈 개막전에서 다시 한 번 압도적인 탈삼진 쇼를 펼치며 컵스 홈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카고 컵스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