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에이스 무너뜨린 깜짝 동점포...'1할 타자' 최주환은 키움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입력 : 2024.06.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최악의 상황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홈런이었다. 키움 히어로즈 1루수 최주환(36)이 63일 만에 외야 담장을 넘기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주환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9번-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키움은 선발 하영민이 7⅓이닝 2실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가운데, 타선에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한 김혜성 포함 12안타 7볼넷으로 공세를 퍼부으며 8-2로 승리했다.

전날(15일)까지 두산전 6연패에 시달렸던 키움은 1회 초 먼저 2점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1회 말 김혜성의 그라운드 홈런으로 1점을 따라간 뒤, 하영민이 2회부터 5회까지 내리 두산의 강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최주환은 1-2로 뒤진 3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두산 선발 곽빈을 상대했다. 초구를 지켜본 최주환은 가운데로 몰린 2구째 148km/h 패스트볼에 곧바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높이 떠오른 공은 우측 담장 뒤편 기둥을 맞춘 뒤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4월 14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63일 만에 터진 최주환의 시즌 5호 홈런이었다.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솔로포가 터지면서 흐름은 순식간에 키움 쪽으로 넘어왔다. 기세가 오른 키움은 3회 이원석, 5회 김건희가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6-2까지 격차를 벌렸다.

최주환은 홈런 이후 4회 우익수 뜬공, 5회 2루수 땅볼로 물러난 뒤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득점권 기회를 맞이했다. 1사 3루에서 두산 정철원을 만난 최주환은 4구째 148km/h 패스트볼을 중견수 뜬공으로 연결해 3루주자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최주환은 홈런과 팀 배팅으로 6월 들어 첫 2타점 경기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키움은 8회 김혜성과 김재현의 연속 안타로 1점을 추가하며 8-2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한 최주환은 2020년 4년 총액 42억원에 SSG 랜더스와 계약하며 팀을 옮겼다. 2루와 1루를 오가면서도 지난해까지 3할 타율 세 차례(2017·2018·2020), 20홈런 두 차례(2018·2023)를 기록하며 공수를 겸비한 만능 내야수로 평가받았다. 다만 지난해 20홈런을 치고도 타율이 0.235로 저조해 SSG는 35인 보호선수 명단에 그를 포함하지 않았다.

최주환은 지난해 11월 2024 KBO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SSG를 떠나 키움에 입단했다. 키움은 김혜성이 올 시즌 이후 메이저리그(MLB) 직행이 유력해 내야를 보강하는 동시에 팀의 장타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베테랑 영입을 성사시켰다. 최주환은 개막전부터 4번타자로 선발 출장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고, 초반 17경기까지는 타율 0.261(69타수 18안타) 4홈런 14타점으로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이후 기나긴 슬럼프가 찾아오면서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4월 16일부터 5월 4일까지 최주환은 14경기 타율 0.077(52타수 4안타)에 그치며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김동헌, 김태진, 이주형, 이형종 등 부상자가 속출했던 키움은 주전 선수의 컨디션이 뚝 떨어진 게 명확한 시점에도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다. 5월 초 잠시 2군으로 내려가 퓨처스 2경기 5타수 4안타로 점검을 마쳤으나, 1군 복귀 후 6월 들어 다시 타율 0.128(39타수 5안타)를 기록하며 헤맸다.



최주환은 현재까지 타율 0.187(214타수 40안타) 5홈런 26타점으로 모든 공격 지표에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특히 6억 5천만 원의 높은 연봉과 타격 지표가 중요한 1루수 포지션을 감안하면 2차 드래프트 1순위라는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중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6월의 첫 장타이자 63일 만에 터진 홈런포는 의미가 크다. 최주환은 지난해까지 16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천적' 곽빈을 상대로 홈런을 터트리며 징크스를 깨부쉈다. 뜬공 비율이 높고 당겨치기 성향이 강한 최주환은 잘 맞을 땐 우익수 방면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보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뜬공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올 시즌에는 뜬공 아웃이 벌써 79개에 도달하는 등 BABIP(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KBO 역대 3위인 0.207까지 떨어지며 고전했다. 이번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주환은 2년 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다. SSG 2년차였던 2022년 전반기 타율 0.161(149타수 24안타) 2홈런 19타점으로 지금보다 성적이 더 좋지 않았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타격폼이 망가져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당시엔 후반기 절치부심하면서 8월 타율 0.314(51타수 16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린 뒤, 9월 이후 26경기 7홈런으로 장타력까지 살아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키움이 최주환에게 기대했던 모습은 결국 한방이다. 지난해 팀 홈런 61개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키움은 최다 홈런이 김휘집(8개)이었을 정도로 장타력에 대한 갈증이 컸다. 올해도 김혜성(10개), 로니 도슨(9개), 송성문(9개)를 제외하면 최주환(5개)이 최악의 컨디션을 보이는 와중에도 4위를 기록하며 팀 내 주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키움은 최주환이 이번 홈런을 계기로 장타 생산을 재개하길 기대하고 있다.

신희재 <쓰다> 객원기자

사진=뉴시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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