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공포증에 팔꿈치 부상까지...'7G 4990만원' 두산-시라카와 동행, 결국 '잘못된 만남' 됐다
입력 : 2024.10.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던 것일까.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의 KBO리그 도전이 찜찜한 엔딩을 맞았다.

두산은 27일 NC 다이노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시라카와 케이쇼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두산 구단에 따르면 시라카와는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전 등판 이후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고, 검진 결과 인대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아 남은 시즌 등판이 어려워졌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일본 도쿠시마현 출신의 시라카와는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뛰며 일본프로야구(NPB) 진출의 꿈을 키우던 중 지난 5월 SSG 랜더스와 대체 외국인 선수 계약을 맺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첫 프로무대인 KBO리그에서 5경기에 등판해 23이닝을 소화하며 2승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한 시라카와는 갈수록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때문에 SSG는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시라카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고, 결국 엘리아스의 잔류를 택했다.

SSG와 계약이 만료된 시라카와의 다음 행선지는 두산이었다. 브랜든 와델의 부상 공백을 메울 선발투수 자원이 필요했던 두산은 지난 7월 10일 시라카와와 6주 총액 400만 엔 계약을 맺었다. SSG와 계약 당시 총액 180만 엔의 약 2.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홈런 공장' 인천SSG랜더스필드를 떠나 KBO리그의 대표적인 투수 친화 구장 잠실야구장으로 팀을 옮겼고, 점차 리그 분위기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시라카와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시라카와는 7월 4번의 등판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6.61로 부진했다. 5이닝을 채운 경기도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8월 첫 경기였던 8일 LG 트윈스전에서는 6이닝을 채웠지만, 6실점으로 무너졌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던 중 시라카와는 16일 KT 위즈전에서 8이닝 4피안타 무실점 인생투로 반전을 일으켰다. 이후 두산은 브랜든의 복귀가 미뤄지자 지난 21일 시라카와와 15일간 140만 엔의 조건에 연장 계약을 맺었다.



연장 계약 후 첫 등판이었던 지난 23일 한화전서 시라카와는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팔꿈치 부상까지 찾아왔고, 결국 남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두산은 두 번에 걸쳐 총 540만 엔(약 4,990만 원)을 투자했지만, 시라카와는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03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시라카와는 SSG 입단 당시 '이름이 케이(K)쇼인 만큼 삼진 쇼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고, 약속을 지켰다. 23이닝 동안 무려 27개의 삼진을 빼앗으며 9이닝당 탈삼진 10.57개를 기록했다. 반면 9이닝당 볼넷은 3.52개로 우려했던 제구 문제는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9이닝당 탈삼진 4.98개로 반토막이 났고, 9이닝당 볼넷은 6.29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무엇보다도 홈구장인 잠실에서 5경기 3패 평균자책점 8.44로 매우 부진했다.



두산은 시라카와 영입으로 선발진 고민을 해결하려 했으나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시라카와 역시 KBO리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NPB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어보려 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두산과 시라카와의 동행은 결국 잘못된 만남으로 끝을 맺게 됐다.

사진=뉴스1, 뉴시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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