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승'' 약속 지켰다...스캠서 지휘봉→부임 첫해 통합우승 '초보' 이범호 감독의 빛나는 형님 리더십
입력 : 2024.10.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KBO리그 '현역 최연소 사령탑' 이범호(43) 감독이 부임 첫해 KIA를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KIA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의 5차전서 7-5로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한 KIA는 2017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당시 선수로 기쁨을 누렸던 이범호 감독은 7년 만에 사령탑으로 또 한 번 우승의 영광을 안게 됐다.

경기 후 열린 시상식에서 이범호 감독은 "명문 구단의 감독을 시켜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너무나도 멋진 광주에서 이렇게 첫 번째 우승을 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광주로 돌아와서 우승하겠다고 (팬들께) 말씀드렸는데 이걸 이뤄서 너무 좋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범호 감독이 올 시즌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2020년 스카우트를 시작으로 2021년 2군 총괄코치, 2022년과 2023년 1군 타격코치를 맡았던 이범호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감독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예상보다 많이 빨랐다. 올해 1월 KIA는 김종국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 새 감독을 찾아야 했다. KIA 구단은 혼란스러운 팀 분위기를 수습할 적임자로 이범호 감독을 택했다.

스프링캠프 도중 지휘봉을 잡은 이범호 감독은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초보 감독이 아닌 KIA 감독으로서 맡겨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KIA는 과감하게 KBO리그 최초의 80년대생(1981년생) 감독을 믿고 전권을 맡겼다.

이범호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도 '초보'답지 않게 자신감이 넘쳤다. 다른 팀 감독들이 우승 도전 시기를 3년 또는 2년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에 (우승)하도록 하겠다"라며 당찬 목표를 내걸었다.



유일한 80년대생 '초짜 감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선수단에 녹아들었다. 선수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마냥 부드러운 '형님 리더십'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경우에는 단호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양현종 백허그' 사건이다. 앞서 6월 2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4-1로 앞선 경기를 15-15 무승부로 마치는 뼈아픈 경험을 한 이범호 감독은 7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서 5회 흔들리던 양현종을 승리투수 요건에서 아웃카운트 1개 남겨두고 마운드에서 내렸다.

당시 정재훈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자, 양현종은 교체 지시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범호 감독은 강판 이후에도 좀처럼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 양현종에게 다가가 뒤에서 그를 껴안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에이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자신을 믿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던 양현종은 감독의 진심을 느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처럼 단호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은 시즌 내내 힘겨운 싸움을 벌인 KIA 선수단을 하나로 모아 '우승'이라는 목표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선발투수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팀 평균자책점 1위(4.39)로 마운드가 버텨줬고, 팀 타율(0.301)은 유일하게 3할대를 기록하며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특히 LG 트윈스(13승 3패), 삼성 라이온즈(10승 4패) 등 KIA의 뒤를 바짝 쫓아오던 2위권 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호랑이 엉덩이를 만지면 미끄러진다'는 징크스를 만들어 내며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치지 않은 것이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어졌다.



KIA를 정규시즌을 1위로 이끈 이범호 감독은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도 자신의 스타일로 밀어붙였다. 1, 2차전에서 무안타로 부진했던 박찬호에게 끝까지 '리드오프'를 역할을 맡기자 박찬호는 3차전부터 3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믿음에 보답했다. 4차전부터는 타격감이 절정에 오른 '한국시리즈 MVP' 김선빈을 2번 타순으로 전진배치해 삼성의 마운드를 공략했다.

5차전에서 양현종이 흔들리자 빠르게 김도현을 투입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곽도규-장현식-이준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총동원해 역전에 성공한 뒤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켰다. 8회 초 전상현이 몸에 맞는 볼로 2사 만루 위기를 만들자 곧바로 마무리 정해영을 투입해 4개의 아웃카운트를 맡겼다. 타선의 짜임새, 투수 운용 모두 초보 감독의 첫 한국시리즈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하고 과감했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이범호 감독은 미래를 내다봤다. 그는"(KBO 최초 80년대생 감독 우승에 대해) 몇 년생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감독이 돼야 하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서 이렇게 좋은 팀을 더 멋진 팀으로 만들어갈지 고민해 보겠다. (80년대생) 젊은 나이에 우승을 이뤘으니, 내년에도 후년에도 또 (우승을) 이룰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로서 선수들이 편하게 야구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였는데 올 시즌 잘 이뤄진 것 같다. 앞으로도 엄할 땐 엄하고 아닐 땐 형처럼 편안한 감독이 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형님 리더십'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 OSEN, KBSN스포츠·티빙 중계 화면 캡처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