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ALKOREA] 배웅기 기자= 루이스 엔리케(54) 감독은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을 안드레아 피를로처럼 키울 계획이다.
엔리케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르아브르 AC와 2024/25 리그 1 30라운드 홈경기에 이강인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강수를 뒀다. 이강인은 축구 통계 매체 'FotMob' 기준 패스 성공률 97%, 긴 패스 성공 7회, 리커버리 5회, 지상 경합 성공 5회, 찬스 메이킹 3회, 드리블 성공 2회, 크로스 성공 2회 등 수치를 기록하며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의 정석을 선보였다.
다만 수비형 미드필더의 경우 이강인이 선호하는 포지션은 아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시절부터 오른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때때로 역삼각형 중원의 중앙 미드필더 혹은 폴스 나인(가짜 9번)을 소화한 적은 있으나 수비형 미드필더는 보다 더욱 낯선 포지션이었다.



이강인이 수비적으로 특출나거나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현대 축구에서 소위 말하는 '6번 포지션'이 후방 빌드업에 더욱 초점을 둔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지션 변화는 꽤나 흥미로운 선택이었다. 엔리케는 올 시즌 리그 1 우승을 확정 지은 상황에서 이강인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은 오는 23일 프랑스 랑스 스타드 드 라 보주아르에서 낭트와 2024/25 리그 1 31라운드 원정 경기를 갖는다. 30일 아스널과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로테이션을 가동할 공산이 크다. 엔리케는 경기 전날인 21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강인의 선발을 시사했다.
프랑스 매체 '르퀴프'에 따르면 한 기자는 "르아브르전에서 이강인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경기력을 어떻게 평가했고, 다시 같은 포지션에 기용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고, 이에 엔리케가 "그가 다시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뛰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강인은 뛰어난 패스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이상적 포지션은 아니나 때로는 편안한 곳을 벗어나는 것이 선수에게 좋은 경험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마치 피를로를 떠올리게 하는 포지션 변화다. 실제로 피를로는 브레시아 칼초에서 뛰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뛰었으나 로베르토 바조에게 밀려 설자리를 잃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브레시아를 이끌던 故 카를로 마초네 전 감독이 피를로의 패스 능력을 높이 사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 변경을 권했고, 이를 받아들인 피를로는 불과 몇 년 뒤 세계를 호령하는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PSG에서 최근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강인으로서는 일종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사진=이강인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