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샐러리캡은 한계에 임박했다. 그런데 또 대체불가에 예비 FA인 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는 필승조 듀오 구승민(34)과 김원중(31)에게 어느 정도의 연봉을 안겨줘야 할까.
구승민과 김원중은 2024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획득한다. 구승민은 지난 홍익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3년 6라운드로 입단했고 12년차에 FA 자격을 얻는다.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12년 1라운더로 입단한 김원중은 입단 13년차에 FA 자격을 취득한다.
입단 시기가 엇비슷했던 두 선수는 2군에서 머물던 시절부터 각별하고 절친하게 지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했다. 잠시 고난의 시기도 겪었지만 잘 헤쳐나왔고 필승조 듀오로 성장했다. 롯데 투수진 가운데 근속 연수로는 구승민과 김원중이 가장 많다. 두 명의 선수가 투수조장 역할을 사실상 맡으면서 젊어진 투수진을 이끌었다. 그리고 롯데에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100홀드와 1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구승민은 지난해 7월26일 잠실 두산전에서 통산 100홀드를 달성했다. 롯데 구단 최초의 기록이었다. 현재 108홀드 기록은 구단 최다이고 현재 진행형이다. 아울러 KBO리그 역사에 단 2명 밖에 기록하지 못한 4년 연속 20홀드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올해 어깨 부상 등으로 고전했지만 67경기 63⅔이닝 2승6패 3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3.96의 성적을 남겼다.
김원중도 지난해 8월 16일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2020년 마무리 전향 이후 4년 만에 100세이브 기록을 넘어섰다. 현재 107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63경기 63⅔이닝 5승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두 번째 30세이브 시즌을 완성했다. 마무리 전향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기록했고 가장 많은 82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2022시즌 부상으로 부침을 겪으며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마무리 투수로서 가장 안정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들은 이제 예비 FA로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FA 시장에서 불펜 투수의 가치는 낮은 편이다. 샐러리캡 문제로 시장가가 높게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불펜진이 불안한 구단들이면 충분히 눈독들일 수 있다. 그러나 구승민과 김원중을 가장 필요로 하는 팀은 롯데다. 샐러리캡 문제로 시장가가 높게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두 선수가 부재할 경우 믿음직스러운 불펜 자원은 김상수 최준용 정도다. 김상수는 지난해 회춘했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이기에 언제 부진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최준용은 잦은 부상으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기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온다. 박진형은 이제 막 사회복무요원에서 이제 막 소집해제를 했고 이민석은 토미존 수술에서 회복 중이다. 2022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김도규는 지난해 부침을 겪었다. 김진욱 홍민기 이진하 우강훈 등 미완의 자원에 전미르 정현수 등 신인 선수들은 더더욱 검증되지 않았다. 구승민과 김원중이 없는 불펜진을 상상하면 롯데의 고민은 배가 된다.
롯데는 예비 FA 프리미엄을 생각해야 한다. FA 이적시 보상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구승민은 올해 2억4860만 원, 김원중은 2억52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예비 FA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고과 측면에서 소폭의 인상 요인은 충분한 상황.
그러나 롯데가 예비 FA라고 무작정 챙겨줄 수도 없는 실정이다. 롯데의 팀 연봉은 샐러리캡 상한에 임박했다. 지난해부터 처음 시행된 샐러리캡은 2021~2022년까지 2년 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외국인 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구단 등록선수 중 연봉, 옵션 실지급액, FA 연평균 계약금) 등을 합산한 금액의 120%를 샐러리캡으로 정했다. 이 금액은 114억2638만원. 롯데는 지난해 106억4667만 원의 연봉 총액을 기록했다. 샐러리캡 상한 대비 7억7991만 원이 적다. 샐러리캡 소진율은 93.2%. 10개 구단 중 4번째로 많은 연봉 총액을 기록했다.
당장 샐러리캡의 영향으로 FA 내야수 안치홍을 잡지 못했다. 팀 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차지하고 있는 비중, 대체자의 존재 여부를 생각하면 구승민과 김원중은 대체 불가일 수밖에 없고 놓치면 롯데의 미래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뒷문의 핵심이 사라지면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은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최소한의 전력 유지는 해야하고 구승민과 김원중은 그 중심에 서 있다.
구승민과 김원중의 FA 시장가는 추후 책정되겠지만 어느 정도 기준점이 있을 수는 있다. 통산 169세이브를 거둔 김재윤이 이번 FA 시장에서 KT를 떠나 삼성과 4년 총액 58억 원(계약금 20억 원, 연봉총액 28억 원, 인센티브 10억 원)을 맺었다. 김원중의 기준점은 김재윤이 될 수 있다. 구승민의 경우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한 불펜 FA 홍건희가 향후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홍건희는 통산 49세이브 44홀드를 기록했고 올해 22세이브 5홀드의 성적을 남겼다.
과연 롯데는 예비 FA인 구승민과 김원중의 연봉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책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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