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내 자리가 있다고 방심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
최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임기영(31·KIA 타이거즈)은 뜻밖의 한마디를 던졌다.
지난해 임기영의 활약을 생각하면 의외의 답변이었다. 2014년 겨울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로 이적해 2017년 1군 무대를 다시 밟은 그는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았다. 지난 6년간 선발로서 주로 활약하다가 지난해 완전히 불펜으로 전환해 64경기(82이닝) 4승 4패 16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으로 필승조로 거듭났다.
때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는 애니콜이었다. 멀티 이닝을 소화하지 않는 횟수가 35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롱릴리프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득점권 상황에 등판해 위기를 막아내곤 했다. 이에 임기영은"감독님이 항상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데 나는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느 팀이나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면 그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난 선발 경험도 있기 때문에 길게 던질 수도 있고 팀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러한 임기영의 헌신에 KIA 구단은 이번 겨울 투수조 연봉 고과 1위를 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아직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임기영은 올 시즌도 KIA 투수진의 중심으로 활약할 것이 기대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생각이 달랐다. 이유는 올해 KIA 불펜의 두꺼운 뎁스 때문이었다.
임기영은 "원래 매년 캠프에 가면 항상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 자리는 언제나 좋은 선수가 나와서 메울 수 있고, 내가 언제든 못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경쟁한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투수진이 워낙 좋다. 올해도 정말 만만치 않다. 원래 필승조를 맡고 있던 (장)현식이, (전)상현이, (정)해영이가 지난해 아팠고, 난 그 자리를 잠깐 대신했을 뿐이다. 그 선수들이 건강하게 돌아올 텐데 (최)지민이가 많이 좋아졌다. (김)대유 형, (박)준표 형도 있고 (곽)도규에 (윤)중현이까지 경쟁력 있는 선수가 워낙 많아서 내 자리가 있다고 방심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KIA 불펜은 기존 필승조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이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음에도 젊은 선수들의 약진에 평균자책점 3.81(리그 2위)로 단단한 뒷문을 자랑했다. 우승팀 LG 트윈스만이 3.41로 KIA의 앞에 있을 뿐이었다. 최지민의 성장이 가장 컸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5순위로 KIA에 입단한 최지민은 강릉고 시절에는 시속 140㎞ 초반의 느린 직구에 안정적인 제구력이 강점인 좌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최고 구속을 시속 150㎞까지 끌어올리면서 경쟁력이 생겼고,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통해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정규 시즌 성적은 58경기 6승 3패 12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12로 리그에서도 톱급 활약이었다.
기존 필승조 중 전상현도 시즌 중 부상 이슈가 있었음에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팀 내에서 임기영, 이준영과 함께 가장 많은 64경기(58⅔이닝)를 소화하면서 8승 3패 1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15를 마크했다. 이준영은 좌완 원포인트 릴리버로서 33⅔이닝을 확실히 책임지며 1승 무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21의 성적을 올렸다. 다소 주춤했던 윤중현, 장현식도 각각 31경기(28이닝) 평균자책점 3.86, 56경기(51이닝) 평균자책점 4.06으로 버텨줬다.
더욱 업그레이드돼 돌아올 마무리 정해영과 영건 곽도규의 활약도 기대된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90세이브를 올린 정해영은 타이거즈 마무리 계보를 순조롭게 계승 중이다. 지난해 APBC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그는 지난달 이의리, 윤영철, 곽도규, 황동하와 함께 미국의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로 향했다. 그곳에서 구속, 수직 무브먼트, 투구 메커니즘 등을 측정해 정확하게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꼭 맞는 투구 메커니즘과 방향을 잡는 것이 목표다. 리그 톱급 세이브 성공률(88.5%·10세이브 이상 투수 중 5위)이 보여주듯 정신력은 걱정 없는 그이기에 구속과 구위에 있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국가대표 마무리도 꿈은 아니다.
좌완 사이드암 곽도규는 올 시즌 가장 기대받는 투수 유망주다. 도척초-공주중-공주고 졸업 후 2023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42순위로 KIA에 입단한 그는 최지민처럼 지난해 비약적인 구속 상승을 이뤘다. 최고 시속 152㎞의 빠른 공을 던지는 데 성공하면서 최지민, 이준영 말곤 다소 빈약하던 좌완 불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 밖에 LG에서 필승조로 활약했던 김대유, KIA의 기존 필승조 중 하나였던 박준표도 명예 회복을 노린다. 지난해 잘했던 투수조차 방심하면 필승조에서 탈락할 수 있을 정도로 7~9회를 책임질 선수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렇듯 탄탄한 KIA 불펜진은 리그 최강이라 불렸던 LG에도 견줄 만하다는 평가다. 한 KBO 관계자는 "올해 KIA 불펜이면 LG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특히 올해 초반 LG는 고우석, 함덕주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임기영 역시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서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올해 KIA 불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7년 KIA는 타율 0.370의 타격왕 김선빈이 9번을 칠 정도로 역대급 타선, 강한 외국인 원투펀치 그리고 양현종을 위시한 국내 선발진을 바탕으로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불펜이 강한 팀은 아니었다. 평균자책점 5.71로 리그 8위에 머물렀다. 임기영은 "2017년 때는 타선이 정말 좋았다. 외국인 선수도 (양)현종이 형도 좋았는데 불펜은 약했던 것 같다. 그때보다 지금 불펜이 조금 더 체계적이라 외국인 투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올 시즌 성적도 달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경기 차로 가을야구에 실패한 KIA 선수단은 올 시즌 절치부심하며 5강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임기영은 "지난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을 때 선수들이 정말 아쉬워했다. 그래서 올해는 선수들이 다들 무조건 가을야구 가자고 이야기한다"면서 "나 역시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무조건 팀 성적이 나야 된다고 느꼈다. 팀 성적이 나면 내 기록도 따라온다. 지난해보다 무조건 팀을 더 높은 위치에 올려놓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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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영. /사진=KIA 타이거즈 |
최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임기영(31·KIA 타이거즈)은 뜻밖의 한마디를 던졌다.
지난해 임기영의 활약을 생각하면 의외의 답변이었다. 2014년 겨울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로 이적해 2017년 1군 무대를 다시 밟은 그는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았다. 지난 6년간 선발로서 주로 활약하다가 지난해 완전히 불펜으로 전환해 64경기(82이닝) 4승 4패 16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으로 필승조로 거듭났다.
때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는 애니콜이었다. 멀티 이닝을 소화하지 않는 횟수가 35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롱릴리프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득점권 상황에 등판해 위기를 막아내곤 했다. 이에 임기영은"감독님이 항상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데 나는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느 팀이나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면 그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난 선발 경험도 있기 때문에 길게 던질 수도 있고 팀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러한 임기영의 헌신에 KIA 구단은 이번 겨울 투수조 연봉 고과 1위를 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아직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임기영은 올 시즌도 KIA 투수진의 중심으로 활약할 것이 기대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생각이 달랐다. 이유는 올해 KIA 불펜의 두꺼운 뎁스 때문이었다.
임기영은 "원래 매년 캠프에 가면 항상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 자리는 언제나 좋은 선수가 나와서 메울 수 있고, 내가 언제든 못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경쟁한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투수진이 워낙 좋다. 올해도 정말 만만치 않다. 원래 필승조를 맡고 있던 (장)현식이, (전)상현이, (정)해영이가 지난해 아팠고, 난 그 자리를 잠깐 대신했을 뿐이다. 그 선수들이 건강하게 돌아올 텐데 (최)지민이가 많이 좋아졌다. (김)대유 형, (박)준표 형도 있고 (곽)도규에 (윤)중현이까지 경쟁력 있는 선수가 워낙 많아서 내 자리가 있다고 방심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지민이 지난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일본과 결승전 8회말 1사 1, 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내고 포효하고 있다. |
실제로 지난해 KIA 불펜은 기존 필승조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이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음에도 젊은 선수들의 약진에 평균자책점 3.81(리그 2위)로 단단한 뒷문을 자랑했다. 우승팀 LG 트윈스만이 3.41로 KIA의 앞에 있을 뿐이었다. 최지민의 성장이 가장 컸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5순위로 KIA에 입단한 최지민은 강릉고 시절에는 시속 140㎞ 초반의 느린 직구에 안정적인 제구력이 강점인 좌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최고 구속을 시속 150㎞까지 끌어올리면서 경쟁력이 생겼고,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통해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정규 시즌 성적은 58경기 6승 3패 12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12로 리그에서도 톱급 활약이었다.
기존 필승조 중 전상현도 시즌 중 부상 이슈가 있었음에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팀 내에서 임기영, 이준영과 함께 가장 많은 64경기(58⅔이닝)를 소화하면서 8승 3패 1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15를 마크했다. 이준영은 좌완 원포인트 릴리버로서 33⅔이닝을 확실히 책임지며 1승 무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21의 성적을 올렸다. 다소 주춤했던 윤중현, 장현식도 각각 31경기(28이닝) 평균자책점 3.86, 56경기(51이닝) 평균자책점 4.06으로 버텨줬다.
더욱 업그레이드돼 돌아올 마무리 정해영과 영건 곽도규의 활약도 기대된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90세이브를 올린 정해영은 타이거즈 마무리 계보를 순조롭게 계승 중이다. 지난해 APBC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그는 지난달 이의리, 윤영철, 곽도규, 황동하와 함께 미국의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로 향했다. 그곳에서 구속, 수직 무브먼트, 투구 메커니즘 등을 측정해 정확하게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꼭 맞는 투구 메커니즘과 방향을 잡는 것이 목표다. 리그 톱급 세이브 성공률(88.5%·10세이브 이상 투수 중 5위)이 보여주듯 정신력은 걱정 없는 그이기에 구속과 구위에 있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국가대표 마무리도 꿈은 아니다.
곽도규. /사진=KIA 타이거즈 |
좌완 사이드암 곽도규는 올 시즌 가장 기대받는 투수 유망주다. 도척초-공주중-공주고 졸업 후 2023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42순위로 KIA에 입단한 그는 최지민처럼 지난해 비약적인 구속 상승을 이뤘다. 최고 시속 152㎞의 빠른 공을 던지는 데 성공하면서 최지민, 이준영 말곤 다소 빈약하던 좌완 불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 밖에 LG에서 필승조로 활약했던 김대유, KIA의 기존 필승조 중 하나였던 박준표도 명예 회복을 노린다. 지난해 잘했던 투수조차 방심하면 필승조에서 탈락할 수 있을 정도로 7~9회를 책임질 선수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이렇듯 탄탄한 KIA 불펜진은 리그 최강이라 불렸던 LG에도 견줄 만하다는 평가다. 한 KBO 관계자는 "올해 KIA 불펜이면 LG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특히 올해 초반 LG는 고우석, 함덕주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임기영 역시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서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올해 KIA 불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7년 KIA는 타율 0.370의 타격왕 김선빈이 9번을 칠 정도로 역대급 타선, 강한 외국인 원투펀치 그리고 양현종을 위시한 국내 선발진을 바탕으로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불펜이 강한 팀은 아니었다. 평균자책점 5.71로 리그 8위에 머물렀다. 임기영은 "2017년 때는 타선이 정말 좋았다. 외국인 선수도 (양)현종이 형도 좋았는데 불펜은 약했던 것 같다. 그때보다 지금 불펜이 조금 더 체계적이라 외국인 투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올 시즌 성적도 달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경기 차로 가을야구에 실패한 KIA 선수단은 올 시즌 절치부심하며 5강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임기영은 "지난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을 때 선수들이 정말 아쉬워했다. 그래서 올해는 선수들이 다들 무조건 가을야구 가자고 이야기한다"면서 "나 역시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무조건 팀 성적이 나야 된다고 느꼈다. 팀 성적이 나면 내 기록도 따라온다. 지난해보다 무조건 팀을 더 높은 위치에 올려놓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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