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동 나이대 김하성보다 낫습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지난해 원주 마무리 캠프에서 문득 기자에게 한 말이다. 홍 감독은 수비 코치 시절 데뷔 초반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격수 불가론'이 나올 때에도 꿋꿋이 구단에 어필해 끝내 포지션을 관철시킨 지도자. 메이저리그 유격수를 키운 홍 감독이 콕 집어 이야기했을 땐 무언가 남달라 보였다는 이야기다. 홍 감독은 "저 나이대 (김)하성이보다 움직임이 부드럽고 힘을 잘 쓴다"고 말을 하면서도 곧 "올해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제2의 김하성으로 극찬받은 선수는 2023년 KBO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6번으로 키움에 지명된 이승원(20)이다. 도봉초(노원구리틀)-상명중-덕수고를 졸업한 그는 강한 어깨와 감각 있는 수비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았다. 고교 3년간 타율 0.327로 타격도 준수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 받은 무릎 수술 탓에 3학년 시즌을 통으로 뛰지 못했다. 2학년 때만 해도 야수 톱5에 들던 그가 4라운드까지 밀린 이유였다.
최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승원은 "고등학교 때 어깨 다음으로 수비가 제일 자신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무릎을 수술하면서 몸이 둔해지고 움직임에 제약이 많이 걸리다 보니까 그때부터 수비가 많이 안 좋았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어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 올라가는 겨울에 무릎이 안 좋았다. 일단 참았다. 사실 나도 다른 선수의 부상을 틈 타 출전하던 때라 나도 다른 선수에게 밀릴까 봐 걱정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도 구부러지지도 않았다. 아예 걷질 못해 병원에 가니 무릎 연골이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무릎에 핀을 박는 수술을 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무릎 수술 후의 이승원이 프로에서는 2루 혹은 3루로 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키움은 '유격수 이승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시범경기부터 퓨처스리그 내내 유격수로 많은 기회를 받은 이유다. 무릎 수술 전 이승원은 안정적인 수비를 요구하는 한국 야구와 달리 가능한 한 모든 타구에 거침없이 팔을 뻗는 메이저리그식 수비를 하는 선수였다.
다치기 전 몸놀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실책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그를 향한 비난은 배로 쌓였고 그렇게 어떤 공에도 거침없이 달려들던 이승원의 발걸음은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 이승원은 "내 야구는 저돌적이고 과감한 야구였는데 시즌이 흐를수록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며 "기술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흔들린 것이 컸다. 시범경기 이후 SNS로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 많이 움츠러든 내 자신을 보게 됐다. 그래서 한동안 인터넷과 SNS를 피했다. 좋은 조언을 많이 얻고 한참이 지난 뒤 다시 그때의 반응(시즌 초 비난 메시지)를 다시 봤는데 '이걸 봐서라도 내가 정말 잘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차분히 답했다.
지난해 키움은 창단 후 첫 꼴찌를 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훈련에만 매진하는 선배들을 보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가장 큰 힘이 돼준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묻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평소 무서웠던 채종국(49) 수비코치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승원은 "가장 영향을 받은 선수는 (김)혜성이 형이었다. 혜성이 형은 (이)정후 형과 함께 내가 훈련에 일찍 나갔는데도 이미 몸을 풀고 있는 선배였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서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뒤이어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은 채종범 코치님이다. 배울 때 무서울 때도 있지만, 시범 경기부터 1군에 올라갈 때마다 정말 잘 알려주셨다. 채 코치님은 생각하며 훈련하는 걸 바라신다. 예를 들어 펑고를 받을 때도 그냥 '펑고 부탁드립니다' 하면 안 해주셨다. 목적을 갖고 '어떤 걸 보완하고 싶습니다' 하면 그때부터 공을 주신다. 고척 내야가 타구가 빠르다 보니 처음에는 거리감이나 포구나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덕분에 잘 적응했다"고 미소 지었다.
홍원기 감독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홍 감독은 지난달부터 꾸준히 퓨처스 선수부터 1군 선수까지 차례로 일대일 면담을 하고 있다. 기본 30분으로 잡은 면담이 때론 1시간이 넘어갈 정도로 선수의 이야기를 깊이 듣는다. 이승원은 "감독님이 면담 때 김하성 선배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은 '(김)하성이도 고등학교 2학년 때 8번 타자였는데 3학년 때는 4번을 쳤다. 자신감이 붙으니까 파워도 늘었다. 다 그렇게 성장하는 거니까 자신감을 갖고 네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이승원은 지난해 아픔을 딛고 정신적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었다. 선배, 코치, 감독의 말은 위로가 됐고, 짧았던 1군에서의 4경기는 프로 무대를 막연한 두려움에서 도전해 볼 만한 곳으로 바꿔 놓았다. 75~6㎏에서 머물던 몸무게도 근육량을 늘려 83㎏까지 찌웠고 타격폼은 메이저리그 유격수 트레이 터너(31·필라델피아 필리스), 수비는 히어로즈 선배 김하성을 닮으려 애썼다.
이승원은 "터너 선수의 스윙이 내가 원하던 타격폼이라 이번 비시즌 때 많이 참고했다. 타격폼을 똑같이 따라 하기보단 느낌을 가져가려 한다"며 "난 수비 범위를 넓게 가져가는 편이다. 화려한 플레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김하성 선배님을 많이 참고했다. 선배님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플레이를 많이 하신다. 예를 들어 어떤 타구가 왔을 때 나 같으면 하나만 편하게 잡고 던졌을 것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낸다. 어려운 타구도 미리 생각하고 플레이하는 것이 많다. 그렇게 선배처럼 미리 생각하고 공을 잡고 던지는 리듬 자체를 익히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고교 때 성적이 보여주듯 타격에서도 강점이 있는 타자다. 홍 감독이 수비만 놓고 김하성을 떠올렸을 리 없다.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 중에서는 일단 3할 타율에 욕심을 냈다. 이승원은 "3할 유격수가 희귀하지 않나. 콘택트에 조금 더 자신이 있기도 하다. 1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타격과 수비를 다 잘해야 하지만, 그보단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물론 팀 입장에서는 안정감 있는 선수가 좋을 테지만, 과감하고 화려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도 하나쯤은 있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재미있게 경기를 보게 되는 선수, 그런 측면으로 내 장점을 어필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지금의 (김)혜성이 형처럼 팀에서 대체할 수 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팬들로부터 어떤 상황이든 '이승원이 나오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선수가 목표"라며 "조금 더 먼 미래에는 김하성 선배님이 강정호 선배님보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것처럼 나도 언젠가 선배들보다 조금 더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움 히어로즈의 이승원. /사진=김동윤 기자 |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지난해 원주 마무리 캠프에서 문득 기자에게 한 말이다. 홍 감독은 수비 코치 시절 데뷔 초반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격수 불가론'이 나올 때에도 꿋꿋이 구단에 어필해 끝내 포지션을 관철시킨 지도자. 메이저리그 유격수를 키운 홍 감독이 콕 집어 이야기했을 땐 무언가 남달라 보였다는 이야기다. 홍 감독은 "저 나이대 (김)하성이보다 움직임이 부드럽고 힘을 잘 쓴다"고 말을 하면서도 곧 "올해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제2의 김하성으로 극찬받은 선수는 2023년 KBO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6번으로 키움에 지명된 이승원(20)이다. 도봉초(노원구리틀)-상명중-덕수고를 졸업한 그는 강한 어깨와 감각 있는 수비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았다. 고교 3년간 타율 0.327로 타격도 준수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 받은 무릎 수술 탓에 3학년 시즌을 통으로 뛰지 못했다. 2학년 때만 해도 야수 톱5에 들던 그가 4라운드까지 밀린 이유였다.
최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승원은 "고등학교 때 어깨 다음으로 수비가 제일 자신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무릎을 수술하면서 몸이 둔해지고 움직임에 제약이 많이 걸리다 보니까 그때부터 수비가 많이 안 좋았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어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 올라가는 겨울에 무릎이 안 좋았다. 일단 참았다. 사실 나도 다른 선수의 부상을 틈 타 출전하던 때라 나도 다른 선수에게 밀릴까 봐 걱정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도 구부러지지도 않았다. 아예 걷질 못해 병원에 가니 무릎 연골이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무릎에 핀을 박는 수술을 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무릎 수술 후의 이승원이 프로에서는 2루 혹은 3루로 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키움은 '유격수 이승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시범경기부터 퓨처스리그 내내 유격수로 많은 기회를 받은 이유다. 무릎 수술 전 이승원은 안정적인 수비를 요구하는 한국 야구와 달리 가능한 한 모든 타구에 거침없이 팔을 뻗는 메이저리그식 수비를 하는 선수였다.
덕수고 시절 이승원(오른쪽). |
다치기 전 몸놀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실책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그를 향한 비난은 배로 쌓였고 그렇게 어떤 공에도 거침없이 달려들던 이승원의 발걸음은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 이승원은 "내 야구는 저돌적이고 과감한 야구였는데 시즌이 흐를수록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며 "기술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흔들린 것이 컸다. 시범경기 이후 SNS로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 많이 움츠러든 내 자신을 보게 됐다. 그래서 한동안 인터넷과 SNS를 피했다. 좋은 조언을 많이 얻고 한참이 지난 뒤 다시 그때의 반응(시즌 초 비난 메시지)를 다시 봤는데 '이걸 봐서라도 내가 정말 잘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차분히 답했다.
지난해 키움은 창단 후 첫 꼴찌를 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훈련에만 매진하는 선배들을 보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가장 큰 힘이 돼준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묻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평소 무서웠던 채종국(49) 수비코치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승원은 "가장 영향을 받은 선수는 (김)혜성이 형이었다. 혜성이 형은 (이)정후 형과 함께 내가 훈련에 일찍 나갔는데도 이미 몸을 풀고 있는 선배였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서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뒤이어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은 채종범 코치님이다. 배울 때 무서울 때도 있지만, 시범 경기부터 1군에 올라갈 때마다 정말 잘 알려주셨다. 채 코치님은 생각하며 훈련하는 걸 바라신다. 예를 들어 펑고를 받을 때도 그냥 '펑고 부탁드립니다' 하면 안 해주셨다. 목적을 갖고 '어떤 걸 보완하고 싶습니다' 하면 그때부터 공을 주신다. 고척 내야가 타구가 빠르다 보니 처음에는 거리감이나 포구나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덕분에 잘 적응했다"고 미소 지었다.
홍원기 감독(검은색 옷)이 지난해 원주 마무리캠프에서 이승원(왼쪽) 및 내야수들의 수비를 직접 봐주고 있다. 당시 홍 감독은 이승원의 송구 동작과 연결 동작을 5분 정도 지켜본 뒤 손목 스냅 관련해 직접 코치하기도 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
홍원기 감독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홍 감독은 지난달부터 꾸준히 퓨처스 선수부터 1군 선수까지 차례로 일대일 면담을 하고 있다. 기본 30분으로 잡은 면담이 때론 1시간이 넘어갈 정도로 선수의 이야기를 깊이 듣는다. 이승원은 "감독님이 면담 때 김하성 선배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은 '(김)하성이도 고등학교 2학년 때 8번 타자였는데 3학년 때는 4번을 쳤다. 자신감이 붙으니까 파워도 늘었다. 다 그렇게 성장하는 거니까 자신감을 갖고 네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이승원은 지난해 아픔을 딛고 정신적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었다. 선배, 코치, 감독의 말은 위로가 됐고, 짧았던 1군에서의 4경기는 프로 무대를 막연한 두려움에서 도전해 볼 만한 곳으로 바꿔 놓았다. 75~6㎏에서 머물던 몸무게도 근육량을 늘려 83㎏까지 찌웠고 타격폼은 메이저리그 유격수 트레이 터너(31·필라델피아 필리스), 수비는 히어로즈 선배 김하성을 닮으려 애썼다.
이승원은 "터너 선수의 스윙이 내가 원하던 타격폼이라 이번 비시즌 때 많이 참고했다. 타격폼을 똑같이 따라 하기보단 느낌을 가져가려 한다"며 "난 수비 범위를 넓게 가져가는 편이다. 화려한 플레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김하성 선배님을 많이 참고했다. 선배님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플레이를 많이 하신다. 예를 들어 어떤 타구가 왔을 때 나 같으면 하나만 편하게 잡고 던졌을 것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낸다. 어려운 타구도 미리 생각하고 플레이하는 것이 많다. 그렇게 선배처럼 미리 생각하고 공을 잡고 던지는 리듬 자체를 익히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고교 때 성적이 보여주듯 타격에서도 강점이 있는 타자다. 홍 감독이 수비만 놓고 김하성을 떠올렸을 리 없다.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 중에서는 일단 3할 타율에 욕심을 냈다. 이승원은 "3할 유격수가 희귀하지 않나. 콘택트에 조금 더 자신이 있기도 하다. 1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타격과 수비를 다 잘해야 하지만, 그보단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물론 팀 입장에서는 안정감 있는 선수가 좋을 테지만, 과감하고 화려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도 하나쯤은 있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재미있게 경기를 보게 되는 선수, 그런 측면으로 내 장점을 어필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지금의 (김)혜성이 형처럼 팀에서 대체할 수 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팬들로부터 어떤 상황이든 '이승원이 나오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선수가 목표"라며 "조금 더 먼 미래에는 김하성 선배님이 강정호 선배님보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것처럼 나도 언젠가 선배들보다 조금 더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동기 이승원(오른쪽)과 김건희. /사진=키움 히어로즈 |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