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식비랑 항공료, 숙소까지 모든 지원을 다 해주셔서…너무 감사했다.”
한화 우완 투수 남지민(23)은 지난 8일부터 22일까지 2주 일정으로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한화 출신 메이저리거 류현진(37)이 이끄는 미니 캠프 멤버로 함께 운동했다. 지난해 전남 강진에서 비시즌 훈련을 같이 한 선배 장민재(34)의 추천을 받아 후배 김기중(22)과 함께 류현진 캠프 신규 멤버로 합류했다.
남지민은 “민재 선배님이 작년에도 챙겨주셨는데 이번에도 감사하게 같이 가자고 해주셔서 류현진 선배님과 같이 할 수 있었다. 식비랑 항공료, 숙소까지 모든 지원을 다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류현진 선배님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다. 옆에서 보고 물어보면서 왜 선배님이 그렇게 야구를 잘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류현진과 남지민은 구면이다. 지난 2022년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 기간 류현진이 친정팀 한화 스프링캠프를 찾아 훈련할 때 남지민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 큰 존재이다 보니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때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고,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주 동안 계속 붙어다니면서 류현진과 가까워졌고, 많은 것을 깊게 물어볼 수 있었다.
남지민은 “선배님께 여러 변화구에 대해 많이 여쭤봤고, 그립도 계속 바꿔가면서 던져봤다. 지난해 교육리그, 마무리캠프 때부터 스플리터를 연습했는데 이제 손에 익은 것 같다”며 “원래 변화구를 이것저것 던졌는데 확실한 게 필요할 것 같아 스플리터 중심으로 연습했다. 류현진 선배님께 커터도 배웠는데 변화구의 퀄리티를 높여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완 정통파 투수 남지민은 최고 153km, 평균 146km 빠른 직구가 매력적인 투수다. 흔히 말하는 볼끝이 좋은 유형으로 포수 미트에 차고 들어오는 구위가 좋다. 스태미나도 갖춰 빠른 공의 지속성도 좋지만 이를 뒷받침할 변화구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아쉽다.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지만 제구가 조금이라도 몰리는 날에는 직구 타이밍에 맞아나가곤 했다.
어떻게든 변화구를 추가하고, 완성도를 높여야 할 상황에서 류현진을 만난 게 의미 있다. 신인 시절 대선배 구대성에게 배워 습득한 체인지업으로 유명한 류현진은 어깨 수술 후 구속, 구위가 떨어지자 커터를 장착해 재기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느린 커브 비율을 높여 완급 조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커맨드도 좋지만 변화구 습득과 구사, 활용 방법에 있어 노하우가 남다르다. 돈 주고도 배우기 어려운 이런 류현진의 노하우를 공짜로 배운 남지민에겐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다소 주춤한 시즌을 보내 아쉬움이 있는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상위 지명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남지민은 팀의 핵심 유망주로 2022년 20번의 선발등판 기회를 받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동주, 김서현과 함께 한화의 우완 유망주 트리오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해 16경기(7선발·37⅔이닝) 1승7패 평균자책점 6.45로 고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소득도 있었다. 9이닝당 볼넷을 4.6개에서 3.1개로 크게 줄였다.
남지민은 “지난해 아쉬움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볼넷을 줄인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몰리는 공들이 많아 결과가 안 좋았는데 볼넷을 줄인 것처럼 제구의 퀄리티를 높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나기 전 일본 미야자키로 날아가 참가한 교육리그에서 5경기(1선발·8⅓이닝) 평균자책점 3.24 WHIP 0.84로 호투한 것도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새 시즌에는 일단 불펜으로 준비를 한다.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까지 선발 3명이 확정된 한화는 4~5선발 자리를 두고 이태양, 김민우, 김기중, 황준서가 우선 경쟁한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남지민은 1군 불펜으로 준비한다. 개막 엔트리에 못 들어가면 퓨처스 쪽에서 선발로 준비하겠지만 1군 불펜으로 잘 던지면 계속 불펜으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짧은 이닝, 힘을 압축해서 던지면 충분히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유형이라 한화 불펜의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다.
남지민은 “보직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자리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잘 잡을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며 “아프지 않고 1군에 최대한 오래 붙어있는 게 목표다. 기록적인 목표는 그때 가서 천천히 잡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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