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이 선수가 없었으면 2023년 롯데 자이언츠의 내야진은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다. 롯데 내야수 박승욱(32)은 헌신했던 시간들을 데뷔 첫 억대 연봉으로 보상 받았다. 커리어 위기에 놓였던 방출생은 2년 만에 억대 연봉 선수로 거듭났다.
박승욱은 지난해 123경기 타율 2할8푼6리(290타수 83안타) 30타점 15도루 OPS .733의 성적을 남겼다. 주전이 아닌 백업급 선수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 3할4푼8리로 해결사 역할까지 도맡았다. 지난해 ‘득점권의 박승욱’은 믿고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팀이 필요한 순간 박승욱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이는 수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박승욱은 지난해 2루수로 77경기(44선발) 447⅓이닝, 3루수로 39경기(22선발)190⅔이닝, 유격수로 22경기(15선발) 134이닝, 1루수 2경기 2이닝을 소화하면서 내야 전포지션에서 제 몫을 다했다. 내야진 주전들이 지치거나 부진했을 때, 또 부상을 당했을 때 1순위로 호출 받은 만능 백업이었다. 결국 박승욱은 준주전급으로 기회를 받으면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박승욱의 기여도는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로도 증명된다. ‘스포츠투아이’ 기준 WAR 1.62로 팀 내 5위를 기록했다. 박승욱의 앞에 위치한 전준우(4.52), 안치홍(3.04), 유강남(2.21), 노진혁(2.14)은 모두 FA 계약을 맺은 고액 연봉 선수들. 그러나 박승욱의 지난해 연봉은 7000만원이었다. 박승욱은 연봉 대비 200%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면서 롯데 내야진의 묵묵한 버팀목이 됐다.
이러한 박승욱의 헌신과 활약상은 연봉으로 보상 받았다. 박승욱은 지난해 대비 92.9%가 상승한 1억3500만원에 2024년 연봉계약을 맺었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로 SK에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단한 박승욱은 데뷔 13년차에 첫 억대 연봉을 받게 됐다.
약 2년 전 박승욱의 신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박승욱은 SK에 입단한 뒤 2019년 KT로 트레이드가 됐고 2021년 정규시즌이 한창이던 9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박승욱의 커리어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때 롯데가 박승욱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조건적인 영입이 아니었다.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이제 갓 입단한 신인 선수들과 20대 초반의 경험 없는 선수들이 뛰는 교육리그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당시 10년차 선수였던 박승욱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했기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결국 박승욱은 테스트를 통과하며 롯데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22시즌이 롯데에서 새출발을 하게 되면서 받은 연봉은 3000만원, 최저연봉이었다.
하지만 박승욱은 지난 2년 동안 자신의 가치를 다시 정립했다. 입지는 달라졌고 이제는 롯데 내야진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존재가 됐다. 소금 같은 활약과 헌신을 구단은 인정했고 이제는 억대 연봉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박승욱의 2024시즌은 또 다시 도전이자 새로운 기회다. 주전 2루수였던 안치홍이 한화와 4+2년 72억 원의 FA 계약을 맺고 떠났다. 2루수 자리가 공석이 됐다. 박승욱에게도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물론 경쟁과 도전은 피할 수 없다. 한 포지션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던 고승민을 비롯해 2차 드래프트에서 합류한 오선진과 최항, 그리고 캠프 출발 직전 FA로 영입한 김민성 등과 경쟁해야 한다.
2루 경쟁을 펼치고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박승욱의 출장 시간이 극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2루 뿐만 아니라 3루와 유격수 자리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줬다. 주전 3루수가 될 한동희는 오는 6월 국군체육부대 입대 가능성이 높고 유격수 노진혁의 몸 상태도 확신할 수 없다. 주전급 백업 선수가 중요한데 박승욱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박승욱은 지난해를 되돌아보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제 야구에 대해서 확신이 생겼고 정립도 됐다.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라고 말하면서 “모든 선수들은 주연을 목표로 한다. 기회가 된다면 욕심을 내보고 싶다. 제 야구가 정립된 것이 있기 때문에 이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주전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박승욱의 새로운 야구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헌신과 활약상을 온전히 보상 받은 박승욱. 지난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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