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뿐인데 직무정지까지?' 대체 왜 김종국 감독에서 진갑용 수석코치로 교체했나 '스캠 앞둔 KIA 빠른 결단'
입력 : 2024.01.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김종국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가 스프링캠프를 이끌 수장으로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국(51) 감독 대신 진갑용(50) 수석코치로 교체했다. 아직 정확한 혐의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KIA의 빠른 결단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IA는 28일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27일 김종국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김종국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스프링캠프 출국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나온 충격적인 소식이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호주 캔버라(1차)와 일본 오키나와(2차) 두 곳에서 연달아 여는 KIA는 30일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시드니로 떠날 예정이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는 코칭스태프 20명, 선수 47명 등 67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선수단은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으로 구성됐다. 2024년 신인 가운데에서는 투수 조대현과 김민주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에 앞서 코칭스태프는 1월 29일 오후 8시 같은 비행기편으로 하루 먼저 호주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이 명단에서 김종국 감독은 빠지게 됐다.

KIA 관계자는 발표 직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김종국 감독은 현재 금품 수수와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몇 주 전 독립 구단 뒷돈 의혹과 별개의 건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으로 아직 혐의가 밝혀진 것은 없기에 일단 직무 정지만 시켜놓은 상태다. 현재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답했다.

김종국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스타뉴스 취재에 따르면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 본인이 아닌 제보로 검찰 수사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품 수수 관련이라는 것과 검찰에서 조사를 시작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이번 일이 정확히 어떤 경로로 시작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 결정을 내렸을 때는 이유가 다양하다. 경찰 수사 후 증거를 확보하고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로 송치하는 경우가 있고, 거꾸로 경찰에서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해도 누군가의 이의 신청을 통해 검찰에서 수사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있었던 장정석(51) 전 단장의 박동원(34·LG)에 대한 금품 요구 의혹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로가 됐든 KIA로서는 김종국 감독이 해당 사안으로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이끌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는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2년도 훌쩍 지나간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정석 전 KIA 단장의 뒷돈 의혹이다. 지난해 4월 6일 KBO는 "최근 이어진 리그 내 부정 및 품위손상 행위 및 의혹에 대해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공감하며 엄중히 대처하기 위해 검찰 수사의뢰 등을 조치했다"며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의혹으로 KIA에서 해임된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해 검찰에 4월 5일 수사 의뢰를 했다. KBO는 전 소속 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위서 및 관련 자료를 검토했으며 4월 4일 조사위원회 검토 및 논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뉴시스에 따르면 배임수재 혐의를 받은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 2~3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은 지난해 11월 30일이었고, 아직 해당 건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김종국 감독도 앞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1월 30일 출국 후 3월 중순에야 귀국하는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이끌기는 어렵다.

김종국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2024년 KIA 스프링캠프 명단. /사진=KIA 타이거즈
2024년 KIA 스프링캠프 명단. /사진=KIA 타이거즈

KIA로서는 날벼락 같은 상황이다. 올해 KIA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2024시즌 가장 위협적인 팀으로 KIA와 KT 위즈를 꼽은 후부터 야구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LG,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KT와 함께 KIA를 3강으로 꼽는 시선이 많아졌다.

2023년 주축 선수들의 숱한 부상으로 온전한 전력을 갖춘 때가 두 달도 채 안 됐음에도 1경기 차로 아깝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선수단의 저력이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부상 선수들이 돌아왔던 8월 말부터 9월 초에는 폭발적인 페이스로 9연승을 내달리며 6위에서 2위와 단 3경기 차 5위까지 순위를 크게 올렸다.

지난해 8월 24일 수원 KT 전부터 9월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KIA는 9경기에서 78득점 26실점으로 경기당 평균 8.6점을 뽑아내는 가공할 득점력을 보였다. 박찬호-김도영 두 테이블세터가 상대 진영을 흔들고 나성범-최형우-소크라테스 브리토로 이뤄진 클린업이 그들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김선빈-김태군이 준수한 콘택트 능력으로 다시 기회를 만들고 변우혁이 한 방을 보여주거나, 최원준이 빠른 발과 콘택트로 상위 타선에 바통을 넘기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광주에서 만난 최형우는 "다들 우리가 올해 기대되는 이유로 지난해 9연승 때 타선의 폭발력을 이야기한다. 나도 그때가 기억에 남지만, 그보단 부족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크다고 봤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이 도는 걸 보면 상대 입장에서 쉬어갈 선수가 없다. 그걸 보며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동안은 우리 팀이 5강권이라 말해 왔는데 이젠 상위권이랑도 해볼 만하다. 특히 야수만 봤을 땐 정말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자신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KIA는 모든 포지션에 최소 2명 이상의 선수가 기대받을 만큼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외야에는 좌익수 소크라테스, 중견수 최원준, 우익수 나성범이 버티고 있고, 고종욱, 이창진, 김석환이 백업으로 들어간다. 내야는 3루수 김도영, 유격수 박찬호, 2루수 김선빈의 자리가 확고하며 백업으로 김규성, 윤도현, 정해원, 박민 등 유망주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여기에 MVP 출신 베테랑 서건창까지 새로이 가세했다. 안방에는 김태군과 한승택 그리고 한층 성장한 한준수가 있다. 가장 주전 자리가 불투명한 1루에는 기존의 황대인, 변우혁에 지난해 커리어 처음 타율 3할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이우성이 프로 데뷔 처음으로 1루수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왼쪽부터 KIA의 클린업 최형우,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사진=KIA 타이거즈
왼쪽부터 KIA의 클린업 최형우,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사진=KIA 타이거즈
4번타자 최형우(오른쪽)와 리드오프 박찬호. /사진=KIA 타이거즈
4번타자 최형우(오른쪽)와 리드오프 박찬호. /사진=KIA 타이거즈

마치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KIA가 떠오른다는 타선이다. 당시 KIA 타순은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타순이 없었다. 타율 0.370의 타격왕 김선빈이 9번을 치고 25홈런 89타점의 이범호 현 KIA 1군 타격코치가 7번을 치던 시절이었다.

최형우는 "폭발력은 어느 팀이나 잠깐씩 있을 수 있지만, 상대 팀이 봐도 '타선이 좋다'고 느낄 정도가 되면 정말 좋은 것이다. 예전에는 우리가 강팀이라 불리려면 후배들이 커야 한다고 말했었다. 주전 라인업 9명 중에 3~4명이 더 커야 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9명이 다 갖춰졌다. 이제는 자신 있게 상위권 말고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보완할 점으로 꼽은 외국인 투수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최근 외국인 투수 영입 실패 사례가 많았던 KIA는 그만큼 몸 상태 확인과 기량 파악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했다. 최형우는 아직 외국인 투수 영입이 없던 시점에서 "외국인 투수만 괜찮으면 된다. 에릭 페디(전 NC 다이노스)급도 필요 없다. 150이닝만 뛰어 주는 외국인 투수만 와도 할만할 것 같다. 올해 충분히 우승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었다.

꼼꼼하게 살피고 데려온 결과가 우완 윌 크로우(30)와 제임스 네일(31)이다. 토종 선발진이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 김기훈 등으로 전부 좌완인 탓에 외국인 투수는 우완 이닝이터를 우선적으로 찾았다. KIA는 2020년 애런 브룩스(34)-드류 가뇽(34) 이후 외국인 투수 두 명이 풀시즌을 치르는 것조차 보기 힘들었다. 특히 기본적으로 바라는 요건인 이닝 이팅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2018년 헥터 노에시(37)가 174이닝을 던진 후 17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를 찾기 어려웠다.

새 외국인 투수 100만 달러 상한선과 갈수록 해외 진출을 꺼려 수준급 선수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KIA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데려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크로우는 키 185㎝, 몸무게 108㎏의 큰 체격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이 강점인 1선발 유형의 투수다. 마이너리그에서는 75경기 중 59경기를 선발로 뛸 정도로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받는 어깨 부상도 한국과 미국 양쪽의 병원에서 교차 검진을 통해 확실하게 건강을 확인했다. 네일은 11년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튼튼한 신체를 바탕으로 뛰어난 제구력과 땅볼 유도가 장점인 2선발 유형의 투수다. 마이너리그 8시즌 동안 9이닝당 볼넷 개수가 2.6개에 불과했고 주 무기인 싱커는 최고 153㎞의 포심 패스트볼(직구)보다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꾸린 67명의 선수와 함께 호주 캔버라에서 '3일 훈련 1일 휴식' 체제로 체력 및 기술, 전술 훈련을 소화한 뒤 2월 21일 일본으로 건너가 3월 6일까지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본격적인 실전 체제에 돌입한다. 또한 2월 25일 KT와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KBO 리그 팀들과 5차례의 실전과 27일에는 일본 프로야구팀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평가전으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KIA의 새 외국인 원투펀치 윌 크로우(왼쪽)와 제임스 네일. /사진=KIA 타이거즈
KIA의 새 외국인 원투펀치 윌 크로우(왼쪽)와 제임스 네일. /사진=KIA 타이거즈
장정석 KIA 전 단장. /사진=뉴시스
장정석 KIA 전 단장. /사진=뉴시스

선수단도 우승이라는 목표 매우 의욕적이었던 상황. 그러나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뜨거웠던 선수단의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더욱이 김종국 감독은 몇 주 전에도 좋지 않은 일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최근 경기도 소재 한 독립 야구단에서 은퇴한 A씨는 지난달 KBO 클린베이스볼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그가 뛰던 독립야구단 임원 B씨의 사기 혐의를 신고했다. 임원 B씨가 김종국 감독의 친분을 내세워 KIA 육성선수 입단을 미끼로 A씨의 부모님에게 수천만 원을 요구했고, 임원 B씨가 김종국 감독에게 부모의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었다.

당시 KIA는 해당 의혹에 강경하게 대처했다. 독립 야구단 뒷돈 의혹에 구단은 김종국 감독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를 통해 직접 입장을 소명했다. KIA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1월 4일 서면으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입장을 정리해 보냈다. 정확하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KBO 관계자 역시 스타뉴스에 "A씨는 김종국 감독에게 부모의 돈이 전달됐다고 주장했으나, 그것도 임원 B로부터 들었을 뿐 정황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KIA 구단에 확인했고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A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유해 행위가 발견되면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상황을 정리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검찰이 직접 수사에 들어감에 따라 KIA도 사실 관계와 관련 없이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KIA 구단으로서는 고위 관계자가 2년 연속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KIA는 시즌 시작 직전 장 전 단장의 뒷돈 의혹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장 전 단장은 2022년 KIA 소속이었던 박동원과 연장계약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KIA 구단은 지난해 3월 28일 관련 내용을 파악했고 3월 29일 징계위원회를 소집했다. 장 전 단장은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서면으로 본인의 입장을 전달했다. KIA는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은 뒤 대화 내용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품위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장정석 단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해임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KIA 구단은 "지난해 모 선수(박동원)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지난주에 받은 후 사실 관계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장정석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장 전 단장과 관련해 강경한 대처를 했던 KIA 구단의 행보로 볼 때 김종국 감독의 미래도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볼 순 없다.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정이 나오더라도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도 짧지도 않다.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야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을 선수들의 사기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진갑용 수석코치로서는 혼란스러운 팀 분위기를 추슬러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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