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밤에 피는 꽃'의 기세가 무섭다. '극한직업'을 기점으로 코믹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던 이하늬가 이번 작품에서 그 방점을 찍었다는 반응이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은 밤이 되면 담을 넘는 십오 년 차 수절과부 여화(이하늬 분)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갓벽남 종사관 수호(이종원 분)의 담 넘고 선 넘는 아슬아슬 코믹 액션 사극. 첫 방송부터 7.9%로 가뿐히 역대 MBC 금토드라마 첫방 시청률 1위에 오른 '밤에 피는 꽃'은 단 3회만에 10%를 넘는 기록을 일궜다.(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
'밤에 피는 꽃'은 이하늬가 출산 후 선보이는 첫 작품. 2021년 방송된 SBS '원 더 우먼' 이후 약 3년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이하늬에게 있어 코믹은 주특기나 마찬가지다.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2019년 영화 '열혈사제'로 데뷔 10년만에 '천만배우'로 등극한 이하늬는 마치 딱 맞은 옷을 찾은 것처럼 코믹 장르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하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열혈사제'는 최고 22%, 첫 원톱 주연작인 '원 더 우먼'은 최고 17.8%를 기록하면서 연이어 흥행을 거뒀다. 이하늬 역시 두 작품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품에 안았고, 그 사이 이하늬표 코믹연기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김치찌개 맛집' 밈(meme)처럼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맛'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에 '밤에 피는 꽃' 공개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비슷한 톤의 캐릭터를 연이어 맡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일기도 했지만, 오히려 여러 차례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믿고 보게 만든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있듯, 이하늬 특유의 코믹 연기에 신뢰와 기대를 안고 기다리는 팬층이 생겨난 것.
그리고 이하늬는 이들의 기대에 보란듯이 부응했다. 작중 이하늬가 맡은 조여화는 좌의정 댁 맏며느리이자 15년차 수절 과부이지만, 밤이 되면 복면을 쓴 채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찾아 담을 넘는 이중생활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엄한 시어머니의 감시 아래 조신한 양반집 며느리 행세를 하면서도, 투철한 정의감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조여화 캐릭터는 도회적인 이미지와 망가짐을 불사하는 호쾌함을 두루 지닌 이하늬와 만나 매력이 배가 됐다.
이하늬는 망문 과부가 됐음에도 처지를 비관하거나 멈춰서는 것보다는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을 하는 조여화와 '혼연일체' 돼,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자칫 무거워질수도, 또 너무 가볍게 여겨질수도 있지만 진중함과 웃음을 적절히 오가는 탁월한 완급조절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
이 같은 모습은 조여화가 주변인들과 얽힐때에 더욱 빛을 발한다. 연선(박세현 분)과 시어머니 유금옥(김미경 분)부터 박수호(이종원 분)까지, 캐릭터간 '환장 케미'의 중심에는 코믹과 액션, 로맨스를 오가는 이하늬의 분투가 있었다. 여기에 실종된 오라버니 조성후(박성우 분)를 둘러싼 미스터리까지 암시되면서 더욱 다채로운 연기혈전을 기대케 했다.
그 결과 '밤에 피는 꽃'의 시청률은 6회만에 12.5%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을 휩쓸었던 '연인'의 최고 기록인 12.9%를 단 3주만에 따라잡은 셈이다. 이제야 중반부 전개에 들어선 만큼, 17.4%로 역대 MBC 금토드라마 1위를 기록한 '옷소매 붉은 끝동'을 넘어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쳐지고 있다. 자신만의 장르를 일군 이하늬가 또 어떤 활약을 이어갈지 이목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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