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펄 시스터즈 배인순이 최고의 가수에서 25년 전 재벌가로 시집을 가면서 겪은 시집살이 등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놨다.
1일 오후 방송된 KBS2 예능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는 쌍둥이 자매 가수 펄 시스터즈의 배인순이 사선가에 당도해 멤버들을 만났다.
큰언니 박원숙의 찐팬인 배인순은 "타 방송 작가에게 박원숙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서 직접 연락했다"며 개인적인 인연이 없지만 용기내서 연락했다고 밝혔다. 박원숙은 배인순을 따뜻하게 맞아줬고, 등갈비김치찜을 준비하는 등 푸짐한 한 상을 마련했다.
1960년대 레전드 자매 그룹 펄 시스터즈는 파격적인 음악과 독보적인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1968년 앨범 판매 100만장을 기록했다. '님아' '커피 한잔' '마음은 집시' '사랑의 교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놨고, 걸그룹 최초 가수왕을 수상했다.
한국을 접수하고 일본과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고, 배인순은 이 시기에 재벌 최원석 회장과 결혼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최원석은 전 동아그룹 회장으로, 그룹 최전성기에는 재계 순위 10위까지 올랐다. 두 사람은 1976년 결혼했지만, 24년 만에 이혼했고, 최원석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해외 진출에 실패한 배인순은 "그때 미국에 결혼하자고 남자(최원석 회장)와 시누이가 찾아와서 프러포즈를 하더라. 그래서 동생도 팽개치고 결혼했다"며 "레코딩 가수가 안되면 그냥 결혼하자는 심정이었다.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다.
결혼 중간에는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고통스러웠다고. 그는 "시어머니가 사람을 못 살게 했다. 쉬운 예를 들면 이게 까만데 까맣다고 하면, '그게 어디 까맣냐 하얗지'라고 하셨다. 내가 '아닌데요' 그랬다가 야단 맞았다. 그럼 곧바로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하고 빌었다. 그러니까 내 도리만 하면서 속으론 '어머니를 어떻게 피해갈까?' 그 생각만 했다. 시댁과 100m 거리에 살았는데, 근처만 가도 가슴이 뛰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배인순은 "제일 후회 되는 건 지금 시어머니가 그렇게 생각난다. '시어머니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싶다. 그 분이 여자의 일생으로 보면 불쌍한 분이다. 부잣집 딸인데 사랑이 부족하고 남편은 건설업을 하니까 한번 떠나면 6개월씩 집을 비웠다. 남편의 사랑도 없었다. 한 여자로 돌아봤을 때 외로웠다. 사랑을 받을 줄도, 주는 방법도 몰랐다. 날 미워할수록 살갑게 대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 왜 속으로 미워만하고 그랬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박원숙은 "친정 엄마는 속으로 안 미워했고, 진심으로 대했을 친정 엄마와 달리 시어머니에겐 기본적인 도리만 했기 때문에 후회가 남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배인숙도 크게 공감했다.
혜은이는 "근데 선배님 죄송한데 이혼한 걸 지금 후회하신다고 했는데"라며 이유를 궁금해했고, 배인순은 "나이 먹을수록 남편이 있어야 된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1년 전부터 기도를 했다. '정말 마지막에 저 사람을 간호하고 내 손으로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나도 (전 남편한테) 못한 게 많다. 아내로서 부족한 게 많다"며 "어느 날 전 남편이 꿈에 나타났다. 저기서 걸어오더니 날 못 본 척하고 지나갔다. 그 꿈을 꾸고 화요일에 아들한테 전화해서 꿈 얘기를 했는데, 전 남편이 그 다음날 수요일 아침에 돌아가셨다. 이후 빈소에는 안 갔다"고 했다.
결혼 생활을 끝낸 뒤 이혼의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배인순은 "내가 왜 이혼녀가 됐지? 믿어지지 않았다. 참고 참는다고 살았는데 마지막에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그런 죄의식이 있었다"며 "이혼으로 인해 자식들이 상처 받고 걔네들한테 얼마나 아픔을 줬을까 생각만 하면 너무 큰 죄인이라는 생각에 이혼하고 5년간 집 밖을 안 나갔다. 우리 막내아들만 밥 해서 먹이고 아무도 안 만났다. 5년이 지나면서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노래가 가사가 나한테 용기를 줬다. '나도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거야'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내 판단이었고, 잘못된 생각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세금을 하나 낼 줄 아나, 은행을 갈 줄 아나, 지금까지 다 남들이 해 준 공짜로 살아온 삶이었다. 24년을 그렇게 살아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렇게 살다가 나온 게 잘못이었고, 그때부터 사기꾼을 만났다. 사기꾼이 돈 냄새를 잘 맡는다. 통장째로 누구한테 맡기고 찾아썼는데, 사기꾼이 통장째로 들고 러시아로 도망갔다. 칼날 위에 서 있는 한순간이 있었다. 근데 우리 막내아들 때문에 살았다"며 힘든 기억을 되짚었다.
배인순은 위자료로 받은 돈을 모두 사기 당하고 죽고 싶었다며, "죽으면 이 모든 걸 잊어버릴텐데 싶더라. 그때 우리 아들을 보니까 아직도 홀로서기가 안 되는 아들을 두고 가면 죄인이 될 것 같았다. 아들을 홀로서기 시켜놓고 간다 다짐했다. 그렇게 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아들이 날 지금까지 살렸다"며 자식을 향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 hsjssu@osen.co.kr
[사진]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