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캔버라(호주), 이후광 기자] 전직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KIA 외국인 원투펀치가 두 번째 불펜피칭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위로 눈길을 끌었다. 진갑용 수석코치, 정재훈 투수코치 모두 두 선수의 빌드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윌 크로우(30)와 제임스 네일(31)은 7일 호주 캔버라의 나라분다볼파크에서 열린 2024 KIA 1차 스프링캠프 6일차 훈련에서 두 번째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가 불펜장에 자리했고, 진갑용 수석코치도 외인 원투펀치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
에이스를 맡게 될 크로우는 45개의 공을 던졌다. 포심패스트볼을 비롯해 슬라이더, 싱커(투심), 스위퍼, 커브, 체인지업 등 본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구종을 스크라이크 존 안에 넣는 연습을 했다. 포수와 구종마다 사인을 맞춰보며 실전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작업도 진행했다.
2선발 네일은 크로우보다 적은 30개를 던졌다. 싱커(투심), 스위퍼, 체인지업, 커터 등 변화구를 구사했고, 역시 포수와 사인을 점검했다. 구속은 약 146km로 측정됐다.
투구수에서 알 수 있듯 크로우보다 네일의 컨디션이 더 올라온 모습이었다. 진갑용 수석코치는 네일의 투구에 “공이 무섭다니까. 페이스가 너무 빠르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정재훈 투수코치는 투구를 마친 네일을 향해 “오늘 조금 오버페이스 아닌가. 스케줄 잘 체크하면서 지금보다 조금 페이스를 떨어트려도 된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네일은 “약간은 오버페이스였던 것 같다. 조금 더 가라앉히겠다”라고 수긍했다.
크로우는 2024 스프링캠프에 앞서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 원), 네일은 90만 달러에 각각 KIA 새 외국인투수가 됐다. 두 선수 모두 전직 메이저리거로, 10개 구단 최강 원투펀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로우는 지난 2020년 워싱턴 내셔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4시즌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 10승 21패 평균자책점 5.30(210⅔이닝 125자책)을 기록했다. 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풀타임 선발을 맡아 26경기(선발 25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 5.48(116⅔이닝 71자책)을 남긴 경력이 있다. 빅리그 풀타임 선발이 이례적으로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일 또한 메이저리그 통산 17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7.40의 경력자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빅리그 마운드에 올라 10경기 평균자책점 8.80을 기록했다. 아울러 마이너리그에서도 통산 155경기(선발 35경기) 27승 17패 3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4.15의 경험을 쌓았다. KIA는 “커브의 구위가 위력적이고 싱커의 움직임이 좋아 땅볼 유도 능력이 높다는 평가다”라고 네일의 변화구를 높이 샀다.
현장에서 만난 정재훈 투수코치는 “캠프 초반인데 두 선수 모두 불펜에서 집중력, 구위가 좋아 보인다. 무엇보다 빨리 KIA의 일원이 되려고 하는 자세, 마인드가 좋아 보인다”라며 “KBO리그가 미국과 타자들 성향,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만 잘 적응해서 흡수하면 무난하게 잘할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의욕이 넘치는 네일을 향해서는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조언을 건넸다. 정 코치는 “선발투수마다 캠프 때 빌드업하는 루틴이 각기 다르다. 네일은 정규시즌 때 경기 사이마다 불펜피칭 하듯이 캠프에서 빌드업을 하는 것 같다”라며 “네일의 오늘 투구가 조금 오버페이스였는데 다 인정하고 이해하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오늘 10개 던지고 내려갔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원하는 대로 루틴을 맞춰보라고 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두 선수는 실력과 더불어 인성 또한 메이저리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로우, 네일 모두 국내 투수들의 불펜피칭을 쭉 지켜보며 조언을 건넸고, 야수조와도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중식 이후 국내 선수들과 럭비공을 이용해 캐치볼을 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 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들은 개인보다 팀 케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크로우, 네일 모두 아직까지 모난 부분도 없고 좋다”라며 “다만 경기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바뀔 수 있다. 예민해지는 건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KIA는 최근 투타 신구조화를 이루고도 외국인투수의 잇따른 부진으로 비상에 제동이 걸렸다. 2020년 나란히 11승을 책임진 애런 브룩스와 드류 가뇽을 끝으로 3년 연속 10승 외국인투수 배출에 실패했다. 그 동안 보 다카하시, 다니엘 멩덴, 로니 윌리엄스, 토마스 파노니, 션 놀린 등 수많은 투수들이 KIA를 거쳤지만 모두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며 용병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외국인농사 또한 철저한 실패였다. 숀 앤더슨-아도니스 메디나 듀오를 영입하며 야심차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두 선수 모두 웨이버 공시로 팀을 떠났고, 대체 외인 파노니와 마리오 산체스로 시즌을 마감했다. 외인 원투펀치 덕을 보지 못한 KIA는 막바지 주축 선수들의 부상까지 겹치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를 전망이다. ‘전직 메이저리거 듀오’ 크로우-네일이 스프링캠프부터 KIA의 2024시즌 외국인농사 풍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