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샌디에이고가 너무 좋다. 이 팀에 있고 싶은데…”
김하성(28)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대한 진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예비 FA로서 가치가 치솟고 있지만 웬만하면 샌디에이고에 남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의 시장 가치에 걸맞은 수준의 연장 계약 오퍼가 들어온다면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스프링 트레이닝이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하성은 미국과 한국 양쪽 취재진으로부터 연이어 트레이드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김하성은 “트레이드 같은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구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난 그냥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하고, 경기에 나갈 것이다”고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 기자들과 자리에서는 “솔직히 어떻게 잘 될지 모르겠지만 샌디에이고가 너무 좋다. 이 팀에 있고 싶은데 팀 사정상 다른 데 가야 한다고 하면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가야 한다. 그런데 또 가기는 싫고 그렇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팀 성적이 좋고, 나도 잘하면 같이 가는 거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완주하는 게 중요하지, 처음부터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오버 페이스할 생각은 없다. 어찌됐든 팀도 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잘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4일 ‘김하성은 여러 포지션에 재능 있는 수비수로 타석에서도 상대에 성가신 존재다. 샌디에이고 내야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클럽하우스에서 사랑받는 선수로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며 ‘시즌 후 김하성은 FA가 된다. 내야 자원이 넘치는 팀 사정으로 인해 김하성을 둘러싼 트레이드 소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김하성은 겨울 내내 트레이드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시장 가치가 높은 예비 FA들에겐 통과 의례와 같은 일이다. 내야수 자원이 풍부한 샌디에이고는 고액 장기 계약 남발로 페이롤이 꽉 찼고, 지역 중계권 수입이 끊겨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이 같은 샌디에이고 팀 사정상 김하성의 가치가 높을 때 트레이드 카드로 써서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도 방법이다.
김하성을 향한 트레이드 문의도 폭주 중이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도 인정했다. 지난 14일 캠프지에서 MLB.com을 비롯해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프렐러 단장은 “김하성과 관련해 오프시즌 내내 일관된 이야기를 해왔다. 전화를 끊진 않고 있다. 어떤 선수에 대해서든 전화가 오면 항상 들어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샌디에이고가 먼저 나서서 김하성 트레이드를 추진하진 않는다는 의미. 여러 팀에서 워낙 많은 문의를 하다 보니 제안을 듣곤 있지만 웬만해선 쉽게 내줄 수 업다. 프렐러 단장은 “김하성은 우리 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이아몬드 중앙(2루수·유격수)에 김하성이 있을 때 우리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전력 면에서 김하성의 가치를 분명하게 인정했다.
김하성과 연장 계약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유격수 잰더 보가츠의 포지션 이동에 따른 김하성의 유격수 복귀, 향후 연장 계약 여부에 대해 프렐러 단장은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김하성에게 우리가 그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렸다. 김하성도 그걸 알고 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우리와 김하성, 그의 에이전트 사이에 이와 관련한 일이 진행될 것이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이날 샌디에이고 특급 유망주 잭슨 메릴(20)의 외야 겸업 시도 소식을 전했다. 202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7순위로 샌디에이고에 지명된 우투좌타 유격수 메릴은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과정을 밟고 있는 유망주. 지난해 MLB 파이프라인 유망주 랭킹 전체 12위, 샌디에이고 팀 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후반기 더블A로 올라온 메릴은 좌익수로 5경기를 뛰며 외야 테스트를 봤다. 이에 대해 메릴은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에는 이미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어떤 포지션이든 팀이 필요로 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매일 어떤 식으로든 팀 승리를 돕는 생산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메릴은 샌디에이고의 미래 유격수로 꼽힌다. 1992년생으로 만 31세인 거포 유격수 보가츠의 수비 지표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언젠가 포지션 전환이 불가피하고, 그 뒤를 메릴이 잇는 게 샌디에이고의 플랜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이 연장 계약으로 샌디에이고에 남아 유격수로 고정된다면 메릴의 자리가 애매해진다. 이를 염두에 둔 샌디에이고가 지난해 막판부터 메릴을 외야로 보내 적응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조만간 보가츠가 1~2루로 포지션을 전환하면 메릴이 파드리스 미래의 유격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샌디에이고는 김하성과 연장 계약을 시도할 계획이며 그를 불박이 유격수로 만들 수도 있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김하성의 내야 수비력이 워낙 좋고, 그 가치를 잘 아는 샌디에이고라 핵심 유망주 메릴의 육성 계획에도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기형적인 팀 로스터 구조와도 연관이 있다. 후안 소토, 트렌트 그리샴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샌디에이고는 현재 40인 로스터에 외야수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호세 아조카 2명뿐이다. 최근 1년 보장 1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한 주릭슨 프로파가 FA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외야가 헐겁다.
메릴이 외야 빈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도 “중견수, 좌익수 자리에 공백이 있기 때문에 메릴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메릴이 외야에서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여준다면 샌디에이고와 김하성의 연장 계약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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