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부상만 없다면 개막전에 나간다.”
밥 멜빈(62)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이 일찌감치 개막전 1번타자로 이정후(25)를 공표했다. 이변이 없는 한 이정후가 3월29일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024시즌 개막전에 샌프란시스코 1번타자 중견수로 데뷔전을 갖는다.
멜빈 감독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투수·포수조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가운데 이정후도 개인 훈련을 위해 구장을 찾아 동료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개막전 리드오프가 아니면 충격을 받을 것 같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개막전에 나간다”며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출장을 예고했다.
한국 취재진도 10여명 몰릴 만큼 이정후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기자들보다 더 많은 한국 기자들을 본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향한 관심과 흥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정후도, 우리도 그걸 받아들이고 있다”며 선수 개인과 팀 모두 이정후에게 거는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멜빈 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많은 일본인 선수들을 만났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선 김하성과 함께했는데 빠르게 적응한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다. 대개 적응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이정후도 같은 유형의 성격인 것 같다. 선수들과 쉽게 대화하면서 편해진 모습이다. 지금까지 모든 게 좋아 보인다”고 선수단에 녹아든 적응력을 인정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1경기도 뛰지 않은 생짜 신인이지만 샌프란시스코는 6년 1억1300만 달러 거액을 써서 이정후를 영입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타격과 외야 수비 모두 상급이다. 공을 맞히는 기술이 놀랍다”며 일본의 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50)와 비슷한 유형이라는 데 동의했다.
멜빈 감독은 2003~2004년 시애틀 사령탑으로 이치로와 2년을 보낸 바 있다. 멜빈 감독은 “요즘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발이 빠른 좌타자를 보면 정말 반갑다. 강한 타구가 아니더라도 그라운드 안에 보내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지난해부터 바뀐 규정이 치고 달리기 같은 전통적인 야구 가치를 되살리고 있다고 봤다. 그에 가장 적합 선수가 이정후라는 게 멜빈 감독의 시각이다.
또한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30개의 홈런을 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투수 친화적인) 우리 홈구장(오라클파크)에선 그렇게 홈런을 치라고 할 필요 없다. 대신 우중간 ‘3루타 골목(triples alley)’이 이정후에게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며 비대칭 구장으로 우중간이 126m로 유독 깊은 오라클파크에서 이정후의 3루타 생산 능력을 기대했다. 이정후는 2019년, 2022년 3루타 10개 시즌을 두 번 보낸 바 있다. 7시즌 통산 3루타 43개는 이 기간 리그 전체 1위 기록.
반면 KBO리그에서도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22년 23개인 이정후는 두 자릿수 홈런도 2시즌에 불과하다. 거포 스타일이 아닌 데다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파크는 홈런이 쉽게 나오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외야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경기장 쪽으로 불어 타구가 멀리 뻗지 않는다. 홈에서 우측 펜스까지 거리가 94m로 짧은 데다 펜스 높이는 7.6m에 달해 좌타자에게 특히 불리하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홈런을 기대하지 않는다. KBO리그 통산 타율 1위(.340)에 빛나는 컨택 능력과 외야 수비력을 믿고 있다. 멜빈 감독도 “이정후가 타격과 수비 훈련하는 것을 보니 모든 면에서 두루 좋다”며 “이제 경기에 나서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면서 배우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이정후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바로 경기에 나가서 가능한 많은 공을 보며 적응하게 될 것이다. 캑터스리그에 같은 지구 팀들이 있어 상대 투수들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후도 이날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개막전 1번타자 출장 예고에 대해 “처음 듣는다”며 웃은 뒤 “개막전 리드오프로 나가면 태어나서 처음하는 것이다. 기대가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며 “내가 꿈꿔왔던 생활을 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지금부터 개막전 리드오프라는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후를 향한 기대치는 외부에서도 엄청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15일 2024년 올-루키 팀을 예상하며 각 포지션별 최고 신인들을 전망했다. 외야수 부문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의 예상 성적으로는 134경기 홈런 12개, OPS .784, wRC+ 115, WAR 3.4.
MLB.com은 ‘굉장한 선구안과 공 맞히는 기술을 가진 이정후는 어떤가? 이 선수는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일지도 모른다. 자이언츠의 새로운 주전 중견수는 KBO리그 통산 3947번의 타석에서 타율 3할4푼에 삼진은 304개에 불과했다. 스티머는 이정후가 삼진율 9.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내셔널리그(NL)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말린스·7%) 다음으로 좋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후의 타율은 2할9푼1리로 아라에즈, 로날도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에 이어 NL 4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7시즌 중 5시즌 동안 한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많은 장타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지만 그의 순수 타격 능력과 수비력을 감안하면 WAR은 외야수 상위 15위 안에 들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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