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선호 기자]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다".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은 2023년 2월 애리조나 1차 캠프를 마치고 오키나와로 이동해 2차 캠프를 했다. 2월 말 만났을 때 낯빛이 밝지 않았다. "구위가 잘 올라오지 않아요"라는 걱정까지 털어놓았다. 예년과 다른 무언가 이상 조짐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불펜피칭을 해도 시원스럽게 볼이 가지 않았고 볼끝도 무딘 느낌이었다.
당시 감독과 투수코치도 우려를 했지만 "개막이 되면 올라올 것이다"는 희망을 했다. 그러나 구위는 시범경기에 이어 개막 중반까지도 올라오지 않았다. 스피드가 3~4km 줄었고 변화구의 브레이킹도 날카롭지 않았다. 결국 5월말 한 달 동안 퓨처스팀에 내려가 조정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2020년 1군에 승격한 이후 처음 겪는 부진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하체 밸런스를 강화하는 등 조정을 거쳐 다시 마무리 투수로 복귀했다. 데뷔 처음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2.92)을 찍으며 52경기 3승4패1홀드23세이브를 기록했다. 3년 연속 30세이브에 도전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마무리 기회에서 등판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여러가지 점에서 데뷔 이후 가장 주춤했던 시즌이었다.
부진한 원인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팔스윙이 작아지는 등 4년째 찾아오는 일시적 부진으로 풀이됐다. 또 하나는 애리조나 1차 캠프였다. 눈까지 내리는 이상 저온이 캠프내내 이어지져 조정에 큰 애를 먹은 것이었다. 따뜻한 날씨에서 어깨를 천천히 웜업하는 과정을 놓친 것이다.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정해영에게는 데미지가 더 컸다.
올해 호주 캠프는 작년과는 확실히 다르다. 호주 캔버라로 캠프는 시차도 2시간 밖에 되지 않는데다 날씨도 섭씨 25~30도 정도로 따뜻해 훈련하는데는 최적이었다. 날씨 때문에 훈련에 차질을 빚은 경우는 없었다. 예정된 불펜피칭도 모두 소화하고 있다. 확실히 작년 캠프보다 쾌조의 컨디션으로 어깨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미국 시애틀로 건너가 드라이브인 베이스볼 센터에서 집중훈련을 했다. 동작분석을 통해 투구폼에서 최대한 힘을 쓸 수 있는 보완점을 발견했다. 밸런스 강화까지 포함해 맞춤형 훈련법을 익혔다. 시애틀에서 한 달 넘게 구슬땀을 흘렸고 캔버라에서도 같은 훈련을 펼치고 있다. 조금씩 시애틀 효과까지 기대받고 있다.
때문에 올해 작년 보다는 나은 구위를 보여줄 것인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불펜피칭에서 "훨씬 좋아졌다"며 박수를 받았다. 새로 장착한 스플리터도 잘 다듬고 있다. KIA 마운드는 선발진이 탄탄하고 불펜진도 훨씬 두터워졌다. 10개 구단 가운데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마무리 정해영이 작년보다는 강한 힘을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최연소 100세이브 도전자가 캔버라에서 우승 마무리의 희망을 힘차게 키워가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