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괌(미국), 조형래 기자] "뭘 어떻게 하려고 하지마. 씩씩하게만 던져!"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의 2024년 신인 선수는 딱 한 명 뿐이다.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 받은 전미르만 유일하게 캠프를 치르고 있다.
고교시절부터 건장한 체격을 자랑했던 전미르다. KBO 공식 프로필 상으로는 187cm 100kg이다. 어린 시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중하면서 체격을 키웠다. 체격에 걸맞은 힘으로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태형 감독은 일찌감치 전미르의 힘을 '진짜'라고 인정한 바 있다.
관건은 전미르의 투타겸업 여부였다. 경북고 재학 시절 투수와 타자 모두 재능을 보여줬다. 경북고에서 투수로 최고 151km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18경기 67⅔이닝 5승1패 평균자책점 1.32, 54탈삼진 15볼넷 8사구의 수준급 기록을 남겼다. 타자로도 27경기 타율 3할4푼6리(81타수 28안타) 3홈런 32타점 22볼넷 13삼진 OPS 1.032의 기록을 남겼다.
마무리캠프까지는 투수와 타자 훈련을 모두 병행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구단에서는 '투수 전미르'의 현재 기량과 잠재력을 모두 높게 봤다. 결국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투타겸업을 버리고 투수에만 전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투수에만 전념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휴식 시간도 늘었고 힘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전미르는 "확실히 부담이 줄어드니까 저만의 개인시간도 많이 생기는 것 같고 투타겸업 시도하는 것보다 하나만 하다 보니까 집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라면서 "이제 아쉽지는 않다. 구단에서 결정을 해주셨으니까 투수에만 집중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힘도 좋고 신인으로서 의욕적으로 캠프를 치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나 선배들은 전미르의 과욕을 최대한 자제시키려고 한다. 그는 "그냥 깊게 생각하지 말고 씩씩하게 던지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뭘 어떻게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씩씩하고 와일드하게 던져달라는 주문을 많이 하신다"라고 설명했다.
투수조장인 김원중이 꾸준히 첫 캠프를 치르는 전미르를 전담 케어하고 있다. "해외 전지훈련은 처음이라서 긴장도 됐고 설레기도 했다"라는 전미르는 "지나가면서 선배님들이 한마디씩 해주신다. 야구적인 부분, 야구 외적인 부분들을 많이 보고 배우고 있고 저도 그에 맞춰서 적응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원중 선배님이 '지금 이렇게 무리 안해도 된다. 이렇게 잘 하려고 하는 것도 좋은데 다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가볍게 던져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라며 "그러면서 저도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전 안방마님 유강남도 전미르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아낌없이 건넸다. 불펜피칭 4번 중 2번을 유강남이 받았다. 전미르는 "(유)강남 선배님이 '너무 상체로만 던지지는데 하체를 쓰면 훨신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저에게 정말 많이 잘해주신다"라고 전했다.
웨이트트레이닝 다시 눈을 떴다. 고교시절에는 주 5회 정도의 시간을 웨이트트레이닝에 투자했다. 탄탄한 근육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프로의 근력 운동을 달랐다. 그는 "그동안 내가 했던 것은 말 그대로 '헬스'였다"라면서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웨이트 비중을 100에서 70 정도로 줄이고 스트레칭과 유연성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 전신의 힘을 어떻게 올바르게 쓸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웨이트를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1군에서 잘하고 싶고 신인왕도 욕심이 있다. 하지만 당장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보다는 당장 눈앞의 과제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전미르는 "생각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제가 열심히 하고 또 잘해야 한다. 멀리 보고 있지 않다. 현재에 집중해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배들과 구단은 전미르의 과욕을 경계한다. 그러나 인터뷰가 끝난 뒤 전미르는 의욕적인 하루의 마무리를 설명했다. "저녁을 먹고 쉐도우 피칭을 한 뒤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겁니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운동 욕심은 숨길 수 없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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