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괌(미국), 조형래 기자] “그 느낌을 알고 있으니까…”
롯데 자이언츠의 괌 스프링캠프는 경쟁의 연속이다. 경쟁 속에서도 누구 하나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현재 스쿼드에서 누구를 더하는 것보다는 누구를 빼야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선발진의 경우 4선발까지는 확정적이다. 외국인 선수 찰리 반즈와 애런 윌커슨, 토종 선발 박세웅과 나균안이 4선발을 꾸린다. 5선발은 경쟁 구도로 흘러가고 이 경쟁에서 떨어진 선수는 롱릴리프로 향할 가능성인 높다.
현재 스프링캠프에서는 이인복과 한현희가 경쟁하는 모양새다. 좌완 심재민도 유력한 5선발 후보였지만 어깨 통증으로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인복과 한현희의 2파전 경쟁 양상. 누가 더 낫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경쟁의 시간이 선수들의 의욕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이인복은 2022년 5선발로 성과를 보여준 바 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가 선발로 정착을 했고 26경기(23선발) 9승9패 1홀드 평균자책점 4.19(126⅔이닝 59자책점)의 성적을 기록하며 5선발로서 더할나위 없는 시즌을 보냈다. 10승까지도 도전할 수 있었지만 막판 페이스가 아쉬웠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입단한 강속구 유망주는 부상으로 방황한 시간이 길었다. 그러나 투심을 장착한 뒤 리그를 대표하는 ‘땅꾼’ 투수가 됐다. 이인복의 확실한 캐릭터는 롯데 선발진에 개성과 다양성을 추가시켜줬다. 2022년 땅볼/뜬공 비율은 1.39로 12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가운데 8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2023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1월 말 수술을 받은 이인복은 6월 복귀했다. 복귀 시점이 이르지 않냐는 구단 안팎의 우려가 있었다. 결국 이인복은 10경기(5선발) 1승4패 평균자책점 6.48(33⅓이닝 24자책점)의 성적에 머물렀다. “반짝 투수라는 말이 정말 싫었다”라는 이인복은 결국 2022년 시즌을 재현해내지 못했다.
수술 후 1년이 지났다. 이제는 걱정 없이 공을 뿌릴 수 있다. 지난해 수술 이후 성급하게 복귀를 하면서 강점인 투심의 각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밋밋한 투심은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쉬웠고 부진한 기록으로 이어졌다.
괌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인복은 건강한 몸 상태에서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뒤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 그는 “캠프에서 페이스를 끌어 올렸는데 지금은 평범한 느낌이다. 올라갔다가 다시 약간 떨어진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의 부진은 이인복을 더욱 남다른 각오를 품게 만들었다. 그는 “2022년에 한 시즌 활약한 것 때문에 제가 확실한 선발 한 자리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라면서 “지난해 수술하고 기회를 주셨는데 제가 못한 게 맞다. 올해는 남다르게 준비를 해서 캠프에 왔다. 지금은 다소 떨어졌지만 오키나와 연습경기 때까지 100%의 몸 상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22년, 10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그는 “2022년에 10승은 못했지만 그래도 한 시즌을 선발로 던졌던 시간들이 선명하다. 한 번 좋은 시즌을 보내봤으니까 그게 얼마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는지 알고 있다”라면서 “그때의 기분을 다시 내려면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던져야 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픔은 털어내고 행복한 기억만 생각한 채 자신의 주무기인 투심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그는 “제가 제 기량을 잘 펼치면 자신있다. 작년보다 투심의 무브먼트는 확실히 괜찮아졌다. 여기서 몸 상태와 공의 스피드가 잘 나오면, 144km 정도까지 나오면 상대 타자들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마운드에서 자신감은 항상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상수 진해수 임준섭 등 외부에서 온 고참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중간급인 이인복도 후배들과 함께 의욕을 다지고 있다. 투수진은 충분히 강하다는 구단 내부의 평가인데, 여기서 더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 이인복 역시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형들이 새로 오셔서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운동 하시는 것 같다. 저희도 이것을 본받아서 해야하는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형들을 보고 어린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하고 있기에 투수파트 컨디션도 다 올락갔다. 훈련량도 다 열심히 쫓아가려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다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년 성장하고 더 열심히 해야 투수진이 더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 투수들이 많은데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투수진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전했다.
이인복이 과거 5선발로서 활약했던 기억을 되살려서 5선발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롯데 투수진의 조각은 완전히 완성된다. 이인복의 날카로운 투심이 롯데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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