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하성이는 마차도 라인이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지난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3개월가량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그해 2월 스프링 트레이닝 때부터 샌디에이고와 함께 한 염 감독은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딛은 김하성에게 “매니 마차도(31) 옆에 붙어라”고 조언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LG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염 감독은 “하성이는 이제 메이저리그 선수다. 작년에 자리를 잡았다. 급이 다른 선수가 됐다. 미국 선수들은 그런 게 확실하다. 라커에서부터 (선수를 보는) 기류가 다르다”며 “메이저리그도 라인이라는 게 있다. 처음 샌디에이고에 갔을 때 보니 마차도가 팀의 중심이더라. 하성이에게 마차도한테 붙으라고 했는데 이제는 마차도 라인이다”며 웃었다.
김하성이 언어 장벽, 문화 차이에도 불구하고 샌디에이고라는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었던 데에는 마차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컸다. 클럽하우스 리더 마차도와 가까워지고, 진심이 통하자 곳곳에서 그의 도움을 받았다. 마차도의 보호 아래 김하성도 첫 해 힘겨운 적응 기간을 딛고 2년차 때부터 기량을 꽃피웠다.
김하성이 그저 잘 보이려고 해서 마차도가 아끼는 게 아닐 것이다. 그만큼 선수로서 재능도 있지만 노력하는 자세를 인정했다. 마차도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스포츠 760’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김하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마차도는 “김하성은 우리 조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마음이 큰 사람이고,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를 사랑한다. 매일 필드에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마차도는 “김하성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매년 성장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와서 다른 문화와 야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처음 몇 년은 힘들었지만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본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김하성의 재능과 노력은 유격수라는 프리미엄 포지션 복귀와 FA 대박 발판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11년 2억8000만 달러 거액의 FA 계약으로 샌디에이고에 합류한 보가츠가 1년 만에 유격수 자리를 내주며 2루로 자리를 옮겼다. 자존심 강한 스타 선수가 15초 만에 포지션 변경을 수긍한 것도 김하성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보가츠는 “이렇게 빨리 유격수 자리를 내놓을 줄 몰랐다”고 씁쓸해하면서도 “수비적으로 김하성을 존경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아플 수 있지만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2루수로 옮기는 것이 팀에 평화로운 것이다”고 말했다. 김하성 역시 “보가츠가 양보 아닌 양보를 해줬다. 팀을 위해 큰 결정을 했다”고 고마워했다.
김하성과 보가츠의 포지션 스위치를 바라보는 마차도의 마음도 흐뭇하다. 그는 “보가츠가 큰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가 왜 많은 돈을 받고, 여러 차례 우승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며 “우리가 팀으로서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줬다. 우리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올바른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전력에 비해 성적을 내지 못하며 가을 야구에 실패했다.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 마무리투수 조쉬 헤이더, 외야수 후안 소토, 트렌트 그리샴 등 여러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간 올해 전력 약화가 우려되지만 팀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마차도는 “올해가 우리 팀에 엄청난 해가 될 것 같다. 우리는 배가 고프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으로 매일 하루 이겨내려 한다. 다들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샌디에이고에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