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독한 마음으로” 방황→트레이드→우승→팔꿈치 수술…롯데서 온 필승조, 다시 뛴다 [오!쎈 오키나와]
입력 : 2024.03.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오키나와(일본), 이후광 기자] KT 박시영 / backlight@osen.co.kr

KT 박시영 / OSEN DB

[OSEN=오키나와(일본), 이후광 기자] 롯데 자이언츠발 트레이드 성공신화가 다시 뛴다. 기나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우승 필승조’ 박시영(35·KT 위즈)이 설레는 마음으로 2024시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박시영은 “오랜만에 캠프에 와서 다 같이 운동하니까 좋다. 컨디션도 작년 캠프와 비교해 많이 올라왔다. 현재 컨디션은 100%라고 생각한다. 만족스러운 캠프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박시영이 캠프를 오랜 만에 온 이유는 2022시즌 도중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2023시즌을 통째로 날렸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성공신화와 함께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며 이제 막 날개를 펴려던 찰나 불의의 부상이 찾아왔다.

제물포고를 나와 2008년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2차 4라운드 31순위로 입단한 박시영은 대기만성형 투수다. 롯데 시절 10년이 넘도록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고, 191경기 6승 8패 11홀드 평균자책점 6.18의 아쉬운 성적과 함께 2020년 12월 KT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트레이드 당시 박시영보다 함께 이적한 신본기에 더 관심이 집중된 게 사실이었다.

박시영은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을 만나 우승 필승조로 재탄생했다. 2021년 5월 7경기 1승 평균자책점 2.57로 새 둥지 분위기를 익힌 그는 재정비를 거쳐 후반기 32경기 2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21로 팀의 극적인 창단 첫 정규시즌 1위에 기여했다. 

KT 박시영 / OSEN DB

박시영은 롯데 시절 꿈도 못 꿨던 한국시리즈에도 한 차례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 홀드를 수확했고, 당당히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만년 유망주, 5선발, 패전조, 추격조라는 타이틀이 익숙했던 그가 통합우승팀 필승조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박시영은 기세를 이어 2022년 주권, 김재윤과 함께 필승조에 편성됐지만 5월 12일 KIA전에서 투구 도중 우측 팔꿈치 인대와 뼈를 다치며 수술대에 올랐다. 박시영은 그렇게 17경기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4.60을 남기고 시즌을 조기에 마쳤다.

박시영의 당초 예상 복귀 시점은 작년 8월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당시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에 박시영이 더해진 불펜왕국을 꿈꿨고, 박영현이 9월 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차출됐을 때 박시영으로 공백을 메우는 플랜을 구상했다. 그러나 재활이 예상보다 더디게 흘러가며 KT는 박시영 없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KT 박시영 / OSEN DB

박시영은 “재활하면서 경기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 계속 연습만 하다 보니 공을 너무 던지고 싶었다. 처지기도 했다”라며 “잘 던졌던 영상을 보고, 공 던지는 상상도 해봤다. 2군에 있을 때 혼자서 하다 보니 너무 심심했는데 후배들이 찾아오더라.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라고 지난 1년 반을 되돌아봤다. 

박시영은 빌드업을 거쳐 지난달 28일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한화를 상대로 감격의 복귀전을 치렀다.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감각을 조율했다.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1년 반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오른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박시영은 “2년 만에 처음 던져서 그런지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 비록 점수는 줬지만 내가 생각했던 변화구, 직구, 몸쪽 활용을 연습했다”라며 “변화구 쪽은 다치기 전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만족스럽다.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회전수, 구속, 터널링이 수술 전과 비교해 거의 똑같더라. 실점했지만 첫 단추를 잘 꿰었다. 트레이너들이 정말 관리를 잘해주신 덕분이다”라고 평가했다. 

KT 박시영 / KT 위즈 제공

돌아온 박시영은 스프링캠프에서 우규민, 문용익, 손동현, 이상동, 김민수 등과 셋업맨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KT는 박시영이 부상으로 떠난 사이 손동현, 이상동이라는 어린 투수들이 성장했고, 이번 시즌 우규민, 문용익이 새롭게 합류하며 불펜 뎁스가 이전보다 한층 두터워졌다. 

박시영에게 경쟁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좋은 투수가 많다는 건 팀에 플러스 요인이다. 잘하는 어린 투수들이 많으면 경쟁하는 입장에서 내가 해야 할 것을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더 잘하려고 하게 된다. 시너지가 되는 부분이다. 어린 투수들이 좋아져서 우리 팀이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KT 박시영 / KT 위즈 제공

박시영은 행동으로도 직접 어린 투수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복귀 첫 캠프임에도 영건들에게 투구 기본기, 변화구 노하우, 몸 관리법, 멘탈 케어 등 각종 노하우를 전수 중이다.

박시영은 “조언이라고 할 것도 없다”라고 웃으며 “애들이 찾아와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내가 알고 있는 노하우, 변화구 그립 등을 알려준다. 최근 박영현이 스플리터에 대해 한 번 물었고, 김영현, 이채호도 자주 찾아온다”라고 밝혔다. 

박시영은 2022년 5월 12일 KIA전을 끝으로 1군 등판이 없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2024시즌이 그 누구보다 설렌다. 그는 “올해 기대가 되고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다만 엔트리 싸움을 해야하니까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을 것이다. 올 한해는 그 어느 시기보다 독하게 먹고 들어갈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성적으로 매 경기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그게 사람 마음대로 안 될 테니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게 내가 올해 보여줘야 할 모습이다”라고 목표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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