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행' 채프먼도 헐값에 단기 계약, 이정후 아니었으면 완전 쪽박…보라스에게 이런 시련이
입력 : 2024.03.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사진] 토론토 시절 맷 채프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토론토 시절 맷 채프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OSEN=최규한 기자]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05.27 /dreamer@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72)의 명성이 무색하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대박을 쳤지만 그 이후 FA들은 헐값에 단기 계약으로 백기 투항하고 있다. FA 내야수 최대어 맷 채프먼(31)마저 예상 금액의 반에 못 미치는 조건으로 샌프란시스코에 간다. 

‘MLB.com’을 비롯해 미국 언론들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보라스의 FA 고객인 채프먼이 샌프란시스코와 3년 5400만 달러에 계약 합의했다고 전했다. 연봉은 2024년 2000만 달러, 2025년 1800만 달러, 2026년 1600만 달러로 매년 시즌 후 옵트 아웃으로 FA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사실상 FA 재수다. 

2017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데뷔한 채프먼은 2022년부터 최근 2년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었다. 7시즌 통산 868경기를 뛰며 타율 2할4푼(3138타수 754안타) 155홈런 426타점 OPS .790을 기록했다. 연평균 22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장타력에 골드글러브 4회, 플래티넘 글러브 2회로 리그 최고의 3루 수비력을 자랑한다. 

이번 FA 시장에서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제외하면 또 다른 보라스 고객인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와 함께 ‘타자 투톱’으로 평가됐다. 총액 1억 달러는 기본으로 깔고 갈 것으로 보였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지난해 11월7일 FA 개장과 함께 채프먼을 랭킹 7위에 올려놓으며 6년 1억5000만 달러 계약을 예상하기도 했다. 

[사진] 토론토 시절 맷 채프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사진] 토론토 시절 맷 채프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도 그럴 게 채프먼은 이미 두 번이나 고액 연장 계약을 거절했다. 2019년 시즌을 마치고 오클랜드가 10년 1억5000만 달러 장기 계약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채프먼은 토론토에서도 4~5년에 1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계약을 뿌리치고 FA가 됐다. 그보다 훨씬 더 큰 계약을 노리고 FA 시장에 나왔지만 냉랭한 시장 반응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채프먼에 앞서 벨린저도 지난달 28일 3년 8000만 달러(2024년 2750만 달러, 2025년 2750만 달러, 2026년 2500만 달러)에 매해 시즌 후 옵트 아웃이 포함된 조건으로 컵스와 재계약했다. 타자 FA 랭킹 1위로 꼽힌 벨린저는 MLBTR에서 무려 12년 2억64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예상했지만 완전히 빗나가 1억 달러도 못 넘겼다. 

이튿날 벨린저 계약 기자회견에 등장한 보라스는 “현재 시장에는 약간의 불규칙성이 있다. 야구계가 기록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도 1년 전보다 지출이 줄어든 팀이 11개나 된다”며 지갑을 닫은 구단들을 저격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14개 구단의 지역 TV 중계권 갖고 있던 밸리스포츠의 모기업 다이아몬드스포츠그룹의 파산 문제로 인한 절반 가까운 구단들의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을 간과했다. 게다가 벨린저나 스넬은 고점이 높은 만큼 저점이 낮아 리스크가 큰 유형의 선수들이다. 

[사진] 시카고 컵스 코디 벨린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OSEN=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 최규한 기자] 샌디에이고 선발 블레이크 스넬이 더그아웃에 들어와 땀을 닦고 있다. 2022.06.13 / dreamer@osen.co.kr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데 능한 보라스이지만 이번에는 해를 넘겨 1월, 2월이 되어서도 경색된 시장 분위기가 풀리지 않았다. 결국 보라스의 오판으로 결론이 났고, 벨린저에 이어 채프먼도 매년 시즌 후 옵트 아웃을 넣은 단기 계약으로 사실상 FA 재수를 택했다. 또 다른 보라스 고객으로 특급 FA 투수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가 남아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기대했던 계약을 따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MLBTR 선정 FA 랭킹 4위 스넬은 7년 2억 달러, 6위 몽고레미는 6년 1억5000만 달러가 예상됐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언감생심이다. 

대어급 FA들도 이런데 준척급 FA들은 말할 것도 없다. 보라스가 올해도 미국에서 던질 것이라고 장담하던 류현진은 복수의 오퍼를 받긴 했지만 기다림 끝에 KBO리그 친정팀 한화 이글스로 돌아갔다. 지명타자 J.D. 마르티네스도 샌프란시스코의 1년 1400만 달러를 거부한 뒤 시장에 미계약 신분으로 남아있다.

보라스 FA들이 줄줄이 실패하고 있는 가운데 12월 중순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일찌감치 대박 계약을 한 이정후마저 없었더라면 완전히 쪽박만 찬 겨울이 됐을 것이다. 이정후의 계약은 올 겨울 보라스의 유일한 1억 달러 이상 계약이 될 수도 있다.

[OSEN=박준형 기자] 스캇 보라스. 2019.10.05 / soul1014@osen.co.kr[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대선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중전 안타를 치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24.03.02 /sunday@osen.co.kr/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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