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얼굴이었으나 FA 먹튀로 전락한 크리스 브라이언트(32·콜로라도 로키스)가 말실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거액의 FA 계약자로서 무책임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3일(이하 한국시간) ‘MLB.com’에 따르면 브라이언트는 “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대표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난 선수나 사람에 대한 비난을 믿지 않는다. 그런 행동도 절대 하지 않는다. 지난 2년의 시간을 생각하면 난 그럴 말을 할 자격도 없다. ‘우리 선수들 실력 별로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다”면서 “경기력이 떨어지고, 경기에도 잘 나오지 않았는데 그런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의 발언은 지난 1일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나왔다. 2022년 3월 콜로라도와 7년 1억82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맺고 이적한 브라이언트는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이 크다. 정상에 오르고 싶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를 위해 올바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 나의 커리어는 어느 시기에 관점을 잃어버렸고, 그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휘청였다”며 콜로라도에 온 것을 후회한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FA 계약 시점에 브라이언트는 팀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급했다. 그해 봄은 3월11일까지 직장 폐쇄로 인해 스프링 트레이닝이 늦게 시작됐고, FA 시장 상황도 개막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채 급박하게 돌아갔다. 브라이언트는 “다른 팀들도 내게 관심을 보였지만 더 이상 기다리기 싫었다. 당시 많은 FA들이 평소와 다른 상황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망주에 대해 충분하게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망주가 풍족하지 않은 콜로라도 팀 사정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의미로 같은 팀 내 선수들에 대한 폄훼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브라이언트는 “콜로라도는 선수에게 편한 곳이다. LA 다저스처럼 외부의 압박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좋은 선수들에게 큰돈을 투자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겨야 하지만 우리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며 선수들이 팀 성적에 대한 압박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콜로라도는 최근 2년 연속 지구 5위 꼴찌에 그치는 등 5년 연속 가을야구와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발언들이 논란이 되자 브라이언트는 2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범경기를 기자들을 불러 해명을 했다. 발언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지만 “맥락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브라이언트는 콜로라도와 계약을 후회하는 게 아니라 서둘러 캠프에 합류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 유망주들이 좋지 않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 선수들에겐 더욱 많은 인정이 필요하다. 난 콜로라도에 온 나의 결정에 대해 만족한다. 이 조직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수습에 나섰다.
동료 선수들에 대한 비하도 아니라고 강조한 브라이언트는 “계약 당시에는 브렌튼 도일이 누군지 몰랐다. 엘리후리스 몬테로, 에세키엘 토바도 몰랐다. 내야 유망주 아다엘 아마도르도 몰랐다”고 인정하면서 “내가 여기 있을 때 지명된 투수 유망주 제이든 힐, 외야 유망주 조단 벡도 있다. 이제 난 우리 유망주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내가 우리 팀 유망주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다. 난 야구에 대한 존중심이 크고, 매일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과 주변 사람들을 리스펙한다”며 콜로라도 유망주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지난 2013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 출신 3루수, 코너 외야수 브라이언트는 2015년 내셔널리그(NL)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16년 2년차에는 155경기 타율 2할9푼2리(603타수 176안타) 39홈런 102타점 OPS .939로 활약하며 NL MVP와 함께 컵스를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잘생긴 외모로 스타성도 발휘하며 2017년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유니폼 판매 1위에 등극했지만 이후 조금씩 성적이 떨어지며 주춤했다.
2021년 7월말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된 뒤 2022년 콜로라도로 FA 이적했다. 콜로라도 구단 역사상 최고액 계약으로 특급 대우를 받았지만 이적 첫 해부터 4~5월 허리 부상에 7월에는 왼발 족적근막염으로 42경기 출장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왼쪽 발뒤꿈치 부상 여파로 80경기밖에 뛰지 못한 데다 성적도 타율 2할3푼3리(300타수 70안타) 10홈런 31타점 OPS .680으로 커리어 로우였다. 올해 포함 앞으로 5년간 1억3600만 달러 잔여 계약이 남아있다. 올해부터 부활하지 못하면 역대급 FA 먹튀로 남게 될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