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내야수의 수비 멘토가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2루수 수비가 생소한 잰더 보가츠에게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 김하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멘토다.
김하성은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범경기에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첫 두 타석은 주춤했다. 0-2로 뒤진 2회 선두로 등장, 시애틀 선발 루이스 카스티요를 만나 3루수 땅볼에 그쳤고, 3-2로 리드한 4회 다시 선두로 나서 카를로스 바르가스 상대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마지막 타석은 달랐다. 5-3으로 앞선 5회 선두 매니 마차도의 중전안타로 맞이한 무사 1루 찬스. 김하성은 우완 콜린 스나이더를 만나 큼지막한 아치를 그리며 달아나는 좌중월 2점홈런을 신고했다. 시범경기 6경기 만에 터진 첫 홈런이었다.
김하성은 6회초 시작과 함께 대수비 메이슨 맥코이와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워낙 좋은 타격감을 뽐내고 있었던 터라 시범경기 타율은 종전 4할4푼4리에서 4할1푼7리로 하락했다.
김하성은 홈런을 친 뒤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좋다. 첫해보다 4년째 캠프가 훨씬 편하고 준비도 잘 된다”라며 “작년 막바지 체력적으로 힘든 걸 느껴서 살이 많이 빠졌다. 그런 부분을 잘 이겨내고 싶어 몸을 키웠다”라고 메이저리그 4번째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소감을 전했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유격수에서 2루수로 이동해 팀 내 없어서는 안 될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샌디에이고의 주전 리드오프를 맡아 152경기 타율 2할6푼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749의 커리어하이를 썼는데 아시아 최초 20홈런-40도루에 도전했을 정도로 기세가 드높았다.
김하성은 견고한 수비력까지 뽐내며 2년 연속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유틸리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 아시아 두 번째 골드글러브 수상에 성공했다.
김하성은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받아서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첫해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수비에 투자를 많이 했고, 수비 때문에 지금까지 잘 버틸 수 있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지난해를 되돌아봤다.
수비와 공격 중 어떤 파트가 더 자랑스럽냐는 질문에는 “일단 수비는 골드글러브를 받아서 기분 좋은데 공격에서도 매년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 보여줄 게 많아서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어느덧 예비 FA가 된 김하성은 2024시즌에 앞서 ‘3730억 원 슈퍼스타’ 잰더 보가츠를 밀어내고 주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벌써부터 FA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까지 총 6경기에 출전한 가운데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2일 LA 에인절스전이 유일하다. 2일 경기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전 경기 출루에 성공했다.
김하성은 유격수 복귀에 대해 “기분이 좋다기보다 책임감이 많이 크다. 우리 팀에는 타티스 주니어, 마차도, 크로넨워스, 보가츠, 메릴 등 유격수를 볼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수비도 다 잘한다. 내가 그 와중에 유격수를 본다는 게 영광스럽다.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김하성은 더 나아가 2루수 수비가 생소한 보가츠의 멘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보가츠 선수가 수비 센스가 좋지만 커리어 내내 유격수만 봐서 2루수를 본다는 게 생소할 수 있다. 그래서 나 또는 크로넨워스한테 많이 물어본다”라며 “그렇게 대단한 선수가 더 잘하기 위해, 또 팀을 위해 2루수를 맡고 어려움을 물어보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올해부터 샌디에이고에서 함께 뛰게 된 후배 고우석을 향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김하성은 “내가 야수라서 조언해줄 게 딱히 없는데 생활, 적응 면에서는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고우석은 한국에서 엄청 좋은 커리어를 갖고 미국에 왔기 때문에 분명히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파드리스가 이기는 데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하성은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가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맞대결로 결정됨에 따라 오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 2연전을 치른다. 공교롭게도 고척스카이돔은 김하성이 히어로즈 시절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구장이다.
김하성은 “한국에 들어가서 경기하는 거 자체만으로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게 또 한국에서 뛰었던 홈구장이라 더 그렇다. 거기서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경기하는 게 설레고 기대된다”라며 “한국 또한 야구에 열정적인 나라다. 좋은 팬 문화를 갖고 있다. (파드리스 팬들도)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고향 방문을 앞둔 설렘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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