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공항, 이후광 기자] 류현진(37) 한 명만 새롭게 왔을 뿐인데 한화 이글스 선수단 전체의 목표가 바뀌고 있다. 당초 2018년 이후 6년 만에 가을 무대 복귀를 목표로 삼았던 한화가 류현진과 함께 캠프를 소화한 뒤 5위 그 이상을 바라보게 됐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호주 멜버른,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모두 마치고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한화는 지난 3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연습경기(0-2 패배)를 끝으로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화는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국가대표팀과 연습경기 2승을 거둔 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1, 2차 연습경기 성적은 4승 1무 2패다.
한화는 호주 멜버른 1차 캠프에서 체력 및 기술 훈련을 중심으로 담금질을 마친 뒤 오키나와로 이동해 실전 모드에 접어들었다. 투수들은 투구수를 끌어올렸고, 야수들은 타격감을 가다듬고 실전에서 부족한 점을 점검하며 다가오는 시즌을 대비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최 감독은 “1차 캠프는 경기할 수 있는 만큼의 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고 2차 캠프는 경기 적응에 목적을 뒀다. 그런데 계획한 만큼 1, 2차 캠프 모두 좋은 성과가 있었다. 감독으로서 뿌듯하게 생각한다”라고 총평했다.
한화 스프링캠프의 화두는 단연 돌아온 99번 에이스였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12년 만에 전격 국내 복귀를 택한 류현진을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인 8년 170억 원에 영입한 것이다.
류현진은 오키나와에서 불펜피칭을 거쳐 한 차례의 라이브피칭을 통해 스프링캠프 목표치를 달성했다. 류현진은 오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전격 낙점된 상황이다.
최 감독은 “류현진이 실내에서만 피칭을 하다가 오키나와에 와서 야외 피칭을 두 번 했는데 실내에서만 한 것 치고는 몸을 잘 만들었다. 라이브피칭도 다양한 변화구, 제구력 등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라고 평가했다.
류현진을 실제로 만나 지도해본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최 감독은 “체격이 크다. 광채가 엄청 나다”라고 껄껄 웃으며 “미국 가기 전보다 체격이 커져서 왔다. 상당히 풍채가 좋은 선수로 변해서 왔다”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검증된 FA 2루수 안치홍을 영입하며 안치홍, 노시환, 채은성으로 이뤄진 다이너마이트 중심타선을 구축했다. 여기에 베테랑 김강민과 이재원을 품으며 강팀의 필수 조건 중 하나인 경험을 가미한 신구조화까지 갖췄다. 정은원, 문현빈, 이도윤, 이진영 등 활기 넘치는 어린 선수들과의 시너지 효과에 상당한 기대가 모아졌다.
그럼에도 한화의 목표는 우승이 아닌 가을야구 진출이었다. 선발진이 외국인 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 그리고 문동주까지 3명밖에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페냐, 산체스를 지난해 리그를 평정한 에릭 페디급이라 볼 수 없고, 문동주 역시 지난해 8승을 통해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상태였다. 이들에 이어 김민우, 김기중, 이태양, 황준서가 4, 5선발 경쟁을 펼쳤지만 냉정히 말해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은 아니었다.
한화 선발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78승에 빛나는 류현진의 합류로 단 번에 우승권 전력으로 도약했다. 에이스 류현진에 페냐, 산체스, 문동주로 이뤄진 탄탄한 4선발이 만들어지며 선발진 뎁스가 상당히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김민우, 김기중, 이태양, 황준서 등 5선발 자리를 노리는 투수가 무려 4명이 됐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안치홍이 합류하면서 선수단 전체가 포스트시즌을 목표로 캠프를 시작했는데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라고 털어놓으며 “오키나와에 류현진이 합류하면서 나를 포함해 선수단 모두 자신감이 조금 더 생긴 목표를 향해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류현진 효과를 설명했다.
류현진은 오는 7일 대전에서 열리는 자체 청백전을 거쳐 시범경기가 개막한 뒤 12일 대전 KIA전, 17일 사직 롯데전에 차례로 등판할 예정이다. 이후 5일 휴식 후 23일 대망의 LG와의 개막전에 나서는 플랜이 잡혔다. 최 감독은 “앞으로 스케줄대로 잘 소화하면 개막전 선발 등판은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최 감독에 이어 입국장에 등장한 주장 채은성도 ‘류현진 효과’를 향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채은성은 “(류)현진이 형이 오면서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더 많이 좋아질 것 같다”라며 “선수 한 명이 갖고 있는 힘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선수들도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는 이미 캠프에서 류현진을 멘토로 삼고 많은 조언을 구했다. 그는 “방에 찾아가서 여쭤본 건 많이 없고, 엊그저께 경기할 때 상황에 맞는 대화를 많이 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류현진이라는 리빙 레전드를 품은 한화가 목표를 바꿔 5위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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