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국제공항=안호근 기자]
"이게 (류)현진이 형의 파워인 것 같아요."
한화 이글스는 단숨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인기팀이 됐다. TV 뉴스와 포털사이트엔 연일 한화 소식이 전해지고 그 중심엔 류현진(37)이 자리하고 있다. 한화 새 주장 채은성(34)이 느낀 류현진의 힘이다.
한화 구단은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했다.
예정된 항공편이 도착하기 1시간 여 전부터 해당 출구는 북적거렸고 많은 팬들이 류현진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공식적인 인터뷰도 예정된 게 없었지만 취재진도 이전과는 달리 북새통을 이뤘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11년 간의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다. 계약기간이 8년으로 예상보다 길기는 했지만 총 규모 170억원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이렇게 빨리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했다. KBO리그에서 이미 7시즌을 뛰며 압도적인 기량을 보였고 MLB에서도 11시즌을 뛰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뒤 복귀한 지난해에도 11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ERA) 3.46을 기록했다.
2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의 계약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류현진은 한화 복귀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장은 빅리그에 머물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더 강해보였다.
그렇기에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더 충격적이었다. MLB 구단들로부터 만족스러운 제안을 받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다년 계약을 원한 팀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히 반대였다. 류현진은 다년 계약을 스스로 거부했다.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류현진은 "(ML 구단과) 다년 계약 얘기도 있었고 충분한 대우의 1년 조건도 있었다"면서도 "다년 계약 오퍼를 수락하면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경우 거의 마흔살이 되기 때문에 강력하게 거부를 했다. (원하는 조건이) 최대 1년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한화 복귀에 대한 의지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 1년 이상을 미국에서 던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평소에 친분이 있던 손혁 한화 단장과 꾸준히 연락을 했고 한화 복귀 의지가 더 강해졌다.
8년이라는 기간은 류현진과 한국 야구에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류현진이 계약 기간을 다 채우면 KBO리그 최고령 선수에 등극하기 때문이다. 몸 상태에 따라 그가 얼마나 더 던질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다만 그 시간 내에 이루고 싶은 것 하나 만큼은 확실하다. 류현진은 "아무래도 우승이다. 그 외에는 없다"며 올 시즌에 대해서도 "일단 포스트시즌엔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첫 번째이고 고참급 베테랑 선수들도 많이 영입됐고 FA 선수들도 작년, 올해 많이 영입하면서 신구 조화가 좀 잘 이루어진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작년에 좋은 모습 보이면서 올 시즌에 더 좋은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포스트시즌을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 캠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젊은 투수들은 류현진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고 실제로 피와 살이 되는 많은 조언을 얻기도 했다.
2년차를 맞은 지난해 급성장하며 신인상과 함께 국가대표 에이스 투수가 된 문동주(21)는 지난달 초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류현진의 복귀설에 대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꼭 조언을 받지 않더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하시는 것만 보고 열심히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 불펜 피칭 현장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덤덤한 본인과 달리 지켜본 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최원호 감독은 "좌우 로케이션, 다양한 변화구 커맨드 전반적으로 좋았다. 아직은 몸이 100% 컨디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투구 밸런스가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직접 공을 받은 포수 최재훈은 "처음 받아봤는데 느낌이 다르다. 제구가 너무 좋아서 포수가 받기 좋다.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며 "최재훈은 이어 "처음이라 아직 (류)현진이 형이 뭘 던지고 싶어 하고, 어떤 공을 선호하는지 몰라서 사인 내면서 맞춰나갔다"며 "호흡은 잘 맞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라이브 피칭에서 상대해본 타자들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타격 때 류현진의 공에 배트가 갈라지는 경험을 한 박상언은 "로케이션 자체가 다르고 타이밍 싸움하는 것도 달랐다"며 "가볍게 던지는 것 같았는데 나오는 구속보다는 볼끝이 좋은 느낌이었다. 가볍게 던지기에 편하게 치러 나가면 쑥 들어와서 타구가 먹힌다. 역시 다른 투수라는 걸 느꼈다"고 혀를 내둘렀다.
유일하게 2루타성 타구를 날렸던 외야수 이상혁은 "타석에 서서 직접 공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치기 어려웠다. 직구는 구속보다 더 빠른 느낌이고, 변화구 구종도 다양해서 대응이 쉽지 않은데 제구까지 잘 된 공이어서 타자 입장에서 쉽지 않았다"며 "1군 캠프에서 끝까지 치르고 있는데 오늘 경험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자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캠프를 마친 감독과 선수단의 만족도는 매우 컸다. 지난달 초 호주 멜버른에서 1차 캠프를 시작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최원호 감독은 "안치홍 선수가 합류하면서 선수단 전체가 올 시즌에는 포스트시즌을 목표로 캠프를 시작했는데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면서도 "오키나와에 류현진 선수가 합류하면서 저를 포함해서 선수단 모두가 더 자신감이 생겼고 그런 목표를 향해서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몸 상태에 대해서도 만족감이 크다. 최 감독에 따르면 류현진은 오는 7일 청백전에서 문동주와 맞대결을 펼치고 이후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으로 12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 17일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경기까지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 몸 상태를 체크할 예정이다. 이어 5일 휴식 후 오는 23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지는 2024시즌 개막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나아가 29일 대전 홈경기 등판으로 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생각보다 몸 상태도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최 감독은 "실내에서만 피칭을 하다가 오키나와에 와서 야외에서 피칭을 두 번 했는데 실내에서만 한 것 치고는 몸을 상당히 잘 만들어왔다"며 "엊그제 라이브 피칭도 던졌는데 제구력이나 다양한 변화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괜찮았다. 앞으로 스케줄대로 잘 소화하면 개막전 선발에는 큰 지장이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백전에서 류현진과 문동주의 선발 맞대결을 예고한 것에 대해선 "큰 의도는 없다. 스케줄을 짜다 보니까 오늘 같이 이동일이나 휴식일도 있고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문동주 선수도 경기에서 던져야 하고 (류)현진이는 경기가 잡혔고 또 김민우 선수도 던져야 되고 그러다보니 문동주 선수하고 류현진 선수가 같은 날 청백전을 하게 된 것이다. 굳이 청백전을 일부러 그 두 선수를 맞춘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류현진과 문동주 토종 에이스 듀오에 대해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최 감독이다. 그는 "문동주나 류현진도 마찬가지지만 로테이션에서 빠지게 되면 그만큼 여파가 크다"며 "한 시즌을 풀로 끌고 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될 것 같다. 중간에 20일씩 휴식을 주고 이런 방법보다는 당일 투구수를 컨디션에 맞춰서 적절히 조절해 나가면서 끌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6선발 운영 계획에 대해 묻자 "부상만 없으면 로테이션을 걸를 확률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부상이 생기기 전에 당일 투구수 같은 것들도 조금 더 조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장 채은성도 류현진의 합류로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 류현진의 영입이 확정되고 손혁 단장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냈던 채은성은 "올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우리는 조금 미리 알았다. 그래서 단장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고 고생하셨다고 일단 연락드렸다"며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많이 느꼈고 현진이 형이 옴으로써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선수 한 명이 가지고 있는 힘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선수들도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동주도 류현진 합류로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그는 "방에 찾아가서 여쭤보는 건 많이 없었다"면서도 "엊그저께 연습경기 때 경기 상황에 맞는 대화들을 많이 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타 팀에서도 류현진은 단연 화제의 중심이다. 김광현(SSG랜더스)과 함께 국내 최고 좌완 듀오를 이뤄온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현진이 형이 온다는 게 너무 반갑다. 형·동생 관계로 봤을 땐 반갑고, 선수로 봤을 땐 부담되는 일"이라며 "현진이 형이 오고 경험 많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많은 팬들이 야구장에 오시고 야구 부흥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반겼다.
백전노장임에도 보고 배우겠다는 의지가 컸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부담도 많이 된다. 또 반대로 맞대결을 하게 되면 많이 배울 것 같다"며 "정말 '이래서 류현진이구나' 그런 느낌을 게임하면서 보고 배우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류양김' 트리오에 대한 언급에는 "그런 말이 언론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라며 "현진이 형이나 (김)광현이는 비슷한 레벨이다. 미국에서도 성적을 냈고, 국제대회에서도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 전 국제대회나 해외 진출 때 성적을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진다. KBO 내에서는 명함을 내밀 수 있지만, 해외 무대에서는 레벨이 달랐다"고 몸을 낮췄다.
올 시즌을 마치고 MLB 진출을 공언한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은 대만 전지훈련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류현진 선배님을 빨리 보고 싶다. 다른 선배님들한테 물어보면 류현진 선배님의 공이 엄청 좋았다고 하셔서 설렌다. 나도 선배님의 공이 과연 어떨까 기대가 크다. 얼른 야구장에 가서 쳐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류현진은 국내 복귀 전까지도 빅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인 투수다. KBO리그에 진출했던 그 어떤 외국인 투수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커리어를 가졌다. 류현진과의 맞대결을 통해 자신이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일본프로야구(NPB) 최고 투수 사사키 로키를 상대로 2루타를 뽑아냈던 윤동희(롯데 자이언츠)도 류현진과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사사키와도 인사하고 싶었는데, 류현진 선배님하고는 악수하고 싶을 것 같다"며 "정말 꿈 같다. 항상 TV에서 보던 분이다. 만약 칠 수 있다면 정말 재밌게 하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즐겨하던 게임을 통해 류현진에 대해 분석을 마쳤다는 윤동희다. 그는 "구종을 알고 있다. 게임으로 나름의 대비를 했다"며 "항상 카드가 너무 좋아서 저는 영입할 수도 없었다. 고전을 했다"고 전했다.
'우승 사령탑'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도 지난달 21일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류현진이 한화에 복귀하면서 팀의 구성이 단숨에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강팀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4강이 됐다. 일단 4선발이 확실하지 않나"며 "우선 페냐와 산체스가 있고, 류현진과 문동주까지 모두 10승 이상 거둘 수 있는 투수들이다. 그들과 1대1로 붙었을 때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날 상황에 따라 경기를 잘 풀어나가야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어 "내 기준으로는 한화가 4강에 합류했다고 본다. 올 시즌 KBO 리그가 엄청나게 재미있을 것이다. 반면 감독들에게는 엄청 힘든 시즌이 될 것이다. 물론 그래도 올해 순위 싸움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이며,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건 팬들에게 있어서 좋은 것"이라며 "그렇지만 상위권 팀들은 물론, 특히 중위권 팀들에게 직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올 시즌 최대의 키 포인트라 생각한다. 부상이나 슬럼프 등 팀의 변수를 얼마나 감독들이 잘 해결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아무튼 엄청나게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KBO 리그라 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한화 선수단이 느끼는 류현진 효과는 더욱 크다. 채은성은 이날 팀이 더 강해졌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아직 실전으로 안 들어가서 속단하긴 이른 것 같다"면서도 "전년도보다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좋은 분위기를 가져온 건 맞다. 더 강해져야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5강 목표가 더 상향됐냐고 묻자 똑같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LG 시절에도 그랬지만 하위권에 있다가 가을야구를 하기 시작하게 됐을 때 그때 당시에도 마음가짐이 꼴찌하고 있었는데 우승하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5강부터 목표를 두고 가을 야구에서 이제 또 그 다음에 또 높아지고 이렇게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번에 그렇게 (올라가기) 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야구가 그렇게 단기간에 되는 종목이 아닌 것 같다. 일단 5강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은성은 지난 1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한화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 자신이 잔소리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현진이 합류하며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돼가고 있다. 그는 "고참들끼리 시간을 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며 "팀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다. 아무래도 고참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분위기가 형성됐다. 고참들끼리 잘 뭉쳐 다니다보니 분위기가 뭔가 잡히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연일 한화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고 한화의 시즌권도 뜨거운 열기 속 팔려나갔다. 채은성은 "작년에 느껴보지 못했던 분위기다. 오키나와 야구장에서 열기가 느껴져서 체감했다"며 "이게 현진이 형의 파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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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왼쪽에서 2번째)이 4일 인천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아버지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4일 인천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화 이글스는 단숨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인기팀이 됐다. TV 뉴스와 포털사이트엔 연일 한화 소식이 전해지고 그 중심엔 류현진(37)이 자리하고 있다. 한화 새 주장 채은성(34)이 느낀 류현진의 힘이다.
한화 구단은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했다.
예정된 항공편이 도착하기 1시간 여 전부터 해당 출구는 북적거렸고 많은 팬들이 류현진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공식적인 인터뷰도 예정된 게 없었지만 취재진도 이전과는 달리 북새통을 이뤘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11년 간의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다. 계약기간이 8년으로 예상보다 길기는 했지만 총 규모 170억원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이렇게 빨리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했다. KBO리그에서 이미 7시즌을 뛰며 압도적인 기량을 보였고 MLB에서도 11시즌을 뛰었다.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뒤 복귀한 지난해에도 11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ERA) 3.46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한화와 지난달 22일 계약을 맺고 유니폼을 입은 채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왼쪽)가 지난달 22일 류현진과 계약을 마치고 직접 유니폼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그렇기에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더 충격적이었다. MLB 구단들로부터 만족스러운 제안을 받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다년 계약을 원한 팀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히 반대였다. 류현진은 다년 계약을 스스로 거부했다.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류현진은 "(ML 구단과) 다년 계약 얘기도 있었고 충분한 대우의 1년 조건도 있었다"면서도 "다년 계약 오퍼를 수락하면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경우 거의 마흔살이 되기 때문에 강력하게 거부를 했다. (원하는 조건이) 최대 1년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한화 복귀에 대한 의지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 1년 이상을 미국에서 던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평소에 친분이 있던 손혁 한화 단장과 꾸준히 연락을 했고 한화 복귀 의지가 더 강해졌다.
8년이라는 기간은 류현진과 한국 야구에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류현진이 계약 기간을 다 채우면 KBO리그 최고령 선수에 등극하기 때문이다. 몸 상태에 따라 그가 얼마나 더 던질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다만 그 시간 내에 이루고 싶은 것 하나 만큼은 확실하다. 류현진은 "아무래도 우승이다. 그 외에는 없다"며 올 시즌에 대해서도 "일단 포스트시즌엔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첫 번째이고 고참급 베테랑 선수들도 많이 영입됐고 FA 선수들도 작년, 올해 많이 영입하면서 신구 조화가 좀 잘 이루어진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작년에 좋은 모습 보이면서 올 시즌에 더 좋은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포스트시즌을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합류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류현진. /사진=뉴스1 |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오른쪽)이 지난달 23일 한화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불펜 피칭을 하며 최원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2년차를 맞은 지난해 급성장하며 신인상과 함께 국가대표 에이스 투수가 된 문동주(21)는 지난달 초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류현진의 복귀설에 대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꼭 조언을 받지 않더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하시는 것만 보고 열심히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 불펜 피칭 현장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덤덤한 본인과 달리 지켜본 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최원호 감독은 "좌우 로케이션, 다양한 변화구 커맨드 전반적으로 좋았다. 아직은 몸이 100% 컨디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투구 밸런스가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직접 공을 받은 포수 최재훈은 "처음 받아봤는데 느낌이 다르다. 제구가 너무 좋아서 포수가 받기 좋다.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며 "최재훈은 이어 "처음이라 아직 (류)현진이 형이 뭘 던지고 싶어 하고, 어떤 공을 선호하는지 몰라서 사인 내면서 맞춰나갔다"며 "호흡은 잘 맞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라이브 피칭에서 상대해본 타자들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타격 때 류현진의 공에 배트가 갈라지는 경험을 한 박상언은 "로케이션 자체가 다르고 타이밍 싸움하는 것도 달랐다"며 "가볍게 던지는 것 같았는데 나오는 구속보다는 볼끝이 좋은 느낌이었다. 가볍게 던지기에 편하게 치러 나가면 쑥 들어와서 타구가 먹힌다. 역시 다른 투수라는 걸 느꼈다"고 혀를 내둘렀다.
류현진(오른쪽)이 지난 2일 한화 이글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라이브 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류현진(오른쪽)이 지난 2일 한화 이글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라이브 피칭을 마치고 포수 최재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캠프를 마친 감독과 선수단의 만족도는 매우 컸다. 지난달 초 호주 멜버른에서 1차 캠프를 시작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최원호 감독은 "안치홍 선수가 합류하면서 선수단 전체가 올 시즌에는 포스트시즌을 목표로 캠프를 시작했는데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면서도 "오키나와에 류현진 선수가 합류하면서 저를 포함해서 선수단 모두가 더 자신감이 생겼고 그런 목표를 향해서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몸 상태에 대해서도 만족감이 크다. 최 감독에 따르면 류현진은 오는 7일 청백전에서 문동주와 맞대결을 펼치고 이후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으로 12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 17일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경기까지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 몸 상태를 체크할 예정이다. 이어 5일 휴식 후 오는 23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지는 2024시즌 개막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나아가 29일 대전 홈경기 등판으로 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생각보다 몸 상태도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최 감독은 "실내에서만 피칭을 하다가 오키나와에 와서 야외에서 피칭을 두 번 했는데 실내에서만 한 것 치고는 몸을 상당히 잘 만들어왔다"며 "엊그제 라이브 피칭도 던졌는데 제구력이나 다양한 변화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괜찮았다. 앞으로 스케줄대로 잘 소화하면 개막전 선발에는 큰 지장이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4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채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화 이글스 채은성이 4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채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류현진과 문동주 토종 에이스 듀오에 대해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최 감독이다. 그는 "문동주나 류현진도 마찬가지지만 로테이션에서 빠지게 되면 그만큼 여파가 크다"며 "한 시즌을 풀로 끌고 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될 것 같다. 중간에 20일씩 휴식을 주고 이런 방법보다는 당일 투구수를 컨디션에 맞춰서 적절히 조절해 나가면서 끌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6선발 운영 계획에 대해 묻자 "부상만 없으면 로테이션을 걸를 확률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부상이 생기기 전에 당일 투구수 같은 것들도 조금 더 조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장 채은성도 류현진의 합류로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 류현진의 영입이 확정되고 손혁 단장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냈던 채은성은 "올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우리는 조금 미리 알았다. 그래서 단장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고 고생하셨다고 일단 연락드렸다"며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많이 느꼈고 현진이 형이 옴으로써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선수 한 명이 가지고 있는 힘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선수들도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동주도 류현진 합류로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그는 "방에 찾아가서 여쭤보는 건 많이 없었다"면서도 "엊그저께 연습경기 때 경기 상황에 맞는 대화들을 많이 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 |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삼총사 김광현(왼쪽부터)과 양현종,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다시 뭉친다. /AFPBBNews=뉴스1 |
백전노장임에도 보고 배우겠다는 의지가 컸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부담도 많이 된다. 또 반대로 맞대결을 하게 되면 많이 배울 것 같다"며 "정말 '이래서 류현진이구나' 그런 느낌을 게임하면서 보고 배우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류양김' 트리오에 대한 언급에는 "그런 말이 언론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라며 "현진이 형이나 (김)광현이는 비슷한 레벨이다. 미국에서도 성적을 냈고, 국제대회에서도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 전 국제대회나 해외 진출 때 성적을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진다. KBO 내에서는 명함을 내밀 수 있지만, 해외 무대에서는 레벨이 달랐다"고 몸을 낮췄다.
올 시즌을 마치고 MLB 진출을 공언한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은 대만 전지훈련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류현진 선배님을 빨리 보고 싶다. 다른 선배님들한테 물어보면 류현진 선배님의 공이 엄청 좋았다고 하셔서 설렌다. 나도 선배님의 공이 과연 어떨까 기대가 크다. 얼른 야구장에 가서 쳐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류현진은 국내 복귀 전까지도 빅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인 투수다. KBO리그에 진출했던 그 어떤 외국인 투수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커리어를 가졌다. 류현진과의 맞대결을 통해 자신이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일본프로야구(NPB) 최고 투수 사사키 로키를 상대로 2루타를 뽑아냈던 윤동희(롯데 자이언츠)도 류현진과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사사키와도 인사하고 싶었는데, 류현진 선배님하고는 악수하고 싶을 것 같다"며 "정말 꿈 같다. 항상 TV에서 보던 분이다. 만약 칠 수 있다면 정말 재밌게 하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즐겨하던 게임을 통해 류현진에 대해 분석을 마쳤다는 윤동희다. 그는 "구종을 알고 있다. 게임으로 나름의 대비를 했다"며 "항상 카드가 너무 좋아서 저는 영입할 수도 없었다. 고전을 했다"고 전했다.
대만 키움 히어로즈 전지훈련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혜성. /사진=김동윤 기자 |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
이어 "내 기준으로는 한화가 4강에 합류했다고 본다. 올 시즌 KBO 리그가 엄청나게 재미있을 것이다. 반면 감독들에게는 엄청 힘든 시즌이 될 것이다. 물론 그래도 올해 순위 싸움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이며,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건 팬들에게 있어서 좋은 것"이라며 "그렇지만 상위권 팀들은 물론, 특히 중위권 팀들에게 직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올 시즌 최대의 키 포인트라 생각한다. 부상이나 슬럼프 등 팀의 변수를 얼마나 감독들이 잘 해결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아무튼 엄청나게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KBO 리그라 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한화 선수단이 느끼는 류현진 효과는 더욱 크다. 채은성은 이날 팀이 더 강해졌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아직 실전으로 안 들어가서 속단하긴 이른 것 같다"면서도 "전년도보다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좋은 분위기를 가져온 건 맞다. 더 강해져야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5강 목표가 더 상향됐냐고 묻자 똑같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LG 시절에도 그랬지만 하위권에 있다가 가을야구를 하기 시작하게 됐을 때 그때 당시에도 마음가짐이 꼴찌하고 있었는데 우승하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5강부터 목표를 두고 가을 야구에서 이제 또 그 다음에 또 높아지고 이렇게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번에 그렇게 (올라가기) 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야구가 그렇게 단기간에 되는 종목이 아닌 것 같다. 일단 5강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은성은 지난 1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한화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 자신이 잔소리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현진이 합류하며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돼가고 있다. 그는 "고참들끼리 시간을 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며 "팀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다. 아무래도 고참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분위기가 형성됐다. 고참들끼리 잘 뭉쳐 다니다보니 분위기가 뭔가 잡히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연일 한화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고 한화의 시즌권도 뜨거운 열기 속 팔려나갔다. 채은성은 "작년에 느껴보지 못했던 분위기다. 오키나와 야구장에서 열기가 느껴져서 체감했다"며 "이게 현진이 형의 파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류현진. /사진=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류현진. /사진=한화 이글스 |
인천국제공항=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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