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구시카와(일본 오키나와)=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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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민성(맨 왼쪽)과 정훈(맨 오른쪽)이 신인 이선우에게 칭찬을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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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오선진. |
롯데 자이언츠가 김태형(57) 신임 감독과 진행한 스프링캠프를 완료했다. 사령탑은 베테랑 선수들의 희생을 높게 평가했다.
롯데는 4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간단한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2024시즌 스프링캠프 3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지난 1월 31일 출국길에 올라 미국 괌으로 떠난 롯데 선수단은 2월 20일까지 데데도 야구장에서 체력 및 기술훈련을 소화했다. 이어 장소를 일본 오키나와로 옮겨 연습경기 위주의 훈련 일정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달 24일과 25일에는 형제 구단인 일본프로야구(NPB) 지바 롯데 마린스와 고류전 2경기를 펼쳤다.
김태형 감독은 캠프를 마무리하면서 "연습경기를 몇 경기 하지는 않았지만 감독이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에 대해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좋아졌고 타석이나 수비 면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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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태형 감독이 선수단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그렇다면 김 감독이 생각하는 스프링캠프 MVP는 누구일까. 그는 "다 좋다"며 운을 띄운 뒤, 야수 중에서 정훈(37)과 김민성(36), 오선진(35)의 이름을 꺼냈다. 세 선수는 올 시즌 주장 전준우(38) 다음으로 야수진의 최고참이다. 정훈은 팀에서 14년 동안 몸담은 베테랑이다. 김민성과 오선진은 올 시즌 팀에 합류했지만, 김민성은 이미 2007년 롯데에 입단한 후 4년 동안 뛰었던 경험이 있다. 오선진 역시 프로 15년 이상 뛴 경험 많은 선수다.
사령탑은 왜 이 세 선수의 이름을 특히 언급했을까. 김 감독은 "경기에서 나중에 뛰고 그러기도 했는데 본인들이 팀 분위기를 살리려고 한다. 그 부분을 세 선수가 (잘했다)"고 밝혔다.
세 선수는 모두 주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정훈의 경우 본인의 포지션인 1루에 이미 김 감독이 상무에서 전역한 나승엽(22)을 주전으로 낙점했다. 김민성 역시 박승욱(32) 등과 함께 2루수 자리를 두고 번갈아 가며 나오게 된다. 오선진은 우선 내야 유틸리티 백업으로 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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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훈이 미국 괌 스프링캠프에서 번트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
그럼에도 이들은 캠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정훈의 경우 비시즌 미국으로 건너가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37)의 아카데미에 합류해 타격 수정을 할 정도로 노력했고, 캠프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로 후배들을 독려했다. 경기 중에는 후배들이 기죽지 않게 파이팅을 불어넣어줬다.
FA(프리에이전트)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친정에 돌아온 김민성은 경쟁자이기 앞서 동료인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고승민(24)은 "제가 더 잘할 수 있게끔 옆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어떻게 해야 더 편하게 잡아 잘 던질 수 있는지에 대해 섬세하게 얘기해주신다"고 말했다. 박승욱 역시 "워낙 베테랑이다보니 준비하는 모습을 보는 자체가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넘어온 오선진은 이미 한화 시절부터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감독은 "오선진의 많은 경험이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어릴 때부터 오선진과 친분을 쌓았던 노진혁(35)은 "선진이는 수비도 잘하고 공도 잘 던진다. 분명 후배들도 선진이를 보면서 야구에서 뽑아먹을 게 많을 거다. 잘 습득해서 좋은 길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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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사진=롯데 자이언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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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진(오른쪽). /사진=롯데 자이언츠 |
롯데는 젊은 야수가 많은 팀이다. 일찌감치 주전 자리를 차지했던 한동희(25)를 필두로 고승민, 나승엽, 손성빈(22), 윤동희(21), 김민석(20) 등 기대를 모으는 야수 자원이 여럿 있다. 이들은 미래의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혹은 현재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야구를 할 수 있게 베테랑들이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부터 베테랑의 가치를 잘 아는 지도자다. '화수분 야구'를 통해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내면서도 김재호나 이현승 등 노장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타 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배영수나 권혁, 두산 출신인 정재훈과 김승회 등을 데려와 쏠쏠히 써먹었다. 그렇기에 롯데에서도 베테랑 선수들의 헌신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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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태형 감독. /사진=롯데 자이언츠 |
구시카와(일본 오키나와)=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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