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체인지업에 헛스윙이 많이 나오는데…”
한국에서 온 타격 천재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보기 힘든 것이 헛스윙과 삼진이다. 3000타석 기준 KBO리그 역대 통산 타율 1위(.340)에 빛나는 이정후는 이 기간 삼진율이 7.7%로 리그에서 3번째로 낮았다. 헛스윙율(3.4%)도 두 번째 낮을 만큼 극강의 컨택 능력을 뽐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도 이정후는 삼진을 좀처럼 당하지 않고 있다. 5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5경기에서 총 15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13타수 6안타, 타율 4할6푼2리를 기록하며 볼넷 2개를 골라냈다. 출루율은 5할3푼3리에 달한다.
그 사이 삼진은 1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첫 경기였던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전 4회 우완 카를로스 바르가스에게 당한 헛스윙 삼진이 유일하다. 아직 표본이 많이 쌓인 것은 아니지만 삼진율 6.7%로 KBO리그 시절보다 더 낮다.
다만 헛스윙 비율은 조금 늘었다. 15타석에서 총 53개의 공을 본 이정후는 헛스윙을 5번 했다. 헛스윙률 9.4%로 10%를 넘진 않지만 3.4%에 불과했던 KBO리그 시절보다 잦아진 건 사실이다. 유일하게 삼진을 당한 시애틀전 바르가스 타석에선 이정후답지 않게 4~5구 연속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이정후는 5일 콜로라도전에도 4회 무사 1,3루에서 우완 라이언 펠트너의 2구째 몸쪽에 들어온 86.7마일(139.5km) 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돌았다. 바로 다음 공으로 바깥쪽 높게 들어온 87마일(140.0km) 체인지업을 밀어쳐 좌측 펜스로 향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1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지만 이정후는 경기 후 2구째 체인지업에 헛스윙한 것을 언급했다.
그는 “여기 와서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투수들의 체인지업은 한국 투수들과 다르다. 체인지업 스피드가 조금 더 빠르다. 87~88마일(140.0~141.6km) 정도 되는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하고 있는데 그 정도 스피드의 체인지업을 가진 한국 투수는 사실 없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시범경기 초반부터 KBO리그 투수들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미국 투수들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투구 각도와 함께 변화구 스피드를 언급했는데 그 중에서도 체인지업 속도에서 큰 체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통계전문업체 ‘스탯티즈’ 기준으로 지난해 KBO리그 체인지업 평균 구속은 128.6km.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105명 중에서 체인지업이 평균 140km 넘는 투수는 NC 다이노스에서 MVP를 차지한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140.6km), 문동주(한화 이글스·140.2km) 둘밖에 없었다.
패스트볼과 같은 팔 동작과 높이에서 나오는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오프 스피드’ 구종이다. 구속이 너무 빠르면 패스트볼과 큰 차이가 없어 역효과가 날 수 있지만 기본 구속이 빠른 투수라면 고속 체인지업이 훨씬 위협적이다. 메이저리그에는 140km 이상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가 많고, 이정후가 빠르게 리그에 자리잡기 위해선 이에 대한 적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정후의 경우 적응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체인지업에 한 번 헛스윙하면 ‘아,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체인지업이 왔을 때 안타를 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콜로라도전에 앞서 전날(4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도 이정후는 4회 헌터 개디스의 6구째 79마일(127.1km) 체인지업을 공략해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헛스윙 비율이 조금 늘긴 했지만 미국식 체인지업에 빠르게 적응해가는 이정후라면 큰 벽이 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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