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FA 내야수 최대어로 평가받았으나 냉랭한 시장 반응에 쪽박을 찬 맷 채프먼(31)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FA 재수를 택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72)도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었다.
채프먼은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날(4일) 샌프란시스코와 3년 보장 5400만 달러에 옵트 아웃 2개가 포함된 계약이 공식 발표됐고, 이날 미디어 상대 첫 만남을 가졌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200만 달러에 올해 연봉 1600만 달러로 2025년 1700만 달러 선수 옵션(바이아웃 200만 달러), 2026년 1800만 달러 선수 옵션(바이아웃 300만 달러), 2027년 2000만 달러 상호 옵션(바이아웃 100만 달러)이 붙었다.
채프먼에게 보장된 조건은 3년 5400만 달러로 선수와 구단이 2027년 상호 옵션을 모두 실행하면 4년 최대 7300만 달러가 된다. 당초 1억 달러 이상 대형 계약을 기대한 채프먼으로선 실망스런 조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시즌 후 FA가 될 수 있는 옵트 아웃을 넣어 FA 재수 의지를 드러냈다.
채프먼에겐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보라스는 “채프먼에겐 자신의 생각이 있었다. 장기 계약을 맺을 수 있었고, 더 큰돈이 보장된 계약을 할 수 있었지만 자신에게 베팅하는 길을 택했다. 난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금액을 보장해주고 싶지만 선수 스스로 편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채프먼의 의지가 이번 계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채프먼은 “이번 FA 시장은 확실히 이상했고, 프로세스도 비정상적이었다. 장기 계약이 안 되면 옵트 아웃이 포함된 단기 계약으로 나 자신에게 베팅을 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어정쩡한 다년 계약보다는 단기 계약으로 다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다.
지난 2017~2021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시절 5년간 함께한 밥 멜빈 감독의 존재도 채프먼이 샌프란시스코를 택한 이유 중 하나다. 보라스는 “채프먼이 앞으로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될지를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샌프란시스코는 확실히 프리미엄이 있다”고 멜빈 감독과 끈끈한 관계가 채프먼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채프먼은 지난해 후반기 오른손 중지 인대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부상 악재에도 시달렸다. 이에 대해 그는 “부상이 타격에 영향을 미치긴 했다. 배트를 휘두르는 방식에 있어 일관된 느낌을 받지 못했고, 리듬을 잡을 수 없었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시즌 중에는 쉽지 않았다. 운이 나빴지만 야구를 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걸 통해 또 하나 배웠고, 이번 시즌이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보라스는 “애드리안 벨트레, 마이크 슈미트 등 3루수들을 보면 30세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해 매우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펼쳐왔다. 많은 3루수들이 34~35세에 최고 시즌을 보냈다”며 올해 31세인 채프먼인 올해 충분히 반등해서 장기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5순위로 오클랜드에 지명된 3루수 채프먼은 최근 2년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는 등 메이저리그 7시즌 통산 868경기 타율 2할4푼(3138타수 754안타) 155홈런 426타점 OPS .790을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AL)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4차례(2018·2019·2021·2023년) 수상했고, 2018~2019년에는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플래티넘 글러브 AL 부문을 2년 연속 수상했다. 2017년 이후 수비율 97.3%는 3루수 중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97.4%)에 이어 2위에 빛난다.
2019년 156경기 타율 2할4푼9리(583타수 145안타) 36홈런 91타점 OPS .848로 활약하며 올스타, 골드글러브에 AL MVP 6위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채프먼은 시즌 후 오클랜드로부터 10년 1억5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채프먼 잔류 가능성이 낮아지자 오클랜드는 2022년 그를 토론토로 트레이드했다.
지난해 토론토로부터도 채프먼은 4~5년 계약에 1억2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제시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FA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140경기 타율 2할4푼(509타수 122안타) 17홈런 54타점 OPS .755로 뚜렷한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개인 통산 4번째 아메리칸리그(AL)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지만 타격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FA 시장 가치도 오르지 않았다. 보라스가 장기전으로 협상을 끌고 갔지만 3월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야 어렵게 샌프란시스코에 새둥지를 텄다. 2개의 옵트아웃이 포함된 3년 계약으로 사실상 1년 FA 재수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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