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그거 (이)재상이죠?"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홍원기(51)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취재진, 구단 관계자와 한담 중 두 번이나 불쑥 되물었다.
키움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6일까지 대만 가오슝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대만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탓에 선수들이 야간 훈련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키움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자란 훈련량을 채우기 위해 호텔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았다.
홍 감독이 반문한 두 번 모두 어떤 키움 선수가 호텔에서 개인 훈련을 위해 나섰다는 이야기가 들렸을 때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 키움 관계자는 저녁 시간에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방망이를 들고 내려온 선수 두 명과 마주쳤다. 이때는 송성문(27)과 주성원(24)이었다.
또 다른 키움 관계자가 숙소 수영장에서 발견했다는 선수는 이재상(19)이 맞았다. 이재상은 갈산초-성남중-성남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키움이 지명한 신인 선수. 두 번의 트레이드로 다른 선수들보다 상위 픽을 두 장이나 더 갖고 있던 키움이 3라운드 내 6번의 픽으로 유일하게 뽑은 야수였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상이 수영장에서 스윙 연습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 홍 감독도 "내 동선을 아는 줄 알았잖아요. 나도 저번에 수영장에서 봤다"라고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러는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홍 감독은 "남들이 시켜서 하는 것과 본인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하는 건 능률부터 다르다"고 단언했다.
이재상은 키움이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후계자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한 유망주다. 고교 통산 58경기 타율 0.312(189타수 59안타) 2홈런 44타점 34득점 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43을 기록했다. 특히 학년이 오를수록 삼진을 줄여 고3 시절에는 17개의 사사구(7볼넷 10몸에 맞는 볼)를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5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타구 스피드도 빼어나서 한 KBO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트랙맨 기준 이재상의 고교 시절 최고 타구속도는 시속 173㎞에 달했다.
강한 어깨와 빠른 송구가 강점이지만, 수비는 아직 조금 더 다듬어야 한다는 평가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자주 식사를 하면서 이재상과 친해진 베테랑 내야수 최주환(36)은 "이제 막 프로에 왔다 보니 배워야 할 부분이 보인다. 하지만 어깨도 강하고 나이대를 생각하면 잠재력은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키움은 주장 김혜성(25)을 주축으로 어린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저 멀리 유한준(43) KT 위즈 타격코치 때부터 박병호(38·KT), 김하성,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까지 이어진 팀 문화다. 대만에서 만난 김혜성에 따르면 신인 시절부터 자신보다 훈련에 빠르게 오는 선수가 박병호였다. 그런 선배의 등을 보고 자란 김혜성은 이제 후배들의 롤모델이 돼 키움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벌써 강정호(37·은퇴),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등 4명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탄생했다. 김혜성도 올 시즌 종료 후 미국 진출에 도전할 계획. KBO리그 타 구단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성과에 키움은 아마추어 야구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가고 싶은 팀으로 꼽힌다. 이재상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상은 지난 2일 대만 타이난시 남구에 위치한 타이난시립야구장에서 열린 퉁이 라이온스와 연습경기에서 9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를 기록, 키움의 4-1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 후 이재상은 "고등학교 때부터 키움에 오고 싶었다. (날 지명하는 팀은) 무조건 키움이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지명되자마자 '됐다, 나이스'라고 했다"고 지명 당시를 떠올렸다.
입단 후 키움은 그가 생각했던 대로였다. 이재상은 "입단해서도 키움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 건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학생 때는 지도자 분들이 강하게 하시는 게 있는데 확실히 여기서는 자유로움 속에서 내가 할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혜성이 형을 보면서 정말 많이 느낀다. 혜성이 형은 그냥 완벽하다. 감독님도 그냥 부담 없이 (타석에) 들어가서 홈런 치고 오라고만 하신다. 신인인데도 감독님께서 이렇게 기회를 주시는데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재상의 깜짝 활약으로 키움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재상보다 더한 연습벌레가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시범경기 첫 경기 출전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 말미에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대만 2차 캠프 합류가 불발된 김휘집(22)이다.
양목초(히어로즈리틀)-대치중-신일고 졸업 후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키움에 지명된 김휘집 역시 감독, 코치뿐 아니라 선수단 모두가 인정하는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이미 비시즌 중 면담에서도 예정된 30분의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넘게 자신이 지난해 느낀 점과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겠는지를 이야기해 홍 감독의 혀를 내두르게 한 김휘집이다. 그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데뷔 시즌부터 우상향하는 성적을 찍으면서 지난해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만서 만난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38) 역시 "(김)휘집이만 보면 정말 예쁘다. 나이에 안 맞게 너무 열심히 하고 야구밖에 모른다. (김)혜성이랑 휘집이가 특히 더 그런데 두 사람을 보면서 나는 어릴 때 뭘 했나 싶을 정도. 정말 야구 생각밖에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김휘집이기에 큰 부상이 아님에도 휴식을 줬다. 팀과 떨어져 있지만, 알아서 잘하고 있을 거란 믿음에서다. 홍 감독은 "김휘집의 부상은 크지 않다. 미국 캠프가 끝날 때쯤 허벅지가 불편하다고 했는데 혹시 몰라 대만에는 오지 않게 했다. 이미 회복해서 시범 경기 첫 경기 때 선수단에 바로 합류할 것"이라며 "(김)휘집이는 너무 열심히 해서 오히려 쉬게 했다. 지난 APBC에서 느낀 점이 많았는지 겨울에 운동을 많이 한 것이 느껴졌다. 몸집도 많이 커졌다"고 흐뭇해했다.
주전 유격수가 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휘집, 이재상 외에도 유격수 수비로는 선수단 내 최고라 평가받는 신준우(23·2020년 2차 2R 지명)도 이번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홈런을 치고 담장까지 향하는 타구를 치는 등 타격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고형욱 키움 단장도 조금은 성장한 듯한 신준우의 타격에 "깜짝 놀랐다, 기대가 된다"고 했다.
키움은 김하성이 미국으로 떠난 후 주전 유격수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김하성의 뒤를 잇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 선수들이 있기에 미래가 밝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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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사진=키움 히어로즈 |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홍원기(51)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취재진, 구단 관계자와 한담 중 두 번이나 불쑥 되물었다.
키움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6일까지 대만 가오슝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대만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탓에 선수들이 야간 훈련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키움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자란 훈련량을 채우기 위해 호텔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았다.
홍 감독이 반문한 두 번 모두 어떤 키움 선수가 호텔에서 개인 훈련을 위해 나섰다는 이야기가 들렸을 때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 키움 관계자는 저녁 시간에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방망이를 들고 내려온 선수 두 명과 마주쳤다. 이때는 송성문(27)과 주성원(24)이었다.
또 다른 키움 관계자가 숙소 수영장에서 발견했다는 선수는 이재상(19)이 맞았다. 이재상은 갈산초-성남중-성남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키움이 지명한 신인 선수. 두 번의 트레이드로 다른 선수들보다 상위 픽을 두 장이나 더 갖고 있던 키움이 3라운드 내 6번의 픽으로 유일하게 뽑은 야수였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상이 수영장에서 스윙 연습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 홍 감독도 "내 동선을 아는 줄 알았잖아요. 나도 저번에 수영장에서 봤다"라고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러는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홍 감독은 "남들이 시켜서 하는 것과 본인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하는 건 능률부터 다르다"고 단언했다.
이재상은 키움이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후계자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한 유망주다. 고교 통산 58경기 타율 0.312(189타수 59안타) 2홈런 44타점 34득점 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43을 기록했다. 특히 학년이 오를수록 삼진을 줄여 고3 시절에는 17개의 사사구(7볼넷 10몸에 맞는 볼)를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5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타구 스피드도 빼어나서 한 KBO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트랙맨 기준 이재상의 고교 시절 최고 타구속도는 시속 173㎞에 달했다.
강한 어깨와 빠른 송구가 강점이지만, 수비는 아직 조금 더 다듬어야 한다는 평가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자주 식사를 하면서 이재상과 친해진 베테랑 내야수 최주환(36)은 "이제 막 프로에 왔다 보니 배워야 할 부분이 보인다. 하지만 어깨도 강하고 나이대를 생각하면 잠재력은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재상. /사진=키움 히어로즈 |
키움은 주장 김혜성(25)을 주축으로 어린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저 멀리 유한준(43) KT 위즈 타격코치 때부터 박병호(38·KT), 김하성,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까지 이어진 팀 문화다. 대만에서 만난 김혜성에 따르면 신인 시절부터 자신보다 훈련에 빠르게 오는 선수가 박병호였다. 그런 선배의 등을 보고 자란 김혜성은 이제 후배들의 롤모델이 돼 키움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벌써 강정호(37·은퇴),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등 4명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탄생했다. 김혜성도 올 시즌 종료 후 미국 진출에 도전할 계획. KBO리그 타 구단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성과에 키움은 아마추어 야구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가고 싶은 팀으로 꼽힌다. 이재상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상은 지난 2일 대만 타이난시 남구에 위치한 타이난시립야구장에서 열린 퉁이 라이온스와 연습경기에서 9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를 기록, 키움의 4-1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 후 이재상은 "고등학교 때부터 키움에 오고 싶었다. (날 지명하는 팀은) 무조건 키움이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지명되자마자 '됐다, 나이스'라고 했다"고 지명 당시를 떠올렸다.
입단 후 키움은 그가 생각했던 대로였다. 이재상은 "입단해서도 키움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 건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학생 때는 지도자 분들이 강하게 하시는 게 있는데 확실히 여기서는 자유로움 속에서 내가 할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혜성이 형을 보면서 정말 많이 느낀다. 혜성이 형은 그냥 완벽하다. 감독님도 그냥 부담 없이 (타석에) 들어가서 홈런 치고 오라고만 하신다. 신인인데도 감독님께서 이렇게 기회를 주시는데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재상의 깜짝 활약으로 키움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재상보다 더한 연습벌레가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시범경기 첫 경기 출전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 말미에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대만 2차 캠프 합류가 불발된 김휘집(22)이다.
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 |
양목초(히어로즈리틀)-대치중-신일고 졸업 후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키움에 지명된 김휘집 역시 감독, 코치뿐 아니라 선수단 모두가 인정하는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이미 비시즌 중 면담에서도 예정된 30분의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넘게 자신이 지난해 느낀 점과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겠는지를 이야기해 홍 감독의 혀를 내두르게 한 김휘집이다. 그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데뷔 시즌부터 우상향하는 성적을 찍으면서 지난해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만서 만난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38) 역시 "(김)휘집이만 보면 정말 예쁘다. 나이에 안 맞게 너무 열심히 하고 야구밖에 모른다. (김)혜성이랑 휘집이가 특히 더 그런데 두 사람을 보면서 나는 어릴 때 뭘 했나 싶을 정도. 정말 야구 생각밖에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김휘집이기에 큰 부상이 아님에도 휴식을 줬다. 팀과 떨어져 있지만, 알아서 잘하고 있을 거란 믿음에서다. 홍 감독은 "김휘집의 부상은 크지 않다. 미국 캠프가 끝날 때쯤 허벅지가 불편하다고 했는데 혹시 몰라 대만에는 오지 않게 했다. 이미 회복해서 시범 경기 첫 경기 때 선수단에 바로 합류할 것"이라며 "(김)휘집이는 너무 열심히 해서 오히려 쉬게 했다. 지난 APBC에서 느낀 점이 많았는지 겨울에 운동을 많이 한 것이 느껴졌다. 몸집도 많이 커졌다"고 흐뭇해했다.
주전 유격수가 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휘집, 이재상 외에도 유격수 수비로는 선수단 내 최고라 평가받는 신준우(23·2020년 2차 2R 지명)도 이번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홈런을 치고 담장까지 향하는 타구를 치는 등 타격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고형욱 키움 단장도 조금은 성장한 듯한 신준우의 타격에 "깜짝 놀랐다, 기대가 된다"고 했다.
키움은 김하성이 미국으로 떠난 후 주전 유격수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김하성의 뒤를 잇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 선수들이 있기에 미래가 밝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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