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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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올해 시범경기에서 처음으로 리드오프로 선발 출장했다. 알고 보니 사령탑의 계산된 전략이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일 때 김하성이 리드오프로 나설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사령탑은 김하성이 좌완 투수 상대로 "정말 잘한다"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하성은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펼쳐진 시카고 컵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MLB) 홈 시범경기에 1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는데, 안타 1개는 바로 2루타였다. 이에 전날(4일) 홈런포를 쏘아 올린 김하성은 2경기 연속 장타 생산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김하성의 시범경기 성적은 7경기에 출장, 타율 0.400(15타수 6안타) 2루타 2개 1홈런 3타점 6득점 4볼넷 2삼진 2도루 장타율 0.526 출루율 0.733 OPS(출루율+장타율) 1.259가 됐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유격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잰더 보가츠(2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쥬릭슨 프로파(좌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에구이 로사리오(3루수)-잭슨 메릴(3루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조니 브리토였다.
김하성이 리드오프로 전격 배치된 게 눈에 띄었다. 김하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자신이 소화한 6경기에서 모두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샌디에이고의 리드오프 자리는 줄곧 샌디에이고와 14년 3억 4000만달러(약 4607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계약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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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
김하성이 올해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로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서 김하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줄곧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대신 샌디에이고의 슈퍼스타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계속해서 리드오프라는 중책을 맡았으나, 이날 마이클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처음으로 변화를 줬다.
이유가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다양한 카드를 실험해보기 위해서였다. 미국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에 따르면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이날 시카고 컵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올해 정규시즌에서 상대 팀이 좌완 선발 투수를 내보냈을 때 김하성을 1번 타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3안타를 터트리기 전까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타율 0.091의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반면 김하성은 이 경기 전까지 4할대 타율을 자랑하고 있었던 게 사실.
마이크 실트 감독이 꺼낸 카드는 제대로 통했다. 김하성은 1회말 선두타자로 첫 번째 타석을 맞이했으나, 유격수 땅볼로 아쉬움을 삼켰다. 김하성의 진가가 빛난 건 3회말이었다. 이번에도 선두타자로 타석을 밟은 김하성은 시카고 컵스의 좌완 선발 투수 조단 윅스를 상대로 좌익수 방면 장타를 날렸다. 이때 김하성이 빠른 발과 함께 2루에 안착하며 무사 2루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전날(4일) 짜릿한 홈런포를 터트린 김하성이 2경기 연속 장타를 때려낸 순간이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올해 시범경기 2번째 2루타였다.
발 빠르고 센스가 뛰어난 김하성의 출루에 컵스 내야진은 아무래도 더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후속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컵스 선발 웍스의 폭투가 나오면서 김하성은 3루에 안착했다. 이어 타티스 주니어가 좌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3루 주자 김하성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하성은 5회말 또 선두타자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했으나, 키컨 톰슨을 상대로 좌익수 뜬공에 그치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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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쉴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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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이 지난달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
이날 김하성의 리드오프 배치로 샌디에이고는 '다재다능한' 김하성이 출루의 임무를 달성한 뒤 '해결사'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해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에 따르면 실트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상대 팀의 선발 투수로 좌완 투수가 출전한다. 이에 '키미(29·김하성의 애칭)'에게 리드오프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They got a lefty going today, so we're giving Kimmy a shot at the top)"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은 "그동안 리드오프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한 경기에서 첫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는 생각을 좋아한다"면서도 "반대로 더욱 뒤쪽 타순에 배치돼 타점 기회를 추가로 갖는 것 역시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트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좌완 투수 상대로 2루타를 쳐낸 김하성의 리드오프 출격에 관해 "완전 가능성이 있다(Complete possibility)"며 열린 자세를 보여줬다.
실트 감독은 김하성의 좌투수 상대 능력을 제대로 믿고 있었다. 김하성은 지난 2023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302, 출루율 0.376의 비교적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우투수 상대로는 타율이 0.241, 출루율이 0.340으로 좌완이 선발 등판했을 때와 비교해 많이 떨어졌다. 이런 김하성의 특성을 사령탑이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2024시즌이 시작된 이후 상대 선발이 좌투수일 때, 김하성이 리드오프라는 중책을, 반대로 우투수가 선발로 나올 때 김하성이 5번, 타티스 주니어가 1번에 각각 배치되는 그림을 떠올릴 수 있다. 때로는 8번 등 주로 하위 타순에 배치됐던 김하성이 이제는 중심 타순과 리드오프를 소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입지가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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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왼쪽)이 지난달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 중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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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수비 모습. /사진=샌디에이고 공식 SNS |
실트 감독은 "분명 스프링 캠프에서는 몇 가지 다른 라인업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면서 "'키미(김하성)'는 좌투수를 상대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Kimmy' does really well against lefties)"고 극찬했다. 이어 "저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타순이 내려가는 것도 괜찮다. 그래서 다른 관점에서 타순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은 "샌디에이고가 이날 오전 외야수 브라이언 존슨과 우완 맷 페스타, 그리고 좌완 라이언 카펜터 등 3명을 마이너리그 캠프에 추가로 합류시켰다. 이에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는 47명이 됐다. 투수진과 외야진에서는 계속해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샌디에이고 선수단은 오는 13일 한국을 향해 출국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3월 20일 LA 다저스와 공식 개막전을 치르기 전까지 31명의 선수를 데려갈 수 있다. 또 그중에서 26인 개막 로스터를 추려야 한다. 실트 감독은 "(지금부터) 선수의 명단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하성은 지난해 샌디에이고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162경기 중 152경기에 출장,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2루타 23개, 75볼넷 124삼진 38도루(9도루 실패) 출루율 0.351, 장타율 0.398, OPS(출루율+장타율) 0.749의 커리어 하이 성적을 찍었다. 공격도 잘했지만, 수비에서도 더욱 빛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매 경기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수비 실력을 선보이며 샌디에이고 내야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22시즌 김하성은 주로 유격수로 활약했다. 131경기를 유격수, 24경기를 3루수로 각각 나섰다. 하지만 2023시즌에는 2루수 중심의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사령탑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실책도 2021시즌 5개에 이어 2022시즌 8개, 2023시즌에는 7개를 기록했다. 야구 통계 매체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5.8을 기록, 내셔널리그 전체 8위에 랭크됐다.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시즌 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또 실버슬러거 후보에도 올랐으며, 한국인 역대 3번째로 MVP 투표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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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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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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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이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마친 뒤 벤치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
김하성은 지난 4일 홈런포를 터트린 뒤 현지 중계진과 10여분 가까이 단독 인터뷰에 임하기도 했다. 김하성은 빅리그 4년 차로서 현재 컨디션이 어떤지 묻는 현지 중계진에 "컨디션은 좋은 것 같다. 첫해보다는 4년 차가 된 지금 스프링캠프가 더욱 편하고, 준비도 잘 돼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체중을 7kg 정도 늘리는 데 성공했다. 현지 중계진은 지난해 홈런 17개를 친 김하성에게 근육량을 늘린 이유에 대해 묻자 "홈런을 더 치려고 근육량을 늘린 건 아니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살도 많이 빠지고, 지난해 마지막 달에 체력적으로 힘든 걸 느꼈다. 그런 걸 잘 이겨내고 싶어서 몸을 좀 키웠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현지 중계진은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았다. 앞서 MLB.com은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타격 실력을 끌어올렸다. 삼진율을 낮추었지만, 볼넷의 비율은 높이면서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선보였다. 또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의) 새로운 규칙을 잘 활용하면서 도루도 38개나 성공시켰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김하성은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받아서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첫해에 조금 힘든 게 있었는데, 수비에 많은 투자를 했다. 수비 덕분에 지금까지 잘 버틸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김하성은 서울시리즈에 대해 "한국에 들어가서 경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거기에 한국에서 뛰었던 홈구장에서 경기한다. 그곳에서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한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게 설레고 재밌을 것 같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끝으로 김하성은 "한국도 야구에 열정적인 나라다. 또 좋은 팬 문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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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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