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이제는 자신감 생겼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준영(27)은 올해 이승엽 감독이 점찍은 키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이승엽 감독은 2년차 시즌을 준비하면서 유격수 고민을 안았다. ‘천재 유격수’ 김재호도 이제 39세가 됐다. 1차지명 유격수로 먼저 ‘포스트 김재호’로 기대를 모았던 안재석은 3시즌 동안 222경기 타율 2할2푼6리 6홈런 36타점의 기록만 남긴 채 현역 군 복무를 위해 입대했다. 김재호도 올해 연봉 계약을 뒤늦게 체결하면서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박계범 이유찬 박지훈 등의 백업들 가운데서 어떻게든 유격수 자원을 키워내야 했다.
모두 경험이 부족하고 미완의 선수들. 그럼에도 이승엽 감독은 한 선수에게 힘을 실었다. 박준영이었다. 2016년 1차지명으로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박준영은 투타에서 모두 재목으로 꼽혔다. 우선 투수로 입단해서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렸고 NC 김경문 전 감독 체제 하에서는 필승조로서 중용 받기도 했다.
그러나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을 받았고 현역으로 군 복무를 이어간 뒤 야수로 전향했다. NC에서도 장타력 을 갖춘 차세대 유격수로 기회를 부여했지만 2021년에는 팔꿈치 충돌 증상, 2022년 왼쪽 어깨 탈구 부상을 당하며 수술대에 올랐다. 연차가 길지 않지만 짧은 기간 동안 부상 빈도가 잦았다. 결국 NC는 지난해 FA 포수 박세혁과 4년 46억원 계약을 하면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두산이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NC에서도 한때 트레이드 불가 자원으로 꼽혔던 선수. 하지만 잦은 부상과 더딘 성장세로 아쉬움을 남겼다. 더군다나 이제는 국가대표 유격수로 성장한 김주원도 빠르게 1군에 연착륙하면서 입지가 줄었다.
스스로가 더 아쉬웠고 두산에서는 잠재력을 펼쳐야 했다. 지난해 어깨 탈구 수술에서 돌아온 뒤에는 51경기 타율 2할2푼8리(127타수 29안타) 4홈런 17타점 OPS .707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제 김재호의 뒤를 잇는 확실한 후계자로 거듭나고 있다.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이승엽 감독은 “박준영에게 많은 기대를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고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에도 “다른 유격수 자원들과 비교했을 때 박준영이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라며 사실상 주전 경쟁의 손을 들었다.
시범경기에서도 박준영은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3경기 모두 장타를 때려냈다.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1-0으로 앞선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3볼 1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지체하지 않았다. 138km의 커터를 통타, 좌측 파울 폴에 맞는 대형 타구를 보냈다.
경기 후 만난 박준영은 “힘을 빼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존을 넓게 보고 치려고 했던 생각이 홈런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했다. 빠른공이 좋다 보니까 빠른공에 포커스를 뒀는데 운이 좋게 넘어갔다. 파울인 줄 알았는데 폴을 맞더라”라고 웃었다. 이제는 풀타임 유격수로서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다부지게 준비를 하고 있다. 독하게 마음을 먹었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부담도 덜어가면서 주전 유격수로서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 그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지만 타구도 많이 잡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스프링캠프 동안 저 나름대로 얻은 게 많다고 생각하고 자신감도 생겼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코치님께 부탁해서 더 하려고 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유격수 자리에서 불안한 게 있었는데 이제는 자신감도 생겼고 기술적인 부분도 얻은 게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는 건강 또 건강이다. 그는 “감독님께서도 몸 상태가 최우선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동안 시즌 막판에 항상 부상을 당해서 스프링캠프부터 몸 상태, 체력적인 부분들을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작년에는 끼니도 거르고 했는데 삼시세끼 잘 챙겨먹으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부상도 부상이고 또 실력적으로도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실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