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으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김민우(29)는 지난겨울 미국 시애틀의 유명 야구 아카데미 드라이브라인을 찾았다. 통역과 트레이너를 직접 대동해 무려 6주 일정으로 겨울 일정을 꽉 채웠다. 6주 동안 모든 체제비를 김민우가 부담했다. 그 비용만 해도 웬만한 선수 연봉 값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고, 자기 투자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이른 봄부터 노력의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KT 위즈와의 연습경기에서 2⅔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막은 김민우는 7일 대전에서 펼쳐진 자체 청백전에서 3이닝 4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세를 몰아 14일 대전 KT전 시범경기 첫 등판도 3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했다. 4회 황재균에게 투런 홈런을 맞은 게 아쉬웠지만 전반적인 투구 내용이 좋았다. 최고 148km, 평균 143km 직구(39개) 중심으로 포크볼(13개), 슬라이더(5개), 커브(4개)를 섞어 던졌다.
아직 시즌이 개막하지도 않았는데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올라온 게 눈에 띈다. 신체 역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훈련으로 투수 구속 상승에 일가견 있는 드라이브라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어깨 통증 여파 속에 직구 평균 구속이 139.4km로 떨어졌지만 현재 페이스라면 최고 151km까지 던졌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150km 강속구를 되찾을 기세다.
이날 경기 후 김민우는 “지난 경기에 이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 느낌이 좋다. 14승을 거둔 2021년과 비슷하다. 어쩌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미국 훈련 효과에 대해 “잘 다녀왔다. 아직 단정짓기에는 그런데 지금까지 좋아지고 있으니 없다곤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몇 년간 열심히 던지다 작년에 부상으로 쉬기도 했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이번이 새로운 곳에 가서 배워볼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체중도 10kg 이상 감량한 김민우는 투구폼이나 템포도 훨씬 경쾌해졌다. 와인드업 없이 세트 포지션으로 불필요한 힘을 뺐고, 투구 템포도 몰라보게 빨라졌다. “피치 클락을 대비해서 바꾼 건 아니다. 이전부터 투구 템포가 느리다는 얘기를 듣고 몇 년간 혼자서 계속 연습을 했다. 피치 클락이 시행을 준비하다 보니 조금 더 빨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그는 “처음 1~2년은 힘들었지만 계속 하다 보니 이제 괜찮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구속이 빨라지면서 주무기 포크볼의 위력도 배가 된 모습. 사람 심판보다 하이존 볼을 잘 잡아주는 ABS 특성상 높낮이를 적극 활용하는 김민우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그는 “내가 좌우 코너워크하는 투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포크볼을 갖고 있고, 직구 구위가 살아나면 하이볼을 쓰면서 결정짓는 게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직구 타깃 자체를 높게 보면서 던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4개를 뺏어낸 김민우는 내야 팝플라이도 3개 유도하는 등 하이 패스트볼 효과도 제대로 봤다.
몸과 폼만 바뀐 게 아니다. 마인드도 확 바뀌었다. 이날 황재균에게 홈런을 맞은 것에 대해서도 “딱히 생각할 건 없는 것 같다. 오늘 내 공은 누가 봐도 좋다고 하더라. 개수가 조금 많아지면서 힘이 조금 떨어져 홈런을 맞았지만 시범경기다. 시즌 성적에 안 들어가는 거라 신경 안 쓴다”며 웃어 넘긴 김민우는 “마인드를 바꾸기로 했다. 평소에 생각이 많았는데 크게 도움이 안 되더라. 긍정적으로, 좋게좋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돌아온 괴물’ 류현진의 복귀로 선발 로테이션이 무섭게 좋아졌다. 기존 선발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에 류현진까지 4명은 확정이며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김민우가 황준서, 김기중, 이태양과 경쟁 중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김민우가 5선발 자리에 들어갈 게 유력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김민우가 오키나와부터 3경기 연속 좋은 구위를 보여준 점이 두드러진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위도 살아난 게 크지만 2020~2022년 3년 연속 풀시즌 선발 커리어를 무시할 수 없다.
김민우가 14승 에이스 시절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화 선발진은 단숨에 리그 톱이 될 수 있다. 김민우는 “우리 팀 선발이 확실히 강해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5선발에 들어가려고 악착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좋은 모습 보여 5선발 자리를 확정짓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