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에게 이보다 완벽한 정규시즌 개막전 리허설 무대가 있을까.
류현진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오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실전 등판이다.
비 예보 때문에 한화와 류현진 모두 가슴이 철렁했지만 다행히 17일 부산 지역의 비 예보는 모두 사라진 상태다. 이날 류현진의 등판이 무산될 경우 개막전까지 투구수를 끌어올려야 하는 계획이 어긋나게 된다. 최원호 감독은 “비 예보가 사라져서 다행이다”라면서도 “그런데 류현진만 등판을 할 때만 비 예보도 희한하게 4일 간격으로 생긴다. 일본에서부터 류현진만 던지려고 하면 비가 내리고 비 예보가 생긴다. 우리가 먼저 계획을 한 것인데 하늘에서도 비가 내린다. 진짜 신기한 일이다”라고 푸념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비 예보가 사라지면서 안도할 수 있게 됐다.
류현진은 지난 2월 말, 한화 컴백이 결정된 이후 착실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부터 합류해서 라이브 피칭, 자체 청백전 등을 통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지난 2일 오키나와 캠프에서 처음 라이브피칭 65구를 펼치며 복귀 절차를 밟았다. 당시 139km의 구속 밖에 찍히지 않았지만 정교한 제구로 ‘역시 류현진’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7일 자체 청백전에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143km의 구속을 찍으며 46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지난 12일 KIA와의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4이닝 3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 투구수 62개를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찍으면서 몸 상태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렸다.
한화와 계약과 동시에 사실상 LG와의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된 류현진은 이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에서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된다. 류현진은 개막전 선발로 5번(2007~2009, 2011~2012)에 나선 바 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해 7시즌 동안 190경기 98승52패 평균자책점 2.80으로 KBO를 평정한 ‘괴물’이었던 류현진. 2012시즌을 끝으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으로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어깨와 팔꿈치, 사타구니 부상 등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다저스에서 6년 동안 리그 최정상급 선발 투수로 군림했다. 2019년에는 29경기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 그리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또 아시아 투수 최초로 사이영상 투표 1위표까지 받는 등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
2019시즌을 끝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으며 이적했다. 코로나19 단축시즌 등이 끼어있었고 또 계약 기간 중간에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기도 했다. 4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인 지난해, 건강하게 복귀해 11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의 기록을 남겼다.
이후 류현진은 다시 FA가 됐다. 메이저리그 잔류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한화 컴백에 대한 생각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한화도 류현진과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복귀 의사를 타진했다. 한화는 류현진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렸고 복귀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결국 한화의 지극정성에 류현진더 완전히 마음을 열었고 최대 8년 17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컴백했다.
빅리그에서 10시즌 동안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남기도 돌아온 류현진이 복귀한 뒤 KBO 최고의 화제다. 류현진이 있는 곳 자체가 이슈다. 류현진의 복귀로 한화의 전력 자체가 올라간 것은 물론, 관심을 받는 정도도 차원이 달라졌다.
지난 7일 진행된 청백전은 구단 유튜브 채널인 이글스TV를 통해 중계됐는데 6만명 이상이 중계를 시청하기도 했다. 시범경기 개막 이후 류현진이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9~10일 삼성과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서는 외야석까지 개방해 1만2000명의 만원관중이 들어찼다. 그리고 류현진은 자신을 보기 위해 기다린 팬들을 위해 한시간 가량 미니 팬사인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제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사직구장에서 마지막 리허설을 펼친다. 그리고 류현진은 한국 복귀 이후 가장 많은 관중들 앞에서 피칭을 하게 된다. 지난 12일 대전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는 평일에 열렸다. 3500명이 관중석에 자리했다.
사직구장 롯데전 등판은 주말에 열린다. 롯데 구단은 주말 경기를 위해 사직구장 1루와 3루측을 모두 개방해 예매를 받았다. 금액은 5000원이었다. 현재 개방된 정원은 1만3766석. 지난 16일 경기에서는 개방된 정원 기준 매진에 가까운 1만2445명에 달했다. 그리고 롯데 구단은 17일 류현진의 등판 때 1만3766석 매진을 예상하고 있다. 매진이 안되더라도 1만3000여 명이 사직구장을 찾을 것은 확실시된다. 시범경기임에도 이례적인 관중 운집이다. 김태형 감독의 새로운 롯데에 대한 기대감도 있겠지만 류현진 복귀의 효과가 사직까지 미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만여 명이 넘게 들어찬 사직구장, 그리고 열성적인 사직의 롯데 팬들의 응원까지. 개막전을 준비하는 류현진의 입장에서 이보다 완벽한 개막전 리허설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 맞춤 리허설이다. 류현진이 개막전을 치를 잠실구장도 열광적인 LG 팬들로 둘러싸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이제 류현진은 롯데전에서 한계 투구수인 80개 이상을 소화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맞춤형 리허설을 무사히 마치고 개막전 준비를 완벽하게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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