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한화 이글스의 개막전 선발로 일찌감치 낙점된 류현진(37)이 시범경기 마지막 점검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류현진은 17일 오후 1시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5이닝 동안 76구를 던지며 6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류현진은 예상보다 많은 6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비의 실수로 말미암은 2실점을 제외하면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서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사직야구장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른 건 무려 12년, 4362일 만이었다. 그는 지난 2012시즌 개막전인 4월 7일 사직 경기에 등판, 6이닝 8피안타(1홈런) 5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1회 말부터 조성환(현 두산 코치)에게 솔로포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고, 타선이 한 점만 내면서 득점지원도 없었다.
류현진이 롯데를 상대한 것도 같은 해 9월 6일 대전 경기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8이닝 6피안타 3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2-0으로 승리했다. 현재 롯데 라인업에 남은 선수 중에는 전준우가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해 1루수 파울플라이-볼넷-유격수 땅볼-중견수 플라이 등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최원호(51) 한화 감독은 17일 경기 전 "(류현진은) 75개에서 80개 정도로 잡아놨다"고 투구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5회에 가서 투구 수가 너무 적으면 한번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던지고 나서의 회복 상태를 봐야 한다"며 "투구 수가 늘어나니까 회복이 괜찮은지를 봐야할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5일 쉬고 들어가는 걸로 맞춰놨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투구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전했다. 최 감독은 "구속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평균 140km 중반대에 최고 140km 후반대만 나오면 변화구 퀄리티가 높고 제구가 좋아서 타자들이 빨리 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비율 배분을 잘한다. 직구와 변화구를 반씩 던지고, 변화구 3가지를 3분의 1씩 던진다"며 "무슨 수첩에 적으면서 던지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류현진을 만난 롯데는 정훈(1루수)-노진혁(지명타자)-빅터 레이예스(우익수)-전준우(좌익수)-유강남(포수)-김민성(3루수)-박승욱(2루수)-이주찬(유격수)-장두성(중견수)의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정훈과 정준우, 김민성 정도를 제외하면 류현진과 처음 맞붙는 타자들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주전급으로 나가는 선수들이고, 그래도 (류현진 공을) 한번씩 봐야 한다"고 밝혔다.
1회 초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1번 정훈과 초구 패스트볼을 던졌으나 볼이 됐다. 이어 2구째 높은 속구를 놓치지 않은 정훈이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터트렸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으나 코스가 절묘하게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향했다. 이어 노진혁을 상대한 그는 초구를 볼로 던졌으나 패스트볼, 커브,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안에 꽂았고, 결국 5구째 높은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다음 타자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류현진에게 2타수 2안타를 기록한 레이예스. 류현진은 공격적인 투구로 먼저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체인지업을 골라낸 레이예스는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류현진은 순식간에 1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침착하게 위기를 넘겼다. 베테랑 전준우를 상대로 2구 만에 우익수 쪽 빗맞은 뜬공을 유도해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5번 유강남에게도 보여주기용 빠른 볼과 커터를 던진 후 역시나 주무기 체인지업을 통해 우익수 플라이를 만들어냈다.
타선이 1회와 2회 3점을 올려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고, 그는 2회 말 처음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김민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류현진은 7번 박승욱에게도 빠른 볼 위주로 가다가 유인구 커브를 던졌고, 5구째 높은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이어 이주찬과는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끝에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3회에는 아찔한 순간이 이어졌다. 첫 타자 장두성의 느린 땅볼은 2루수 황영묵이 잘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정훈에게도 패스트볼 3개로만 3구 삼진을 잡아내 순식간에 2아웃을 만들었다. 그러나 노진혁이 친 타구가 류현진으로 향했고,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내야안타를 맞았다. 자칫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타구였다. 이어 레이예스에게 초구에 왼쪽 폴대를 살짝 빗나가는 파울홈런을 맞았고, 결국 또 안타를 허용하며 1, 2루가 됐다.
여기서 류현진은 전준우에게 또 한번 우익수 쪽 플라이를 유도했다. 그러나 우익수 임종찬이 타구 판단을 잘못하면서 공은 그라운드에 뚝 떨어졌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에러로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류현진은 2자책을 기록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유강남에게 몸쪽 깊은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에는 비교적 쉽게 이닝을 마감했다. 선두타자 김민성의 안타성 타구를 유격수 이도윤이 잘 따라가 처리하며 1아웃을 잡은 류현진은 박승욱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이주찬에게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해 2아웃을 잡았고, 장두성도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류현진은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한화 타선이 5회 초에만 12타자가 들어와 무려 7점을 올리면서 류현진은 워밍업을 하는 과정이 길었다. 그래서였을까, 류현진은 선두타자 정훈에게 3볼-1스트라이크로 몰렸다. 하지만 침착하게 스트라이크를 꽂은 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노진혁도 4구째 바깥쪽 패스트볼에 손도 못 대며 루킹 삼진 처리했다. 앞서 2안타를 쳤던 레이예스마저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키며 류현진은 5회를 마감했다.
투구 수가 경기 전 계획에 육박한 76구가 되자 한화 벤치는 6회 말 시작과 함께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김규연을 등판시켰다. 팀이 14-2로 대승을 거두면서 류현진은 기분 좋은 선발승을 챙겼다.
이날 류현진은 패스트볼 40구, 체인지업 16구, 커브 12구, 커터 8구를 던졌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4㎞까지 나왔는데, 제구도 잘 이뤄지며 롯데 타자를 잘 요리했다. 특히 3회 2실점 후 유강남에게 던진 몸쪽 패스트볼 루킹 삼진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선발투수 류현진이 계획대로 멋진 투구를 했다. 목표 투구수도 잘 이행됐고, 5이닝 76구를 던지는 동안 투구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시즌 개막전 준비가 착실하게 되고 있다"며 호평을 남겼다.
류현진 "제구 완벽하진 않아도 괜찮았다. 수비 실수 후 더 집중"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류현진은 "투구 수와 이닝을 늘린 것에 만족한다. 장타를 안 맞아서 괜찮았고, 제구는 저번(12일 KIA전)보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고 투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메이저리그(MLB)와 KBO 리그의 스트라이크존 차이에 대해 "다른 건 없다"고 말한 류현진은 "구장마다 조금씩 스트라이크존이 다른 것 같다"며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난번보다 오늘이 높은 존 스트라이크가 많이 나온 것 같다"며 "그런 걸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위쪽을 잡아줄 것이라고 염두에 두고 던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도 있었고, 그런 쪽에서는 선수들이 맞춰가야 한다"며 "얼마만큼 그 구장의 스트라이크존을 빨리 파악해서 이용하느냐에 따라 투수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최 감독이 경기 전 "무서울 정도로 비율 배분을 잘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시범경기고 하다 보니 시즌 때는 많이 바뀔 것이다. 지금은 던지는 체력을 늘리는 기간이라 그렇게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포수와의 게임 플랜 설정에 대해 묻자 류현진은 "지금은 시범경기다 보니 같이 하고 있다. 시즌 때 되면 내가 던지고 싶은 대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은 동기 포수 이재원(36)과 복귀 후 실전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봤다. 그는 "편했다. 이재원 선수도 저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들과도 잘 맞추고 있다"며 칭찬을 전했다.
이날 사직야구장에는 1만 3766명의 관중이 찾아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봤다. 오랜만에 사직 마운드에 올랐던 류현진은 "12년 전하고 팬들의 열기는 똑같은 것 같다. 어제도 느꼈다"며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3회 임종찬의 아쉬운 수비로 인해 류현진은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이어 유강남에게 과감하게 3구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이 담겼었나'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아니다.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투수가 집중해서 다음 타자에게 안 맞아야 된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 이후에 투수가 흔들리며 실수했던 야수가 위축될 거고, 더 어려워 할 것이기 때문에 실수가 나온 후에는 더 집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강남이가 운이 없었다"며 농담을 던졌다.
반면 4회 유격수 이도윤의 좋은 수비가 나오는 등 야수진의 도움도 분명 있었다. 류현진은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그런 플레이를 해주면 투수 입장에서도 편하게 이닝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 "실책해도, 호수비해도 계속 끝까지 쳐다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화 타선은 4회 4점, 5회 7점을 뽑아내며 분위기를 완벽하게 가져왔다. "불안해서 시즌 때 뽑아줬으면 좋겠다"며 웃은 류현진은 "타자들이 컨디션이 좋다. 연습할 때도 저렇게 계속 치기 어려울 텐데 시합 때 계속 치는 게 컨디션이 괜찮다는 걸 느꼈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류현진은 23일 잠실 LG전과 29일 대전 KT전 등판이 이미 확정된 상태다. 현재 KBO 통산 98승을 거두고 있는 그는 시즌 개막전과 홈 개막전에서 연달아 승리하면 100승을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99승은 의식하지 않지만 100승은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둘 다) 이기면 좋을 것 같다. 베스트 시나리오다.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같은 날 오후 12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평가전을 앞두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지난 15일 입국한 뒤) 류현진과 연락하지는 못했다. 류현진이 (이 기사를 보면) 연락하기를 바란다.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이를 전해들은 류현진은 "(로버츠 감독의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은 드려봐야겠다"면서도 "(전화번호는) 물어봐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범경기 최종점검, 성공적인 마무리... 23일 잠실서 류현진 볼 수 있다
이날 경기는 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4 KBO 리그 개막전 등판을 앞두고 류현진의 시범경기 최종 점검이었다. 그의 개막전 투구는 이미 계약 때부터 결정된 부분이었다. 뉴스1에 따르면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달 25일 취재진을 향해 "팀에서 회의한 끝에 류현진의 훈련 일정을 개막전에 맞춰놨다"며 "몸 상태와 날씨 등 큰 변수 없이 계획대로 진행하면 류현진은 개막전에 등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비가 발목을 잡을 뻔한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1일 처음으로 라이브 피칭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부터 오키나와 전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투구 당일에는 구장 정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면서 류현진은 보조구장에서 캐치볼만 하고 결국 철수해야 했다. 류현진은 다음날에야 65구 라이브 피칭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다.
이어 12일 홈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도 전날부터 비가 예고되면서 경기 정상 진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경기 시작 전 비구름이 걷히며 류현진은 계획대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이날 경기가 8회 초 강우콜드로 끝나면서(한화 9-1 승) 조금만 어긋났으면 다시 한번 비로 인해 취소될 뻔한 순간이었다.
여기에 마지막 등판인 17일도 비 예보가 있었다. 앞뒤로 맑은 날씨에 이날만 비가 온다는 것이었다. 이에 최 감독은 "어떻게 걔(류현진) 등판 날짜만 잡으면 비가 오나"며 웃었다. 그는 "비가 무슨 4일 간격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부터 던지려고만 하면 비가 온다"며 "등판 계획을 미리 잡는데도 비가 온다. 끼워맞추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화와 류현진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강우 예보가 사라지면서 류현진은 비교한 온화한 날씨 속에 등판할 수 있었다. 이날 부산의 낮 기온은 20℃까지 올라가면서 류현진은 비를 피해 마지막 점검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은 2경기에 등판,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9이닝 동안 9피안타를 내줬지만 4사구는 하나도 없었고, 삼진은 9개를 잡아냈다. 12일 KIA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4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1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기 없이 경기를 풀어나갔다.
특히 4회 초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상대할 때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높이만 다르게 3개의 공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내는, 이른바 '오목 투구'를 펼쳤다. 그만큼 차원이 다른 제구력을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사자인 소크라테스는 14일 "실제로 만나보니 류현진은 정말 좋은 선수였다. 워낙 대단한 선수다 보니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는지 궁금했다"며 "(타자에게) 좋은 공 하나를 놓치면 이제 류현진이 어떻게 나올지 알게 됐다. (계속 놓치면) 문제가 생길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좋은 공이 들어왔을 때 하나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원호 감독은 "투구하는 모습을 보면 기술력이 나오지 않나. 연습하는 능력치가 다른 선수들과는 좀 차이가 나더라"고 평가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제구력 하나는 좋지 않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 류현진 3월 17일 롯데 자이언츠전 투구 내용(총 76구) - 1회(20구): 정훈 우전 안타-노진혁 삼진-레이예스 좌전 안타-유강남 우익수 뜬공
- 2회(13구): 김민성 중견수 뜬공-박승욱 삼진-이주찬 좌익수 뜬공
- 3회(21구): 장두성 2루수 땅볼-정훈 삼진-노진혁 내야안타-레이예스 우전 안타-전준우 우익수 2루타(2실점)-유강남 삼진
- 4회(8구): 김민성 유격수 직선타-박승욱 좌전 안타-이주찬 3루수 땅볼-장두성 유격수 뜬공
- 5회(14구): 정훈 삼진-노진혁 삼진-레이예스 유격수 땅볼
▶ 총 76구(스트라이크 53구, 볼 23구)
- 패스트볼 40구(최고 시속 144㎞), 체인지업 16구, 커브 12구, 커터 8구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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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사인을 교환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류현진은 17일 오후 1시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5이닝 동안 76구를 던지며 6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류현진은 예상보다 많은 6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비의 실수로 말미암은 2실점을 제외하면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서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사직야구장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른 건 무려 12년, 4362일 만이었다. 그는 지난 2012시즌 개막전인 4월 7일 사직 경기에 등판, 6이닝 8피안타(1홈런) 5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1회 말부터 조성환(현 두산 코치)에게 솔로포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고, 타선이 한 점만 내면서 득점지원도 없었다.
류현진이 롯데를 상대한 것도 같은 해 9월 6일 대전 경기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8이닝 6피안타 3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2-0으로 승리했다. 현재 롯데 라인업에 남은 선수 중에는 전준우가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해 1루수 파울플라이-볼넷-유격수 땅볼-중견수 플라이 등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오른쪽 2번째)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 승리 후 류현진(오른쪽 3번째)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지금까지의 투구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전했다. 최 감독은 "구속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평균 140km 중반대에 최고 140km 후반대만 나오면 변화구 퀄리티가 높고 제구가 좋아서 타자들이 빨리 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비율 배분을 잘한다. 직구와 변화구를 반씩 던지고, 변화구 3가지를 3분의 1씩 던진다"며 "무슨 수첩에 적으면서 던지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류현진을 만난 롯데는 정훈(1루수)-노진혁(지명타자)-빅터 레이예스(우익수)-전준우(좌익수)-유강남(포수)-김민성(3루수)-박승욱(2루수)-이주찬(유격수)-장두성(중견수)의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정훈과 정준우, 김민성 정도를 제외하면 류현진과 처음 맞붙는 타자들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주전급으로 나가는 선수들이고, 그래도 (류현진 공을) 한번씩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공을 받고 있다. |
다음 타자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류현진에게 2타수 2안타를 기록한 레이예스. 류현진은 공격적인 투구로 먼저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체인지업을 골라낸 레이예스는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류현진은 순식간에 1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침착하게 위기를 넘겼다. 베테랑 전준우를 상대로 2구 만에 우익수 쪽 빗맞은 뜬공을 유도해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5번 유강남에게도 보여주기용 빠른 볼과 커터를 던진 후 역시나 주무기 체인지업을 통해 우익수 플라이를 만들어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3회에는 아찔한 순간이 이어졌다. 첫 타자 장두성의 느린 땅볼은 2루수 황영묵이 잘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이어 정훈에게도 패스트볼 3개로만 3구 삼진을 잡아내 순식간에 2아웃을 만들었다. 그러나 노진혁이 친 타구가 류현진으로 향했고,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서 내야안타를 맞았다. 자칫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타구였다. 이어 레이예스에게 초구에 왼쪽 폴대를 살짝 빗나가는 파울홈런을 맞았고, 결국 또 안타를 허용하며 1, 2루가 됐다.
여기서 류현진은 전준우에게 또 한번 우익수 쪽 플라이를 유도했다. 그러나 우익수 임종찬이 타구 판단을 잘못하면서 공은 그라운드에 뚝 떨어졌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에러로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류현진은 2자책을 기록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유강남에게 몸쪽 깊은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가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홈경기에서 3회 말 우익수 앞 2루타를 터트리고 있다. |
한화 타선이 5회 초에만 12타자가 들어와 무려 7점을 올리면서 류현진은 워밍업을 하는 과정이 길었다. 그래서였을까, 류현진은 선두타자 정훈에게 3볼-1스트라이크로 몰렸다. 하지만 침착하게 스트라이크를 꽂은 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노진혁도 4구째 바깥쪽 패스트볼에 손도 못 대며 루킹 삼진 처리했다. 앞서 2안타를 쳤던 레이예스마저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키며 류현진은 5회를 마감했다.
투구 수가 경기 전 계획에 육박한 76구가 되자 한화 벤치는 6회 말 시작과 함께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김규연을 등판시켰다. 팀이 14-2로 대승을 거두면서 류현진은 기분 좋은 선발승을 챙겼다.
이날 류현진은 패스트볼 40구, 체인지업 16구, 커브 12구, 커터 8구를 던졌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4㎞까지 나왔는데, 제구도 잘 이뤄지며 롯데 타자를 잘 요리했다. 특히 3회 2실점 후 유강남에게 던진 몸쪽 패스트볼 루킹 삼진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선발투수 류현진이 계획대로 멋진 투구를 했다. 목표 투구수도 잘 이행됐고, 5이닝 76구를 던지는 동안 투구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시즌 개막전 준비가 착실하게 되고 있다"며 호평을 남겼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5회 말 수비를 마친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
이어 메이저리그(MLB)와 KBO 리그의 스트라이크존 차이에 대해 "다른 건 없다"고 말한 류현진은 "구장마다 조금씩 스트라이크존이 다른 것 같다"며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난번보다 오늘이 높은 존 스트라이크가 많이 나온 것 같다"며 "그런 걸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위쪽을 잡아줄 것이라고 염두에 두고 던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도 있었고, 그런 쪽에서는 선수들이 맞춰가야 한다"며 "얼마만큼 그 구장의 스트라이크존을 빨리 파악해서 이용하느냐에 따라 투수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최 감독이 경기 전 "무서울 정도로 비율 배분을 잘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시범경기고 하다 보니 시즌 때는 많이 바뀔 것이다. 지금은 던지는 체력을 늘리는 기간이라 그렇게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포수와의 게임 플랜 설정에 대해 묻자 류현진은 "지금은 시범경기다 보니 같이 하고 있다. 시즌 때 되면 내가 던지고 싶은 대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은 동기 포수 이재원(36)과 복귀 후 실전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봤다. 그는 "편했다. 이재원 선수도 저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들과도 잘 맞추고 있다"며 칭찬을 전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3루 쪽에 관중들로 가득 찼다. |
3회 임종찬의 아쉬운 수비로 인해 류현진은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이어 유강남에게 과감하게 3구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이 담겼었나'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아니다.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투수가 집중해서 다음 타자에게 안 맞아야 된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 이후에 투수가 흔들리며 실수했던 야수가 위축될 거고, 더 어려워 할 것이기 때문에 실수가 나온 후에는 더 집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강남이가 운이 없었다"며 농담을 던졌다.
반면 4회 유격수 이도윤의 좋은 수비가 나오는 등 야수진의 도움도 분명 있었다. 류현진은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그런 플레이를 해주면 투수 입장에서도 편하게 이닝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 "실책해도, 호수비해도 계속 끝까지 쳐다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화 타선은 4회 4점, 5회 7점을 뽑아내며 분위기를 완벽하게 가져왔다. "불안해서 시즌 때 뽑아줬으면 좋겠다"며 웃은 류현진은 "타자들이 컨디션이 좋다. 연습할 때도 저렇게 계속 치기 어려울 텐데 시합 때 계속 치는 게 컨디션이 괜찮다는 걸 느꼈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
한편 같은 날 오후 12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평가전을 앞두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지난 15일 입국한 뒤) 류현진과 연락하지는 못했다. 류현진이 (이 기사를 보면) 연락하기를 바란다.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이를 전해들은 류현진은 "(로버츠 감독의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은 드려봐야겠다"면서도 "(전화번호는) 물어봐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범경기 최종점검, 성공적인 마무리... 23일 잠실서 류현진 볼 수 있다
한화 류현진이 12일 대전 KIA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비가 발목을 잡을 뻔한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1일 처음으로 라이브 피칭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부터 오키나와 전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투구 당일에는 구장 정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면서 류현진은 보조구장에서 캐치볼만 하고 결국 철수해야 했다. 류현진은 다음날에야 65구 라이브 피칭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다.
이어 12일 홈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도 전날부터 비가 예고되면서 경기 정상 진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경기 시작 전 비구름이 걷히며 류현진은 계획대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이날 경기가 8회 초 강우콜드로 끝나면서(한화 9-1 승) 조금만 어긋났으면 다시 한번 비로 인해 취소될 뻔한 순간이었다.
여기에 마지막 등판인 17일도 비 예보가 있었다. 앞뒤로 맑은 날씨에 이날만 비가 온다는 것이었다. 이에 최 감독은 "어떻게 걔(류현진) 등판 날짜만 잡으면 비가 오나"며 웃었다. 그는 "비가 무슨 4일 간격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부터 던지려고만 하면 비가 온다"며 "등판 계획을 미리 잡는데도 비가 온다. 끼워맞추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화 류현진. |
이번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은 2경기에 등판,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9이닝 동안 9피안타를 내줬지만 4사구는 하나도 없었고, 삼진은 9개를 잡아냈다. 12일 KIA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4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1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기 없이 경기를 풀어나갔다.
특히 4회 초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상대할 때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높이만 다르게 3개의 공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내는, 이른바 '오목 투구'를 펼쳤다. 그만큼 차원이 다른 제구력을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사자인 소크라테스는 14일 "실제로 만나보니 류현진은 정말 좋은 선수였다. 워낙 대단한 선수다 보니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는지 궁금했다"며 "(타자에게) 좋은 공 하나를 놓치면 이제 류현진이 어떻게 나올지 알게 됐다. (계속 놓치면) 문제가 생길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좋은 공이 들어왔을 때 하나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원호 감독은 "투구하는 모습을 보면 기술력이 나오지 않나. 연습하는 능력치가 다른 선수들과는 좀 차이가 나더라"고 평가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제구력 하나는 좋지 않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12일 경기에서 류현진의 4회초 KIA 소크라테스 상대 던진 공 3개(빨간색 네모). 모두 (소크라테스 기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절묘하게 걸쳤다. /사진=티빙 중계화면 갈무리 |
- 2회(13구): 김민성 중견수 뜬공-박승욱 삼진-이주찬 좌익수 뜬공
- 3회(21구): 장두성 2루수 땅볼-정훈 삼진-노진혁 내야안타-레이예스 우전 안타-전준우 우익수 2루타(2실점)-유강남 삼진
- 4회(8구): 김민성 유격수 직선타-박승욱 좌전 안타-이주찬 3루수 땅볼-장두성 유격수 뜬공
- 5회(14구): 정훈 삼진-노진혁 삼진-레이예스 유격수 땅볼
▶ 총 76구(스트라이크 53구, 볼 23구)
- 패스트볼 40구(최고 시속 144㎞), 체인지업 16구, 커브 12구, 커터 8구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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