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이보다 완벽한 민간 외교관이 있을까.
‘AP통신’은 18일(한국시간), 서울발로 ‘오타니는 아마도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선수일 것이다. 그의 매력은 역사적인 적대적 관계를 극복하는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2018년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 입단한 오타니는 그동안 투타겸업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투타겸업을 완벽하게 해내면서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 됐다.
통산 타자 716경기 타율 2할7푼4리(2483타수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OPS .922, 투수 86경기(481⅔이닝)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지난해 타자로 135경기 타율 3할4리(497타수 151안타) 44홈런 95타점 OPS 1.066, 투수로 23경기(132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2021년에 이어서 2번째로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만장일치 MVP를 두 번이나 받은 것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324억원) 계약을 맺으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의 12년 4억2650만 달러(약 5681억원) 연장계약은 물론 리오넬 메시(마이애미)가 바르셀로나와 맺었던 6억7400만 달러(약 8978억원) 계약을 넘어서는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대 계약이다. 현재 오타니는 MLB 월드투어 서울 개막시리즈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 지난 15일, 오타니는 최근 결혼을 발표한 배우자 다나카 마미코, 그리고 다저스 선수단과 함께 입국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오타니를 맞이하는 엄청난 환영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역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공식경기, 여기에 투타겸업으로 만화야구 신드롬을 몰고 온 오타니의 등장은 한국을 열광에 빠뜨렸다.
지난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스페셜매치에서는 오타니가 등장했을 때 떼창 신드롬을 일으켰던 과거 삼성 시절 이학주의 응원가를 ‘오타니 쇼헤이’로 개사해서 부르기도 했다.
온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인 관심이다 ‘오타니 신드롬’에 휩싸인 한국이다. ‘AP통신’은 이러한 현상이 과거 한국과 일본 양국의 관계 때문에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 계약을 맺은 투타겸업 선수의 센세이션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일본인이 한국에서 이러한 대우를 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라면서 ‘이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었을 때 발생한 역사적인 불만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스포츠문화사학자인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의 말을 빌렸다. 이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가 일본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아마 우리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첫번째 일본인 운동 선수는 오타니가 될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오타니를 명예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타니는 서울 개막시리즈 직전, SNS 계정에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게시물들을 연달아 올렸다. 방한 직전, 태극기 이모티콘과 손하트를 함께한 게시글을 올렸고, 또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 야마모토 요시노부, 그리고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등과 함께 찍은 사진에 ‘기다려지다’라고 한글로 직접 게시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열렬한 팬들의 환호를 받은 뒤,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에서 플레이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한국 팬들 앞에서 플레이하는 게 즐거울 것 같다”라면서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을 굉장히 기대했다. 한국에 오기 일주일 전부터 즐거운 마음이었다. 한국 팬들의 많은 환영을 받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며 한국 사랑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지난 2012년에는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일본 대표팀으로 선발돼 한국 땅을 밟은 바 있다. 다시 한국을 찾은 느낌에 대해서 “그때는 고등학생이었고, 지금과 달랐다. 하지만 한국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당시 나가본 해외라고는 한국과 대만 정도였다”라면서 “야구로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플레이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라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한국땅을 밟은 것에 대해서도 “아내와 같이 미국을 제외하고 해외에 온 것은 처음이다. 처음으로 같이 경기를 보게 됐는데 정말 좋은 시간이 되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라면서 한국에 대한 ‘찐사랑’을 여러차례 밝혔다.
‘AP통신’은 ‘2019년에는 강제징용 문제로 한국에서는 일본 상품과 서비스를 보이콧 하는 광범위한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지난해부터 상당히 개선됐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다’라면서 ‘2019년처럼 다시 반일감정이 깊어진다면 오타니 팬들은 호감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오타니의 한국을 향한 호감이 있기에 과거처럼 반감이 생길 일은 없다고 부연했다. 매체는 ‘종종 요동치는 정치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들처럼 강한 반감을 갖고 있지 않고 일본 선수들을 그저 외국 선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지난 17일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출장했지만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18일에는 팀 코리아와 스페셜매치 2차전을 치르고 오는 20~2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공식 개막시리즈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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