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척돔, 한용섭 기자] 개구리가 무리해서 황소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가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상대로 환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150km 빠른 강속구가 없어도, 완급 조절과 핀포인트 제구력이면 빅리그 강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임찬규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게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5이닝(65구) 동안 4피안타 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샌디에이고 강타자들이 임찬규의 체인지업에 연신 헛방망이를 돌렸다. 느린 공과 빠른 공을 적절한 섞는 피칭디자인과 제구력이 뒷받침되는 변화구가 있다면 빅리그 강타자들도 무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날 임찬규의 주무기 체인지업(19개)과 커브(17개)가 인상적이었다. 커브는 최저 94km까지 느렸다. 총 투구수 65개 중 110km대인 커브를 17개 던졌다. 최고 구속 145km까지 나온 직구(25개)는 정타는 몇 개 맞지 않았다. 127~128km의 체인지업이 삼진 결정구였다. 김하성에게 투런 홈런을 맞아 2실점을 했는데,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였다. 

임찬규는 경기 후 "내 체인지업, 커브 변화구로 미국 타자와 승부 해보고 싶었는데 결과 좋아서 기분 좋았다. 세계 최고 타자 상대로 실투 안 던지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처음에는 (내 공이) 생소해서, 처음이라 샌디에이고 타자들 배트 중심에 잘 안 맞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하성에게 맞은 홈런에 대해 "실투였다. 실투를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더 코너워크와 핀포인트를 보고서 던지면서 좋았다"고 말했다. 

임찬규에게 샌디에이고전 선발을 앞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어떻게 하며 준비했는지 물었다. 임찬규는 먼저 속담을 인용했다. 그는 "개구리가 황소처럼 보이려고 몸을 부풀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개구리에 맞게 던지려고 준비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공,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그에 맞는 공을 던지려고 했다.

이어 "어제 메이저리그 영상을 좀 찾아보고, 팀 코리아 경기를 봤다. 원태인, 문동주 등이 던지는 것을 보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다저스 경기를 보고도 느낀 것이 있다. 핀포인트로 가지 않는 공은 용서가 없다는 걸 느꼈다. 시즌에 들어가서도 이런 느낌으로, 라인을 보고 던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에기 로사리오(3루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잭슨 메릴(중견수)이 선발 라인업으로 나섰다. 거의 주전 라인업. 

임찬규는 1회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KKK를 잡아냈다. 톱타자 보가츠에게 초구 142km 직구로 스트라이크. 이어 108km 커브로 2스트라이크. 3구 볼에 이어 4구 127km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번 타티스 주니어는 볼 2개를 연거푸 던졌고, 3구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4구는 원바운드 볼. 5구째 직구로 파울을 유도했고, 풀카운트에서 또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크로넨워스에게 직구 3개를 연거푸 던졌다. 초구 볼에 2구는 스트라이크, 3구는 파울이었다. 4구째 128km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그러나 2회 연거푸 장타를 허용했다. 선두타자 마차도에게 초구 140km 직구를 던졌다가 좌선상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김하성과의 대결. 1볼-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 78마일(125km)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됐고, 김하성이 이를 놓치지 않고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3회 선두타자 잭슨을 2루수 땅볼, 1번 보가츠를 중견수 뜬공으로 2아웃이 됐다. 타티스 주니어에게 풀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중전 안타를 맞았다. 2번째 상대한 타티스 주니어가 잘 쳤다. 이어 크로넨워스를 볼넷 허용. 2사 1,2루에서 마차도에게 3구 연속 체인지업을 던졌다. 초구와 2구에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3구째 3루수 땅볼로 위기를 넘겼다. 

4회 선두타자 김하성과 두 번째 대결. 이번에는 삼진으로 복수했다. 체인지업과 커브로 2볼-2스트라이크를 잡고, 5구째 139Km 직구를 원바운드 가까이 낮게 던졌는데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사 후 로사리오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지만, 히가시오카를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종료했다. 

5회 선두타자 잭슨을 113km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보가츠를 우익수 직선타 아웃, 타티스 주니어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날 등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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