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29)의 한국 사랑, 이제 모두가 그의 진심을 알 수 있게 됐다.
오타니는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다시 한 번 한글 게시글을 올렸다.
오타니는 자신의 SNS에 서울 시리즈 준비 영상을 게재하며 “오늘 저녁에 시즌이 서울에서 시작됩니다. 곧 만나요. 다저스 화이팅!”이라고 한글로 직접 메시지를 전했다.
오타니의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진심이다. 이미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오타니는 여러차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방한 직전, 태극기 이모티콘과 손하트를 함께한 게시글을 올렸고, 또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 야마모토 요시노부, 그리고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등과 함께 찍은 사진에 ‘기다려지다’라고 한글로 직접 게시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 오타니를 보기 위해 수백명의 환영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오타니는 공항에 모인 팬들을 향해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지난 16일 고척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을 직접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에서 플레이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한국 팬들 앞에서 플레이하는 게 즐거울 것 같다”라면서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을 굉장히 기대했다. 한국에 오기 일주일 전부터 즐거운 마음이었다. 한국 팬들의 많은 환영을 받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며 한국 사랑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지난 2012년에는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일본 대표팀으로 선발돼 한국 땅을 밟은 바 있다. 다시 한국을 찾은 느낌에 대해서 “그때는 고등학생이었고, 지금과 달랐다. 하지만 한국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당시 나가본 해외라고는 한국과 대만 정도였다”라면서 “야구로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플레이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라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한국땅을 밟은 것에 대해서도 “아내와 같이 미국을 제외하고 해외에 온 것은 처음이다. 처음으로 같이 경기를 보게 됐는데 정말 좋은 시간이 되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라면서 한국에 대한 ‘찐사랑’을 여러차례 밝혔다.
투타겸업으로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오타니는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뜨거운 관심과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에인절스와 계약하며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수상하며 곧바로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이후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는 등 다소 고전한 오타니는 2021년 타자 155경기 타율 2할5푼7리(537타수 138안타) 46홈런 100타점 OPS .965, 투수로 23경기(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해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오타니는 2022년에는 아메리칸리그 홈런 신기록(62홈런)을 경신한 애런 저지(양키스)에 밀려 MVP 투표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타자로 135경기 타율 3할4리(497타수 151안타) 44홈런 95타점 OPS 1.066, 투수로 23경기(132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두 번째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만장일치 MVP를 두 번이나 받은 것은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자 716경기 타율 2할7푼4리(2483타수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OPS .922, 투수 86경기(481⅔이닝)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한 오타니는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다. 오타니의 행선지는 지난 스토브리그 야구팬들의 최대 관심사였고 결국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370억원) 계약을 맺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의 12년 4억2650만 달러(약 5709억원) 연장계약은 물론 리오넬 메시(마이애미)가 바르셀로나와 맺었던 6억7400만 달러(약 9017억원) 계약을 넘어서는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대 계약이다.
다저스는 20일과 21일 고척돔에서 샌디에이고와 개막 2연전을 치른다.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시즌 개막전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서울 시리즈를 개최하면서 한국은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 12번째 국가가 됐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이 해외에서 열리는 것은 멕시코 몬테레이, 일본 도쿄, 푸에르토리고 산후안, 호주 시드니에 이어서 서울이 역대 5번째다.
역사적인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오타니는 키움 히어로즈, 팀 코리아와 스페셜 게임에서는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는 8경기 타율 5할(22타수 11안타) 2홈런 9타점 5득점 1도루 OPS 1.486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오타니가 한국에서 장쾌한 타구들을 날려주기를 한국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오타니의 스타성에 한국이 열광하고 있고 미국도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MLB.com은 ‘오타니를 앞세운 다저스가 서울에서 록스타 대접을 받았다’며 ‘팬들은 다저스 선수단이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들어오길 기다리면서 줄을 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눈부시게 쏟아졌고, 팬들의 함성은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고 입국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다저스 선수단이 구단 버스에서 내려 호텔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약 200명의 팬들이 선수단, 특히 오타니를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포스터와 등번호 17번 유니폼도 빠질 수 없었다’며 ‘관계자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경험이었다. 오타니 영입이 해외에서의 팀 인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욱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타니 효과는 정치 외교적으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AP통신’은 18일, 서울발로 ‘오타니는 아마도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선수일 것이다. 그의 매력은 역사적인 적대적 관계를 극복하는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AP통신’은 이러한 현상이 과거 한국과 일본 양국의 관계 때문에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 계약을 맺은 투타겸업 선수의 센세이션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일본인이 한국에서 이러한 대우를 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라면서 ‘이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었을 때 발생한 역사적인 불만 때문이다’라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타니의 엄청난 인기에 따라오는 위협도 있다. 다저스가 입국한 지난 15일,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달걀을 던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로버츠 감독이 맞지는 않았지만 영상이 일파만파로 퍼졌고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은 이튿날인 16일, 20대 남성 A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달걀 투척 동영상이 SNS를 통해 급속 확산되면서 미국과 일본 언론에 소개될 만큼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 경찰은 현장 영상을 확보해 용의자의 동선 추적에 나섰고 1시간 30여 분만에 제1여객터미널 3층 벤치에 앉아 있던 A씨를 검거했다.
아울러 서울시리즈 열리는 20일 오전,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리는 고척돔에 폭탄 테러 협박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고척돔에 고성능 폭탄을 터뜨려 LA 다저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 등을 해치겠다’는 내용의 협박 메일이 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작성자 추적에 나섰다.
밴쿠처 총영사관 직원이 해당 메일을 받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로 쓰인 메일은 한 페이지 분량으로 메일 발송지는 일본이었다고 전했다.
당장 폭발물이 감지되지 않았고 특이사항은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경찰은 “특공대 및 기동대 등 경비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순찰 횟수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오타니의 한국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진심인 오타니가 과연 서울 개막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