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군대에서 전역한 지 100일도 안 된 임종찬(23)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퓨처스 팀에서 단기간 타격을 뜯어고친 뒤 시범경기 타율 4할대 맹타를 휘두르며 개막 엔트리에 전격 발탁됐다. 나아가 주전 중견수로도 기회를 받는다.
북일고 출신으로 지난 2020년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우투좌타 유망주 임종찬은 1군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성장통을 겪었고, 2022년 시즌 중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조교로 군복무를 수행한 뒤 지난해 12월20일 전역했고, 서산에서 신인 선수들과 새 시즌을 준비했다.
2월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강동우 퓨처스 타격코치와 함께 타격폼에 변화를 준 효과를 보며 1군 호출을 받았다. 시범경기 개막부터 1군에 올라온 임종찬은 10경기 타율 4할7푼6리(21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2볼넷 2삼진 OPS 1.310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최원호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시범경기 중반부터 최원호 감독은 임종찬을 중견수로 테스트하기도 했다. 지난해 주전 외야수로 홈런 10개를 터뜨린 이진영이 올해 주전 중견수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타격감이 살아나지 않자 임종찬이 틈을 파고들었다. 최고참 김강민과 함께 중견수로 개막 엔트리 포함됐다.
최원호 감독은 “김강민이 나이가 있어 중견수로 풀타임은 못 뛴다. 김강민이 전체 3분의 1을 뛴다면 나머지 3분의 2를 누군가 뛰어야 한다. 임종찬이 짧은 기간이지만 워낙 임팩트 있는 공격력을 보여줘서 먼저 쓸까 한다. 전문 외야수이고, 주력이 완전 느린 것도 아니라 중견수로도 적응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은 “임종찬이 중견수를 보다 근소한 리드 상황에선 경기 종반 김강민이 대수비로 나갈 수 있다. 그러면 송구 능력이 좋은 임종찬을 (주 포지션) 우익수로, 요나단 페라자를 좌익수에서 우익수로 보내면 된다. 페라자도 미국에서도 외야 좌우를 왔다 갔다 해서 괜찮다고 한다. 외야는 이렇게 운영할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한화의 기본적인 외야 라인은 좌익수 정은원, 최인호, 중견수 김강민, 임종찬, 우익수 페라자, 임종찬으로 구성된다.
한화 외야의 핵심 유망주이긴 했지만 전역한 지 100일도 안 돼 이렇게 빨리 1군 전력이 될 줄 몰랐다. 타격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입대 전까지 1군 3시즌 통산 114경기 타율 1할8푼8리(292타수 55안타) 4홈런 26타점 24볼넷 110삼진 OPS .521에 그쳤다. 공수주에서 좋은 툴을 가졌지만 섬세함이 떨어졌고, 스윙이 거칠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임종찬이 입단할 때부터 퓨처스 감독과 1군 감독대행으로 그를 본 최원호 감독은 “이전에는 스윙을 할 때 몸이 빠졌다. 세게 멀리 치려 하다 보니 오버 스윙이 많았고, 컨택 비율이 떨어졌다. 지금은 생각을 바꿨는지 퓨처스 캠프에서 강동우 코치와 연습을 했고, 스윙이 얌전해지면서 몸이 빠지는 게 줄었다. 스윙이 컴팩트해지면서 컨택 비율이 높아졌다”며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 온 선수를 단기간에 싹 바꿔놓았다. 퓨처스에서 아주 큰일을 했더라. 몇 경기 안 되긴 하지만 너무 좋다. 안 쓸 수 없는 상황이다”고 이야기했다.
임종찬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똑같이 열심히 해야 한다. 뭔가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퓨처스 캠프에서 내가 원래 치던 타격폼으로 하다 강동우 코치님이 ‘너한테 맞지 않는 옷 같다’고 하셨다. 나의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폼을 찾아보자고 하셔서 같이 타격에 대해 연구하고, 수정할 건 수정했다. 폼이 좋고 안 좋은 것을 떠나 편하게 있을 수 있는 폼이다. 하루아침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니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1군에 와서 정경배 수석코치님, 정현석, 김남형 타격코치님도 지금 폼과 밸런스가 좋다고 하셔서 조금 더 확신을 갖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견수 수비는 주 포지션이 아니라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김강민 선배님이 많이 신경써서 알려준신다. 그걸 배우고 연습하다 보면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며 “군복무 기간은 나를 비워내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조교 임무를 수행하면서 야구 볼 시간도 많이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부분에서 마음 편하게 먹고 한 게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듯하다. 잘 되든 안 되든 꾸준하게 생각과 감정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 기회를 받았다고 해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하던대로 열심히 하고 잘 준비하면서 마음 편하게 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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