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억 투수만 없는 선발승, 류현진은 팀 퍼스트 ''내 등판 때 팀 이기는 게 최우선''
입력 : 2024.03.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한화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전에서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전에서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메이저리그(MLB)의 다년 계약도 뿌리치고 국내 복귀를 택했다. 오로지 한화 이글스의 가을야구, 나아가 우승만을 바라봤다. 그렇기에 류현진(37)은 노디시전에도 미소지었다.

류현진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9구를 던지며 8피안타 볼넷 없이 9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2-2로 맞선 7회 한승혁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노디시전을 기록했지만 팀은 9회말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3-2 승리를 거뒀고 5승 1패로 KIA 타이거즈(4승)에 이어 단독 2위를 유지했다.

개막전 3⅔이닝 5실점(2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류현진은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와 시즌 최종전 이후 무려 11년 5개월, 정확히는 4194일 만에 대전 마운드에 올랐다. 1만 2000석이 가득 들어차며 대전 팬들도 뜨거운 기대감을 나타냈다.

심지어 2018년 10월 19일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무려 5년 5개월, 1988일 만에 대전 구장을 찾았고 경기 전 선수들을 격려하며 동기부여를 전해줬다.

한화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이날 류현진은 개막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7㎞, 평균은 144㎞였다. 속구를 43구 뿌렸고 체인지업(평균 129㎞) 19구, 커터(평균 135㎞) 17구, 커브(평균 113㎞) 10구를 고루 던졌다. 삼진을 잡아낸 결정구로는 속구가 5개, 체인지업과 커브가 2개씩이었다.

무려 삼진을 9개나 잡아냈다. 좌타자 상대 지나치게 속구 승부가 많았던 개막전과 달리 다양한 레퍼토리로 상대했고 특유의 수싸움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6회초 KKK를 기록했으나 강백호와 황재균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한 게 옥에 티였다. 89구를 던졌고 시즌 초반임을 감안해 7회부터 한승혁에게 공을 넘겼다.

경기 후 류현진은 "전체적으로 커브, 체인지업, 커터 전체적으로 제구가 몰리는 공 없이 잘 이뤄졌다"며 "실투 하나가 나온 것을 제외하고 제가 생각했던 대로 투구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KBO 통산 98승에서 또 멈춰섰다. MLB 진출 전 마지막 홈경기에서 시즌 10승 째에 도전했던 류현진은 지난 23일 LG 트윈스와 개막전에서 패전의 멍에를 썼고 이날은 승패 없이 투구를 마쳤다. 이후 4명의 선발 투수가 나란히 호투하며 선발승을 챙겼다. 이날도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한화는 5승 1패로 단독 2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화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전에서 야수들의 호수비에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전에서 야수들의 호수비에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본인만 선발승이 없다는 이야기에 "승리하면 좋았겠지만 던지는 날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며 "빨리 100승은 했으면 좋겠지만 내 선발 때 팀이 이길 수 있는 흐름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면모를 보였다.

6회 승리 요건을 날려버린 건 친구 황재균이었다. 12년 전 미국 진출 전 KBO리그 고별전에서도 10이닝 1실점에 승리를 챙기지 못하게 만든 건 또 다른 친구인 강정호였다. 7회 솔로포를 맞아 10이닝 역투에도 노디시전으로 물러나야 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에 대해 류현진은 "이제 전쟁은 시작됐다. 상대팀이고 친구지만 그런 상황에서 내가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첫날 최재훈과 호흡을 맞췄던 류현진은 이날 친구인 이재원과 배터리를 이뤘던 소감에 대해 "편하게 했다. 사인 위주로 던졌다. 좋았다"고 말했다.

한화 류현진이 29일 만원 관중 속에 KT 위즈전에서 이닝을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류현진이 29일 만원 관중 속에 KT 위즈전에서 이닝을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의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국내행을 택한 류현진에게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연속이다. 그는 "야구장에 나오는 게 재밌다. 안 던질 때도 파이팅 넘치게 해주고 있다. 6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선수들이 계속 재밌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누구보다 자율권이 많이 주어지는 선발 투수이고 MLB에서 잔뼈가 굵은 류현진이다. 그럼에도 인천 SSG 원정 일정과 함께 움직였다. 류현진은 "어제 가장 늦게 끝나 늦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인천에서 (대전까지) 2시간 정도 걸릴 뿐"이라며 팀 케미스트리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승연 회장의 방문에 대해서도 "연승 중이었고 오랜 만에 먼 길을 오셨기에 선수들이 조금 더 집중한 것 같다"며 "개막전이고 일찍부터 팬분들이 오셨고 분위기 좋게 잘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의 동기부여는 됐다"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도 만족스러워 했다. "류현진이 6이닝 동안 9탈삼진 등 훌륭한 피칭으로 선발로서의 역할을 다 해줬다. 퀄리티 있는 피칭으로 개막전 부진을 씻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다음 등판 일정은 다시 대전이다. 다음달 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이날 통산 99승을 챙길 경우 잠실로 이동해 두산 베어스와 9일 혹은 10일 경기에 등판해 100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투구를 마치고 아쉬워 하는 류현진(가운데).
투구를 마치고 아쉬워 하는 류현진(가운데).



대전=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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