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정복기, 첫 페이지부터 칭찬 일색이다. 아버지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코치도 벌떡 일으키게 만든 역사적인 발걸음이었다.
이정후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1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팀은 4-6으로 패했지만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역사적이고 뜨거운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26억원)에 계약한 이정후는 이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첫 2타석에서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의 초구 시속 95.1마일(153.0km) 포심을 때렸지만 파울이 됐다. 이어서 2구 74마일(119.1km) 커브를 지켜봤지만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2스트라이크에 몰린 이정후는 결국 3구째 94.9마일(152.7km) 포심에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마이클 콘포토와 닉 아메드의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3회 1사 2루 찬스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이번에도 다르빗슈의 공을 유심히 지켜보며 3볼을 먼저 골라냈다. 하지만 이후 공 2개도 바라보면서 3볼2스트라이크 풀카운트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이정후는 6구째 93마일(149.7km) 싱커를 받아쳐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지만 1루수 정면으로 날아가면서 1루수 직선타로 잡혔다. 타구속도는 100.4마일(161.6km)에 달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5회 2사 세 번째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의 6구 시속 94.8마일(152.6km) 싱커를 받아쳐 깔끔한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다. 다만 아쉽게도 이정후는 안타 직후 다르빗슈의 견제구에 걸려 아웃됐다.
샌디에이고가 2-2 동점을 만든 7회 1사 1, 3루에서 이정후는 네 번째 타석에 들어갔다. 샌디에이고는 좌타자 이정후를 상대하기 위해 좌완투수 마쓰이 유키를 투입했다. 이정후는 마쓰이의 5구 92마일(148.1km) 포심을 퍼올렸고 중견수쪽으로 향했다. 3루 주자 마이클 콘포토가 홈으로 들어오기에 충분한 타구였고 1타점 희생플라이가 되면서 역전 타점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가 리드를 지키고 승리했다면 결승타점이 될 수 있었지만 불펜진이 7회 4실점하면서 이정후가 결승타를 기록할 기회도 날아갔다.
이정후의 첫 안타가 터진 순간 관중석에 자리했던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전 LG 코치가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국내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적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위치에 주로 있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선수와 코치로 함께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먼 발치에서 서로를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정후에게 아버지 이종범은 야구인 대선배이자 든든하면서 확실한 지원군이 됐다. 지난해 LG 트윈스의 코치로 우승을 이끌었고 한국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계속 밟아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 이종범은 이번에는 야구인 선배보다 이정후의 아버지가 되기로 했다. 이정후의 뒷바라지를 위해 코치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날아갔고 또 지도자 연수를 위해 스스로 발품을 팔기도 했다.
지난 2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있던 이종범 코치는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만남을 앞두고 급히 메이저리그로 콜업됐다. 브루스 보치 감독의 배려 속에서 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라인업 카드까지 직접 교환하는 잊지 못할 추억을 미국에서 만들기도 했다.
이날 이정후의 데뷔전에 미국 현지 중계진은 끊임없이 아버지 이종범 전 코치를 비췄다. 메이저리그 소식을 전하는 팟캐스트인 ‘Talkin’ ba
이정후의 활약에 이를 지켜본 밥 멜빈 감독은 여러 장면을 인상깊게 지켜봤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데뷔전에서 강한 좌완투수를 상대로 중요한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첫 경기에서 우리 팀에 7회 리드를 안겼다. 생산적인 경기를 했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재밌었다. 꿈에 그리던 데뷔전을 치르게 돼서 기분이 좋다. 아쉬움은 크게 없다. 첫 경기 치고는 잘 치른 것 같다. 다음 경기를 또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데뷔전 소감을 밝히면서 “오늘 타점을 기록한 것에 무게를 두고 싶다. 2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내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루킹 삼진은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해서든 스트라이크 존에 비슷하면 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희생플라이를 쳐서 기억에 남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이정후는 역사적인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현지에서도 1억1300만 달러 계약이 오버페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서서히 의문을 지워내고 있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이정후가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것이고 타격왕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은 모두 했었다’라면서 ‘대신 완벽한 수치를 예상해보겠다. 이정후의 타율은 3할1푼4리, 구체적으로 614타수 193안타를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정후를 올 봄에 보는 것은 즐거웠다. 시범경기 타율 3할4푼3리를 기록했고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았다. 이것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이정후는 아웃을 당한 타구에서 얼마나 강한 타구를 생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라면서 ‘때때로 팬들을 미치게 할 2루 땅볼을 칠 것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그렇게 접근하는 타자가 아니다. 이정후는 타구를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잘 보낼 수 있는 선수’라고 힘주어 말하며 이정후의 활약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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