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 송구 능력으로 미국 중계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정후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활약하며 3출루 경기를 펼쳤다. 최근 7경기 연속 안타로 꾸준함을 이어가며 타율을 2할5푼8리(66타수 17안타)로 끌어올렸다.
1회 첫 타석부터 마이애미 우완 선발 에드워드 카브레라의 6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97.1마일(156.3km)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견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만들었다. 강속구 대처 능력을 보여준 이정후는 4회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선구안을 보여줬다.
이어 7회 2사 1,2루에선 바뀐 좌완 투수 앤드류 나디와 7구 승부 끝에 바깥쪽에 들어온 94.5마일(152.1km)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좌전 안타로 장식했다. 3-3 동점을 만든 1타점 적시타. 샌프란시스코의 4-3 역전승에 발판이 된 결정타로 해결 능력도 뽐냈다.
하지만 타격만큼 주목받은 게 바로 수비였다. 이날 이정후는 총 6개의 뜬공 아웃을 처리했는데 눈에 확 뛰는 호수비는 없었지만 정확한 송구와 후속 플레이로 칭찬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주관 방송사인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도 경기 내내 이정후의 수비를 주목했다.
1회 1사 2루에서 조쉬 벨의 뜬공 타구를 잡은 뒤 3루로 정확하게 다이렉트 송구로 2루 주자 진루를 막은 이정후를 보고 “3루로 정확하게 던졌다. 좋은 수비를 뽐냈다”고 칭찬하더니 6회 2사 1루에서 엠마누엘 리베라의 안타 타구를 잡고 3루에 원바운드로 송구한 것도 아웃시키진 못했지만 지나치지 않았다.
중계진은 “이정후가 3루로 정말 좋은 송구를 했다. 아웃되진 않았지만 (1루 주자) 재즈 치좀 주니어가 생각한 것보다 송구가 가까이 정확하게 들어왔다”고 칭찬했다.
7회에도 이정후는 1사 2루에서 브라이언 데라크루즈의 뜬공 타구를 처리한 뒤 3루 쪽으로 치우친 유격수 닉 아메드에게 다이렉트 송구로 주자 진루를 막았다. 중계진은 “이정후가 오늘 밤 던진 3번의 송구는 정말 강력하다”고 말했다.
8회에도 1사 후 치좀의 중전 안타 타구를 잡은 이정후를 비춰준 중계 화면은 이날 그의 송구를 리플레이로 보여줬다. 중계진은 “저게 바로 기본기 있는 플레이다. 정말 견고하고 강하게 던진다”며 이정후의 송구 기본기를 치켜세웠다.
이정후는 지난 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8회 1사 1루에서 트레이 립스컵의 중전 안타 때 빠르게 원바운드 송구를 하며 2루를 지나 3루로 뛰던 1루 주자 일데마로 바르가스를 아웃시키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보살이었다.
이정후는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지표인 OAA(Outs Above Average)는 ‘0’으로 리그 평균에 조금 못 미친다. 실책은 없지만 펜스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고, 강한 햇빛 때문에 타구를 놓치면서 전반적인 수비 비표는 떨어진다. 하지만 새로운 구장 환경에 적응하는 단계로 기본적인 이정후의 수비력은 탄탄하다.
이날 경기 내내 칭찬받은 송구 능력은 지표로도 증명됐다. ‘베이스볼서번트’ Arm Value는 외야수가 보살 등으로 선행 주자의 추가 진루 억제를 평가하는 지표인데 이정후는 +1로 리그 상위 8%에 속한다. 수비에서의 득점 가치도 +1로 상위 21%에 들며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타격이 워낙 월등해 수비력이 크게 조명받지 못했는데 미국에 와서 강하고 정확한 송구까지 인정받고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이정후다운 면모가 더욱 자주 나오고 있다. 중계진은 9회 이정후의 마지막 타석 때 “시즌이 거듭될수록 이곳의 완전 다른 스타일 야구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투수들을 상대하느라 적응에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지금도 이정후는 아주 잘하고 있다. 열심히 뛰고, 원하는 만큼 안타를 치진 못했지만 공을 세게 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을지도 알고 있다”며 “외야 수비도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어깨까지 좋다”고 칭찬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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