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사실 저도 해외를 다녀와서 이렇게 쳤으면 뭔가 떳떳했을 텐데..."
KBO리그 역사를 수놓은 대기록에도 최정(37·SSG 랜더스)은 민망해 했다. 하지만 또다른 전설적인 거포이자 선배 이범호(43)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최정은 지난 16일 인천 KIA전에서 대기록에 도달했다. 상황도 극적이었다. SSG가 4-5로 뒤진 9회 말, KIA 마무리 정해영은 최지훈과 하재훈을 연속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최고 시속 150㎞에 달하는 직구는 언터처블 이었다.
하지만 최정은 수없이 머릿속으로 정해영이 자신에게 어떤 공을 던질지 시뮬레이션했다. 그리고 자신의 예측을 현실로 만들었다. 정해영은 3BS1에서 시속 147㎞의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에 질러 넣었고, 최정은 이 타구를 좌중월 담장 밖으로 크게 넘겼다. KBO리그 통산 홈런 역대 1위 이승엽(48) 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하는 467번째 홈런이었다. 기세가 오른 SSG는 이후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안타, 한유섬의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7-5 역전승을 거뒀다.
최정은 유신고 졸업 후 2005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했다. 2005년 5월 21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만 18세 2개월 23일의 나이로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듬해 12개의 홈런을 기록한 후 SK-SSG 한 팀에서만 지난 시즌까지 무려 18시즌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해 최다 홈런을 눈앞에 뒀다.
역사적인 대기록에도 최정은 한없이 겸손했다. 16일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 "사실 나도 해외를 다녀와서 이렇게 쳤으면 뭔가 떳떳했을 것이다. 물론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신기록으로) 남들은 이승엽 감독을 넘어섰다 해도 나는 넘어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승엽 감독은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활약했고 일본 기록까지 합치면 626홈런을 기록했기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범호 감독 역시 KBO리그 통산 329번의 아치를 그린 우타 거포 출신. 최정이 목표로 하고 있는 또 다른 대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정은 만루홈런 13개(역대 3위)로 이범호 감독의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 기록(17개)을 좇고 있다.
18일 경기 전 만난 이범호 감독은 "몸쪽 승부는 홈런 타자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최정 같은 홈런 타자들은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몸쪽으로 공이 날아와서 많이 맞는데도 홈런을 그 정도로 치는 건 정말 본인의 의지가 엄청나지 않고는 힘든 일"이라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이어 "공이 몸쪽으로 날아오게 되면 아무래도 좀 몸을 뒤로 빼게 되고 공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기 마련이다. 정말 그런 두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치는 걸 보면 최정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특히 최정의 경우 홈런도 많지만, 그렇게 맞았는데도 다시 타석에 설 수 있는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경의를 표했다.
대단한 기록을 의도치 않게 막아선 미안함도 그만큼 컸다. 최정의 대기록 도전은 현재 며칠 뒤로 잠시 미뤄진 상태다. 지난 17일 최정은 KIA 외국인 선발 투수 윌 크로우가 1회 말 2사에 던진 2구째 시속 150㎞ 투심 패스트볼에 옆구리를 맞아 부상으로 교체된 것. 최정의 개인 통산 330번째 사구였다. 최정의 사구 기록은 KBO리그를 넘어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찾을 수 없는 대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휴이 제닝스가 287개,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196개로 1위에 올라와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로우는 사구 직후부터 1회를 마치고 나서도 계속해 미안함을 표시했고, 경기 후 인터뷰와 개인 SNS를 통해 몇 번이고 최정과 팬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을 전했다. KIA에도 당황스러운 일인 건 마찬가지였다. KIA로서는 SSG와 KBO 모두의 축제를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 경기 직후 이범호 감독과 진갑용 수석코치가 직접 SSG 이숭용 감독과 최정을 찾아 미안함을 나타냈다. KIA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도 직접 SSG 민경삼 대표이사와 김재현 단장에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최정의 부상은 왼쪽 갈비뼈 미세 골절이라는 최초 진단보다 경미한 타박상 정도로 그쳤다. 그 때문에 최소 한 달 이상 결장이 예상되던 기간도 3~4일 정도 지켜본 뒤 합류로 크게 경감된 상태다. 1군 엔트리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큰 기록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 우리 입장에서도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컸다. 끝나고 SSG 이숭용 감독님과 코치진 그리고 최정을 직접 만나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며 "정말 다행이다. 최정은 팀의 제일 주축이고 이끄는 선수다. 그런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 안 되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도 (골절상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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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이 16일 인천 KIA전 9회말 2사에서 동점 솔로포를 때려내고 있다. 이 홈런은 이승엽 두산 감독이 세운 KBO리그 통산 홈런 기록과 동률을 이루는 467호 포였다. /사진=SSG 랜더스 |
KIA 이범호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
KBO리그 역사를 수놓은 대기록에도 최정(37·SSG 랜더스)은 민망해 했다. 하지만 또다른 전설적인 거포이자 선배 이범호(43)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최정은 지난 16일 인천 KIA전에서 대기록에 도달했다. 상황도 극적이었다. SSG가 4-5로 뒤진 9회 말, KIA 마무리 정해영은 최지훈과 하재훈을 연속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최고 시속 150㎞에 달하는 직구는 언터처블 이었다.
하지만 최정은 수없이 머릿속으로 정해영이 자신에게 어떤 공을 던질지 시뮬레이션했다. 그리고 자신의 예측을 현실로 만들었다. 정해영은 3BS1에서 시속 147㎞의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에 질러 넣었고, 최정은 이 타구를 좌중월 담장 밖으로 크게 넘겼다. KBO리그 통산 홈런 역대 1위 이승엽(48) 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하는 467번째 홈런이었다. 기세가 오른 SSG는 이후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안타, 한유섬의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7-5 역전승을 거뒀다.
최정은 유신고 졸업 후 2005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했다. 2005년 5월 21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만 18세 2개월 23일의 나이로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듬해 12개의 홈런을 기록한 후 SK-SSG 한 팀에서만 지난 시즌까지 무려 18시즌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해 최다 홈런을 눈앞에 뒀다.
역사적인 대기록에도 최정은 한없이 겸손했다. 16일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 "사실 나도 해외를 다녀와서 이렇게 쳤으면 뭔가 떳떳했을 것이다. 물론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신기록으로) 남들은 이승엽 감독을 넘어섰다 해도 나는 넘어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승엽 감독은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활약했고 일본 기록까지 합치면 626홈런을 기록했기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범호 감독 역시 KBO리그 통산 329번의 아치를 그린 우타 거포 출신. 최정이 목표로 하고 있는 또 다른 대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정은 만루홈런 13개(역대 3위)로 이범호 감독의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 기록(17개)을 좇고 있다.
최정이 16일 인천 KIA전 9회말 2사에서 동점 솔로포를 때려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 홈런은 이승엽 두산 감독이 세운 KBO리그 통산 홈런 기록과 동률을 이루는 467호 포였다. /사진=SSG 랜더스 |
최정이 16일 인천 KIA전 9회말 2사에서 동점 솔로포를 때려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 홈런은 이승엽 두산 감독이 세운 KBO리그 통산 홈런 기록과 동률을 이루는 467호 포였다. /사진=SSG 랜더스 |
18일 경기 전 만난 이범호 감독은 "몸쪽 승부는 홈런 타자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최정 같은 홈런 타자들은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몸쪽으로 공이 날아와서 많이 맞는데도 홈런을 그 정도로 치는 건 정말 본인의 의지가 엄청나지 않고는 힘든 일"이라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이어 "공이 몸쪽으로 날아오게 되면 아무래도 좀 몸을 뒤로 빼게 되고 공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기 마련이다. 정말 그런 두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치는 걸 보면 최정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특히 최정의 경우 홈런도 많지만, 그렇게 맞았는데도 다시 타석에 설 수 있는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경의를 표했다.
대단한 기록을 의도치 않게 막아선 미안함도 그만큼 컸다. 최정의 대기록 도전은 현재 며칠 뒤로 잠시 미뤄진 상태다. 지난 17일 최정은 KIA 외국인 선발 투수 윌 크로우가 1회 말 2사에 던진 2구째 시속 150㎞ 투심 패스트볼에 옆구리를 맞아 부상으로 교체된 것. 최정의 개인 통산 330번째 사구였다. 최정의 사구 기록은 KBO리그를 넘어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찾을 수 없는 대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휴이 제닝스가 287개,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196개로 1위에 올라와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로우는 사구 직후부터 1회를 마치고 나서도 계속해 미안함을 표시했고, 경기 후 인터뷰와 개인 SNS를 통해 몇 번이고 최정과 팬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을 전했다. KIA에도 당황스러운 일인 건 마찬가지였다. KIA로서는 SSG와 KBO 모두의 축제를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 경기 직후 이범호 감독과 진갑용 수석코치가 직접 SSG 이숭용 감독과 최정을 찾아 미안함을 나타냈다. KIA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도 직접 SSG 민경삼 대표이사와 김재현 단장에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최정의 부상은 왼쪽 갈비뼈 미세 골절이라는 최초 진단보다 경미한 타박상 정도로 그쳤다. 그 때문에 최소 한 달 이상 결장이 예상되던 기간도 3~4일 정도 지켜본 뒤 합류로 크게 경감된 상태다. 1군 엔트리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큰 기록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 우리 입장에서도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컸다. 끝나고 SSG 이숭용 감독님과 코치진 그리고 최정을 직접 만나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며 "정말 다행이다. 최정은 팀의 제일 주축이고 이끄는 선수다. 그런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 안 되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도 (골절상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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